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역사가는 언제, 누가, 어떤 정보를, 어떤 목적으로 문서를 작성했는지 서로 대조하여, 적절한 결과를 도출해 낸다. 반면에 구술 전승은 유동적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한다. 전달자가 중요시하는 부분이 지나치게 강조되었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축소 또는 변질되기도 한다. 이전의 전승에 이질적 요소가 가미되어 다양한 이야기 구조의 층차를 보여주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사실 그리스 국가들과 에게해 지역의 역사는 BC 776년보다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간다. BC 6000년의 신석기 문화나 BC 3000년의 청동기 문화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글은 역사가 아니라 역사 이전이라는 의미에서 선사시대에 관한 기록이라고 한다. 에게해의 마지막 청동기 시대인 미케네 문명의 개요를 제시하거나, 서부 아나톨리아의 청동기 시대 문화를 거론할 수도 있다. 리더가 있었던 전사(戰士)들의 사회를 간략하게 설명하거나, 먼 나라와의 무역을 언급할 수도 있으며, 일부 왕들의 이름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BC 1200년대에 갑자기 발생한 재난으로 궁궐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어떤 기능을 수행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역사라고 할 수는 없다. 이 시기의 어떤 특정한 사건에 대한 역사적 문서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케네의 퓔로스(Pylos)나 테베(Theben)가 권력의 중심에 있었다고 해서 그들이 미케네에서 유일한 황제였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는 그들의 궁전이 왜, 누구에 의해 파괴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수 세기 후 시인들이 전한 전설과 이야기를 믿거나, 역사의 한 조각으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시인들이 전하는 전설, 우화, 이야기에는 적어도 역사의 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서사시의 전통을 역사의 원천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들은 이 구전 유산을 역사가 아니라 전설, 우화 또는 서사시라고 부른다.

터키어로 전설(Legends)은 ‘데스탄(Destan)’이다. 이 단어는 페르시아어에서 유래되었다. 이슬람 이후, 터키 문학에 대한 페르시아 문학의 다양한 영향을 보여주는 작품 가운데 이란의 국가적 전설인 ‘샤나메(Sehname)’는 매우 특별하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전설, 인물, 주제는 터키 민속문학으로 이어졌다. 동양이 풍부한 전설의 원천이었지만, 본격적인 연구는 유럽의 Grimm형제와 Philipp Carl Butmamn이 처음 시작했다. 이들은 전설을 신화(Myths), 우화(Fables), 설화(Tales)로 구분한다. 신화는 신과 초자연적인 존재에 관한 사건을 이야기한 것이다. 우화는 일정한 시간과 공간에 등장하는 주인공에 관한 이야기이다. 설화는 어떤 특정한 시간, 공간, 인간과 무관한 이야기이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여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식으로 전달자가 말하고 싶은 것에 따라 시간, 공간, 현실을 초월한 사건이 이어진다.

전문가들이 신화와 설화의 용어에 대해 내린 정의는 대체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화에 대한 개념은 고대의 우화, 서사시, 또는 호머의 구전시가 전하는 전설을 포함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트로이 전쟁 이후, 오디세우스가 10년 동안 여행하다가 길을 잃은 것을 제외하고, 호머의 우화는 거의 대부분 실제로 존재했던 도시와 국가에서 일어났던 이야기이다. 이 우화는 시인이 살았던 시기보다 800~600년 전의 사건이 주제이다. 호머의 뛰어난 문학적 재능에 따라 사건은 많은 사람들이 믿을 수 있을 정도의 구조로 진행된다. 그러나 모든 사건은 기적이나 우연이 아니라 신들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인간은 신들의 결정에 맹목적으로 따르지는 않는다. 신들끼리의 갈등 구조가 이러한 인간의 저항과 어울리면서 호머의 이야기는 커다란 파도를 일으키며 흥미를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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