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
추진위 구성부터 가능해져
‘안전→생활환경’ 진단으로
재개발 가능 기준도 ‘완화’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0 (출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고양아람누리에서 '국민이 바라는 주택'을 주제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0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준공한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를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재건축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 만약 패스트트랙이 도입될 경우 재건축의 ‘첫 관문’은 안전진단이 아닌 주민들의 정비계획 입안 제안으로 바뀔 전망이다. 또 서울의 경우 ‘신통기획(신속통합기획)’까지 적용되면 재건축 사업 기간이 최대 5~6년 단축된다.

재개발 가능 기준도 낮아진다. 현재는 30년 넘은 건물이 66.7% 이상일 경우 재개발을 시작할 수 있지만 60%로 완화된다.

아울러 올해부터 2년간 신축된 빌라·오피스텔 등 소형 주택을 구입하면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세금 감면 특례를 준다.

◆‘주차난·층간소음’ 있어도 안전진단 통과

10일 정부는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주요 골자는 도심 내 신축 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다.

기존에는 아파트를 재건축하기 위해 안전진단을 먼저 받아야 했다. 안전진단에서 위험성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 조건을 충족할 때까지 같은 절차를 매년 반복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기다리지 못하고 리모델링으로 사업 방향을 바꾼 단지도 많다.

이에 정부는 안전진단 통과 전에도 정비계획 수립,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 등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안전진단은 사업인가 전까지만 통과하면 된다.

재건축 패스트트랙 절차. (제공: 국토교통부) ⓒ천지일보 2024.01.10.
재건축 패스트트랙 절차. (제공: 국토교통부) ⓒ천지일보 2024.01.10.

또 안전진단 기준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당장 안전상 문제가 없더라도 주차난, 층간소음, 배관 문제 등으로 거주 환경이 나쁠 경우 재건축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진단 대상이 ‘안전’에서 ‘생활환경’으로 바뀌는 것으로 사실상 폐지라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조합 설립 시기를 앞당긴다.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더라도 준공 30년이 지난 아파트라면 추진위를 구성하고 조합 설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면서다.

현재는 ‘안전진단→정비계획 입안 제안→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추진위 구성→조합 신청→조합 설립→사업인가’ 순으로 단계를 밟아 재건축이 이뤄진다. 다만 정부의 이번 발표에 따라 안전진단과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추진 등 여러 단계를 한꺼번에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국토부는 평균 13년가량 걸리는 재건축 사업 기간이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3년가량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신통기획을 적용하는 서울 내 단지의 경우 최대 5~6년까지 단축될 수 있다.

다만 재건축 절차 조정을 위해선 먼저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재개발 비율 요건 ‘66→60%’ 낮춰

정부는 이번 발표를 통해 재개발 문턱도 낮추겠다고 밝혔다. 신축 빌라가 있어도 재개발에 착수할 수 있도록 노후도 요건(준공 30년 이상인 건축물 비율)을 기존 66.7%에서 60%로 완화하는 식이다. 또한 재정비촉진지구는 30년 넘은 건물이 50%만 돼도 재개발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한다.

정비구역 지정·동의 요건도 개선해 유휴지와 자투리 부지도 재개발 구역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따라 재개발 가능 대상지는 10%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정비사업 가속화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조합 설립 시 공공성 확보 여부 등을 심사해 정부 기금에서 초기사업비를 구역당 50억원까지 빌려줄 방침이다.

재개발 규제 완화 내용. (제공: 국토교통부) ⓒ천지일보 2024.01.10.
재개발 규제 완화 내용. (제공: 국토교통부) ⓒ천지일보 2024.01.10.

◆‘빌라·지방미분양’ 매입에도 혜택

한편 정부는 전세사기 여파로 위축된 빌라·오피스텔 수요가 살아나도록 세금 감면책도 발표했다.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준공된 60㎡ 이하 소형 신축주택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면서다.

대상은 아파트를 제외한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 이하 다가구·다세대주택, 도시형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이다. 1가구 1주택자가 소형 신축주택을 추가로 매입할 때는 1가구 1주택 양도세·종부세 특례를 적용받을 수 없다.

아울러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때도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대상은 85㎡, 6억원 이하 주택이다. 준공 후 미분양의 경우 소형과 달리 1가구 1주택자가 구입할 때도 양도세·종부세 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4년간 전국에 95만 가구가 정비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재건축 75만 가구(수도권 55만 가구, 지방 20만 가구), 재개발 20만 가구(수도권 14만 가구, 지방 6만 가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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