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이래 최대치 기록
고금리 상황서 정책 수혜봐
‘40대’ 추월은 작년이 처음
20대 이하 ‘영끌’ 비중 줄어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지난해 전국에서 거래된 아파트 4채 중 1채는 ‘30대’가 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아파트 매입 비중이 가장 많은 나이대는 30대로 지난 2019년 조사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위인 50대의 매입 비중도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고금리 상황에서 30대와 50대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수혜를 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8일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연령대별 아파트 매입 비중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전국 아파트를 가장 많이 산 연령대는 30대다. 전체의 26.7%를 차지했다.
30대가 전국 기준 부동의 1위였던 40대(25.9%)를 추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30대 매입 비중으로도 가장 높다. 아울러 이는 30대가 주택시장의 주요 수요층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주택 시장은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침체기를 겪었다. 정부는 이에 생애최초주택 구입자를 위한 대출, 특례보금자리론 등 저리 정책대출을 늘렸고, 30대의 수요가 몰렸다.
전문가들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나타났던 2030세대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이나 무자본 갭투자는 줄었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활용해 아파트를 사려는 30대 수요가 몰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 30대 주택 수요자는 ‘에코세대’라고 불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에코세대란 1979~1992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들로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가 많다. 다만 경기 불황과 저성장으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결혼이나 출산을 미루고 있다.
특히 30대는 지난 2022년 말부터 문제가 된 ‘빌라왕 사태’ 등 전세사기의 최대 피해자로, 아파트 선호도가 높다. 다만 가점제 위주의 청약제도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기존 아파트를 매입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30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은 지방에서도 늘고 있다. 부산(27.2%), 대구(28.5%), 인천(26.9%), 세종(31.9%) 등에서는 지난해 30대 매입 비중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은 지난 2019년 조사 이래 30대 매입 비중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지역이다. 서울의 30대 아파트 매입 비중은 2020년부터 지난해(1~11월)까지 33.4%, 35.4%, 28.2%, 33.1%로 집계됐다.
지난해는 30대와 함께 50대의 아파트 매입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지난해 전국 아파트 50대 매입 비중은 21.5%다. 이는 지난 2019년 조사 이래 최대다.
반면 20대 이하의 아파트 매입비중은 지난해 4.5%로 6%가 넘었던 2021년, 2022년보다 줄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2~3년 전 무리한 대출로 주택을 마련한 20대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은 차주)’이 고금리와 집값 하락의 ‘쓴 맛’을 본 결과”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1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19개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6~9월) 말 기준 20대 이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9%다. 이는 전년 동기(0.24%)보다 0.15%p 늘어난 수치다. 또한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지난해 3분기 30대 연체율은 0.2%, 40대와 60대 이상은 0.23%, 50대는 0.25%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