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인명피해, 전체의 14%
화재 자체는 여름철 더 많아
화재 대부분, 발화지점만 연소
“대피보다 상황 파악 먼저”

(서울=연합뉴스) 연휴 마지막 날이자 성탄절인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사진은 이날 사고 현장의 모습. 2023.12.25.
(서울=연합뉴스) 연휴 마지막 날이자 성탄절인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쳤다. 사진은 이날 사고 현장의 모습. 2023.12.25.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지난 5년간 아파트에서 난 화재를 분석해보니 겨울철 인명피해가 제일 큰 것으로 집계됐다. 인명피해 중 상당수는 대피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은 지난해 성탄절 서울 도봉구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를 계기로 최근 5년간 아파트 화재통계를 바탕으로 계절별·시간대별 발생 빈도와 화재 원인, 인명피해 발생 유형 등을 분석해 16일 공개했다.

지난 5년간 지난 5년간 발생한 아파트 화재는 총 1만 4112건으로, 2021년 이후 증가추세에 있으며, 2023년 2993건(21.2%)으로 5년 중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절별로는 여름철(6~8월)이 4018건(28.5%)으로 가장 많았고, 겨울철(12~2월) 3555건(25.2%), 가을철, 봄철 순이었다. 특히 여름철에는 에어컨 등 계절용 기기에서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요인별로는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6979건(49.5%)으로 전체 아파트 화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부주의 중에서도 음식물 조리 중 발생한 화재가 3188건(45.7%)으로 가장 많았고, 담배꽁초 1390건(19.9%), 불씨 방치 704건(10.1%) 순이었다.

연도별 아파트 화재 사망 발생 원인. (제공: 소방청)
연도별 아파트 화재 사망 발생 원인. (제공: 소방청)

인명피해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여름철보다 겨울철 피해가 더 컸다. 지난 5년간 아파트 화재로 발생한 인명피해는 1781명(사망 174명, 부상 607명)으로 같은 기간 전체 화재로 발생한 인명피해 1만 2072명의 14.7%로 나타났다.

또 소방청이 사망자 174명에 대한 유형, 원인 등을 분석한 결과 대피 중 발생한 사망자가 42명(24.1%)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연기흡입에 의한 사망이 전체 사망자의 71.2%(124명)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아파트 화재의 10건 중 9건은 ‘발화지점만 연소된 화재’라는 점이다. 1만 4112건의 아파트 화재 중 1만 2718건(90.1%)은 발화지점에 한정돼 발생한 화재로 집계됐다.

즉 발화지점만 연소된 화재가 대부분임에도 대피 중 사망한 이들이 제일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이다.

이렇듯 발화지점에 한정된 비교적 작은 규모의 화재임에도 다른 층에서 대피하다 발생한 인명피해가 143명(15.8%)이었다. 이 중 대부분은 연기흡입에 의한 피해(88.9%)로 나타났다. 발화지점만 연소된 화재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는 890명으로, 전체 인명피해의 50%에 해당한다.

아래에서 위로 확산되는 속도가 빠른 연기의 유동 특성상 화재의 규모가 작음에도 연기흡입에 의한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했다는 게 소방청 분석이다.

최홍영 소방청 화재대응조사과장은 “화재가 발생한 층과 규모 등이 파악되지 않았다면 무조건 대피하기보다 화재 상황을 먼저 파악하고 대피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아파트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평소 피난 통로를 사전에 점검하는 등 입주민, 관리사무소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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