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임기 3년을 마치고 오는 20일 퇴임한다. 판사 출신인 김 처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월 21일 임명됐다.

취임 당시 성역 없는 고위 공직자 비리 척결과 인권 친화적 수사를 기치로 내걸고, 기존 수사 관행에서 벗어난 차별화를 강조하며 검찰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여야 정쟁 속에 중립적 수사기구로 만들겠다는 그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연간 200억원 정도의 예산을 배정받으면서도 임기 3년 동안 단 한 건의 유죄판결을 끌어내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3년간 직접 기소한 사례는 총 3건으로 이 중 2건이 1심 내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나머지 1건은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아직 유죄 선고가 내려진 경우가 없다. 피의자 신병 확보를 위해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인력 부족과 제도적 미비 등의 현실적인 제약 요인이 없지 않다고 해도 초라한 수사 성과는 부인할 수 없다. 수사 편향성 논란도 빚어졌다.

김 처장 취임 직후 문재인 정부의 실세였던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면담하면서 관용차를 제공한 사실이 발각됐다. 야당 인사와 언론인의 통신 자료를 광범위하게 들여다본 사실도 드러났다. 압수수색하면서 절차를 지키지 않아 법원에서 망신을 당했다. 여러 번 다짐한 ‘인권 수사’가 공염불이 됐다.

2020년 12월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초대 처장 인선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를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판사 출신인 김 처장의 수사 역량에 의문이 제기되자 “아주 드물게 특별검사팀에 특별수사관으로 파견돼 특수사건을 경험했다”며 일부 인선 위원이 그를 감싸기도 했다. 인선 결과는 그의 재임 3년 성과가 그대로 말해준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는 김 처장 후임 인선에 대해 그동안 여섯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후보자 2명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공수처 수장의 공백이 당분간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공수처는 차제에 권력형 비리 수사 전담 기구로서의 취지에 걸맞게 수사와 인력·조직의 운영 전반에 걸쳐 환골탈태해야 한다. 여야는 유능한 처장 인선과 함께 조직을 추스르고 기능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공수처법안 개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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