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트로이에 관한 이야기는 상상인가? 꿈인가? 역사인가? 신화인가? 전설인가? 2023년 4월 중순에서 5월 말까지 근 40여일 동안, 에게해를 따라 지도를 보며 주변을 자세히 답사하고, 기록을 중심으로 트로이 유적지와 유물을 오랫동안 중시하면서 다시 호머의 일리아드를 읽었다. 10개의 층으로 이루어진 트로이 유적지처럼 트로이에 관한 이야기도 몇 개의 층을 이루면서 일리아드라는 서사시에 쌓여 있었다.

헬렌은 당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리스 여러 나라의 왕자들이 그녀에게 청혼했다. 헬렌의 아버지는 후보자들에게 누군가와 헬렌이 결혼하면 나머지는 모두 살아 있는 동안 헬렌의 남편을 돕겠다는 약속을 요구했다. 이후 헬렌은 아가멤논의 동생인 스파르타왕 메넬라오스와 결혼한다.

트로이 왕자 파리스가 이다산에서 세 여신 가운데 하나를 최고의 미녀로 지목했을 때 헬렌은 이미 메넬라오스가 아내였다. 파리스는 여신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헬렌을 납치하여 트로이로 데려왔다. 그리스 왕자들은 헬렌을 되찾기 위해 1천여척의 전선을 타고 트로이로 온다. 전쟁은 아카이아인들의 예상보다 오랫동안 계속된다. 트로이군의 통사령관은 파리스의 형 헥토르이고, 아카이아군 가운데 최고의 용사는 아킬레우스이다. 전쟁은 10년 동안 계속되었고, 헥토르도 아킬레우스도 죽는다. 여기까지가 ‘일리아드’의 끝이다.

뒷이야기는 ‘오디세이’에서 이어진다. 전쟁은 오디세우스의 속임수인 목마로 끝난다. 아카이아인들은 트로이 성문 앞에 신들에게 바치는 선물인 것처럼 목마를 남기고 떠난다. 트로이인들은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이 목마를 성안으로 옮긴다. 밤이 되자 목마에 숨어 있던 아카이아 용사들이 밖으로 나와 불을 피워 테네도스섬 뒤에 숨어 있던 아군에게 신호를 보낸 후 성문을 연다. 트로이는 불타고 철저히 파괴된다. 헬렌은 남편에게 돌아가고, 수많은 트로이 남자들은 피살된다. 여자들은 모두 노예로 끌려간다.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는 트로이 멸망과 노예로 끌려가는 여인들을 주제로 ‘트로이 여인들’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이상이 2700여년 전 호머가 지었다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줄거리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일까? 얼마나 많은 부분이 역사이고, 얼마나 많은 부분이 꾸며낸 이야기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을 얻기는 쉽지 않다. 역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문서에 따라 과거에 발생한 전쟁, 문화, 문명과 같은 사건과 행위를 조사하는 과학’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터키어에서 역사는 ‘Tarith’로 아랍어에서 유래되었다. 아랍에서 역사는 사건을 연대순으로 기록한 연대기를 가리킨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역사를 다시 쓴다’라고 할 때는 다른 의미가 포함된다. ‘역사가 되기 위한’ ‘역사가 되려면’이라는 말에서 역사는 기록자의 이야기인지, 실제적 사건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이야기는 역사의 근원인 사실을 다르게 인식한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든 전설에 진실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안다.

전통적으로 고대 그리스 역사는 BC776년에 시작한다고 알려졌다. 최초의 올림픽이 개최된 시기이고, 이것이 연대기의 최초 기점이기 때문이다.

역사 기록에는 신뢰할 수 있는 연대기적 구조가 필요하다. 발생한 사건에 대한 단순한 정보는 역사의 작성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건이 언제, 어떤 순서로, 누구에 의해, 어디에서,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판단이다. 역사에 필요한 것은 개연성이 아니라 현실이다.

그러나 기록된 자료가 없는 시대에 대한 역사는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구전 기록과 회고록만으로는 실제 역사를 구성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자화된 자료는 중요한 자료로 받아들일 수 있고, 그것을 통해 구전 자료뿐만 아니라 다른 문서와 대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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