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학원, 자사고 편성 분석
‘취업률' 좋은 의약대 등 몰려
대입개편 시 해결 여부 미지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에 참석해 선택형 수능 폐지 및 과목 통합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에 참석해 선택형 수능 폐지 및 과목 통합과 관련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비교적 상위권 학생들이 모이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3학년 학급 가운데 약 70%가 ‘이과’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을 통해 ‘이과 쏠림’을 해소해보겠다고 나섰지만, 수학 실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이과생들이 성적 상위권에 차지하고 있는 구도는 변치 않아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일 종로학원이 전체 사립고 3학년 학급 254개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69.3%인 176개 학급이 이과, 30.7%인 78개 학급이 문과였다. 지난해에도 자사고의 이과 학급 비율은 70.5%가 이과, 29.5%가 문과였다.

서울지역 자사고 가운데 학급편성 현황을 공개한 16개 학교의 현황을 보면 166학급 중 113학급(68.1%)이 이과로 분류됐다. 문과는 53학급(31.9%)에 그쳤다. 전국단위 자사고의 경우 7개 학교 3학년 59학급 가운데 42학급(71.2%)이 이과로, 지난해(72.1%)와 비슷한 비율이었다. 지방권 지역단위 자사고의 경우 이과 학급 비율이 72.4%였다. 특히 인천포스코고(87.5%), 보인고와 장훈고(83.3%), 세화고(81.8%), 대전대성고(80%) 등은 이과 학급 비율이 80%를 넘었다.

이처럼 ‘이과 쏠림’ 현상은 인문사회 계열 졸업생들의 취업이 어려운 점과 달리 의약학 계열과 공대 졸업생들은 미래 소득과 취업률 등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2022학년도부터 수능 수학영역이 ‘공통+선택과목’ 체제로 바뀌고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가 고착한 것도 수험생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표준점수는 수험생들의 원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계산한 것인데,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과목을 선택하면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이과 수학으로 불리는 ‘미적분’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문과 수학으로 불리는 ‘확률과 통계’보다 항상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수능을 보더라도 미적분 표준점수 최고점(148점)이 확률과 통계(137점)보다 11점이나 높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확률과 통계 응시생은 모든 문제를 다 맞아도 미적분 만점자보다 표준점수가 11점 더 낫게 된다. 이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은 고등학교 입학 전부터 사실상 진로를 ‘이과’로 정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 문제로 지적되자 정부는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들부터 적용되는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에서 모든 응시영역을 공통과목 체제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입시에 유리한 과목 위주로 선택을 유도하는 불공정이 컸다”며 “2028수능은 전국의 고등학교에서 공통으로 가르치는 핵심과목을 출제하고 모든 학생이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을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대입개편으로 ‘이과 쏠림’ 현상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결국 이과생들에게 유리한 구도는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과생과 이과생이 같은 수학 시험을 보게 된다면 수학 실력이 상대적으로 좋은 이과생들이 성적 상위권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 ‘불수능’이 될 경우 수학의 영향력은 오히려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