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준 21%, 262만 가구
‘패스트트랙’ 도입 시 5년 내
전국 아파트 37% 재건축 가능
“경기침체·법안 통과 넘어야”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본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일대 모습. 2024.1.10. (출처: 연합뉴스)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본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일대 모습. 2024.1.10.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정부가 지난 10일 ‘재건축 문턱’으로 꼽힌 안전진단 절차를 사실상 폐지한 가운데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는 준공 30년을 넘겼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30년 이상 노후단지가 가장 많은 곳은 노원·도봉구로 전체 단지의 60% 가까이가 여기에 해당한다.

아울러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도입되려면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고 얼어붙은 부동산 투자수요도 살아나야 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1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1232만 가구 중 준공된 지 30년이 넘은 단지는 262만 가구(1월 기준)로 전체의 21.2%에 달한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 50만 3천 가구, 경기도에 52만 2천 가구, 인천에 19만 9천 가구 등 수도권에만 47%가 몰려있다. 전국적으로도 준공 26∼30년 된 아파트는 199만 가구(16%)에 달한다.

특히 서울은 전체 182만 7천 가구의 27.5%가 준공 30년 초과 구축 단지다. 행정구별 30년 초과 구축 비율을 보면 ▲노원구 59%(9만 6천 가구) ▲도봉구 57%(3만 6천 가구)가 가장 많았고, 이어 ▲강남구 39%(5만 5천 가구) ▲양천구 37%(3만 4천 가구) 등 순이었다.

경기도의 30년 초과 구축 비율을 보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적용받는 1기 신도시 외 ▲광명 41%(3만 2천 가구) ▲안산 34%(4만 1천 가구) ▲수원 13.6%(4만 1천 가구) ▲평택 12.9%(2만 1천 가구) 등 순으로 비율이 높았다.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일대 모습. 2024.1.10. (출처: 연합뉴스)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일대 모습. 2024.1.10. (출처: 연합뉴스)

만약 정부 발표대로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도입되면 향후 5년 내 전국 아파트의 37%, 460만 가구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을 발표하면서 재건축 안전진단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안전진단 통과 전에도 추진위원회와 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절차를 완화했고, 안전상 문제가 없어도 주차난, 층간소음, 배관 노후 등 문제가 발견되면 안전진단을 통과시켜 주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사실상 안전진단이 폐지됐다고 보는 이유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재건축 붐’이 일고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한편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고금리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건설비 상승 등으로 사업성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재건축 초기 단계의 문턱을 낮춘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남아 있는 재건축 단지는 용적률 메리트가 크지 않은 데다, 공사비 인상과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까지 고려하면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정부의 대출 지원이 축소되고, 집값에 대한 고점 인식이 확산하며 거래량 감소, 실거래가 하락 기류가 뚜렷해진 것이다. 사진은 19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서울 아파트단지. 2023.11.19. (출처: 연합뉴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고금리 장기화 속에 정부의 대출 지원이 축소되고, 집값에 대한 고점 인식이 확산하며 거래량 감소, 실거래가 하락 기류가 뚜렷해진 것이다. 사진은 19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본 서울 아파트단지. 2023.11.19. (출처: 연합뉴스)

정부 발표가 ‘공염불’이 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 재건축 패스트트랙이 도입되기 위해선 먼저 도시정비법 개정안부터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180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완화책과 관련해 “막무가내식 규제 완화는 집값을 띄울 뿐 아니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도시정비법 취지에 위배된다”면서 “명백히 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임에도 야당과 아무런 소통 없이 즉흥적으로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국토부는 내달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다만 법안 논의는 오는 4월 총선 이후 이뤄질 전망이며, 5월 30일까지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21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법안도 폐기된다. 이 경우 정부는 22대 국회에 법안을 다시 제출해야 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추진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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