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연계 후티 반군 공격·이軍 “헤즈볼라와의 전쟁” 언급
이란, 이라크 이어 파키스탄도 미사일 공습… 피해국 강경 대응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선이 전쟁 100일을 지나면서 중동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던 미국은 17일(현지시간) 홍해 무역로 보호를 위해 후티 반군 근거지를 네 번째 공격했다. 사진은 예멘 반군 향해 미사일 발사하는 미 해군  (출처: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선이 전쟁 100일을 지나면서 중동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던 미국은 17일(현지시간) 홍해 무역로 보호를 위해 후티 반군 근거지를 네 번째 공격했다. 사진은 예멘 반군 향해 미사일 발사하는 미 해군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방은 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선이 전쟁 100일을 지나면서 중동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이 홍해 무역로 보호를 위해 ‘친이란’ 무장 세력인 예멘 후티 반군의 근거지를 연일 타격하는 사이 이란도 보복을 명분으로 이라크와 파키스탄까지 공습하면서 대리전을 넘어 직접 전선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 AP통신은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군 배가 예멘의 후티 반군이 통제하는 지역을 향해 또 다른 미사일들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이번 공격은 후티 반군이 이날 새벽 홍해를 지나던 미국 화물선을 공격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인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CBS 방송은 이번 공격이 후티 반군에 대한 미국의 네 번째 공격이라고 보도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이날 이란의 지원을 받는 헤즈볼라와의 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하마스를 지원하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해 10월 8일부터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해 미사일과 로켓 등을 쏘며 전쟁에 개입해왔다. 이 때문에 레바논 국경 인근의 이스라엘 주민 8만명이 대피 생활을 하고 있다.

이에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의 대량학살이 멈추면 이 지역의 다른 위기와 공격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지난 15일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지역 에르빌에 있는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를 공격한 바 있다. 작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후 중동의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직접 군사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 측은 당시 성명을 통해 “이 지역에 있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첩보본부와 이슬람국가(IS)를 포함한 ‘반이란 테러 단체’를 파괴하기 위해 탄도 미사일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IRGC는 지난 3일 이란 케르만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를 이곳에서 모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시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4주기 추모식을 준비하던 곳에서 폭탄이 터져 95명이 숨졌다. IS가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지만 이란은 IS와 미국, 이스라엘이 연계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타베트 알아바시 이라크 국방장관은 이날 알아라비야 방송을 통해 “이란의 쿠르드족 폭격을 규탄하고 단호히 배격한다”며 “이번 공격은 이라크-이란 안보협정을 위반한 행동으로, 양국 협정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라크는 이스라엘 첩보시설이라는 이유로 이란이 이라크 영공과 영토를 침범해 폭격한 데 대해 강경하게 항의했다.

이라크 외무부는 전날 성명에서도 “이는 이라크의 주권과 국민 안보에 대한 공격이며 모욕적 행위”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소를 포함해 모든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같은 이라크의 강경 대응은 증폭되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치에 휘말릴 위기에 처하자 자국 보호 차원의 예방 조처로 보인다. 이란의 ‘이스라엘 시설’ 폭격을 시작으로 이스라엘이 시리아, 레바논에서처럼 이라크 내 ‘IRGC 제거’를 명분으로 이라크 영토를 보복 폭격할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라크에는 현재 이란의 후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가 정규군 수준의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고 정계까지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이 이라크에서 공습 작전을 벌인다면 이라크는 걷잡을 수 없는 전쟁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아울러 시아파 민병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공격도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이란 내 언론은 이날 밤 IRGC 주도로 파키스탄에 있는 수니파 분리주의 무장조직 ‘자이시 알아들’의 근거지가 미사일 공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이곳을 공격한 배경으로는 2019년 자이시 알아들이 ‘IRGC 수송 버스’를 공격해 IRGC 대원 27명을 숨진 게 한 사건을 꼽고 있다. 하지만 공격을 받은 파키스탄 당국은 이유 없는 침범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이란은 테러 단체를 표적으로 삼았으며 파키스탄의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외교 채널을 통해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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