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배우 이선균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故) 배우 이선균의 발인이 엄수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배우 이선균씨가 지난달 27일 안타깝게도 사망했다. 이씨가 숨지면서 2개월간 진행됐던 관련 수사가 종결됐고, 여러 차례 소환조사에도 물증이 없던 경찰의 수사는 무리한 수사였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커지는 비난 여론에도 경찰은 약속이나 한 듯 관련 수사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씨는 자기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된 증거가 유흥업소 실장 A씨의 진술뿐이라며 줄곧 혐의를 부인해 왔다. 이씨는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A씨가 나를 속이고 마약을 줬다. 그게 마약인 줄은 몰랐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씨는 해당 사건으로 인해 협박받아 “3억원이 넘는 돈을 뜯겼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간이 시약검사(소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2차 정밀 검사에서 모두 마약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씨가 마약을 했다는 물리적 증거를 잡지는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이씨를 공개 소환해 포토라인에 세웠고, 검증되지도 않은 조사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억울해하던 이씨는 결국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시 종로구 와룡공원 근처에 세워둔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와 관련한 경찰 조사에 대한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봤다.

국과수 정밀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는 건 마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건데 수사를 계속 진행한 만큼 과도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김운용 변호사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에서 수사할 때 머리카락이나 소변을 가지고 검사해서 음성이 나오면 보통 수사를 중단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그런데 중단하지 않고 계속 수사를 진행한 부분에 있어서는 과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머리카락이나 체모의 경우 최대 1년 정도까지 마약 복용 여부를 알 수 있다”며 “국과수에서 정밀로 하는 것인 만큼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기 때문에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피의자에 대한 무죄 추정의 원칙이 이뤄지지 못한 점도 지적됐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의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받는다. 보안 유지 수사 과정에서 어떤 피의자의 무죄 추정 원칙을 바탕으로 공인이든 아니든 간에 노출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수사 과정에서 개인에 대한 사생활 노출이 너무 심하다. 피의자가 버틸 수 없을 만큼 개인의 신상과 관련한 내용이 너무 많이 노출된다”며 “이러한 내용이 언론에 나가면 재판받기 전에 이미 범죄자로 낙인이 찍혀버리게 된다. 이런 부분에 대해 앞으로 더욱더 주의하고 뒤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윤희근 경찰청장이 “경찰 수사가 잘못돼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의 수사가 이선균씨의 사망이란 결과를 내기 위해 한 것은 아니지만 사고가 발생했기에 잘한 수사라고 평가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정부 관료인 경찰청장이 ‘수사가 잘못됐다고 하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는 태도는 오만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 교수는 이씨 사망의 원인을 비율로 따지면 1순위는 A씨, 2순위는 일부 매체와 유튜브 채널들의 무분별한 사생활 보도와 ‘망신주기’, 3순위가 진술의 신빙성 판단에 실패한 경찰의 수사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한 인사는 이씨의 극단 선택이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원인이 아니라 이씨의 성향에 따른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닌데 경찰이나 검찰이 인권을 짓밟거나 협박하는 등 무리한 수사를 할 수 없다”며 “오히려 뻔뻔한 사람들은 죽지 않지만, 이선균씨는 착한 사람 같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고 가족한테 미치는 자신이 쌓아 올린 공이 무너진 것이 극단 선택에 영향을 준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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