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세계 평화 호소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25일 눈이 쌓인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신자들이 예수 탄생을 재현한 성탄 구유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25일 눈이 쌓인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신자들이 예수 탄생을 재현한 성탄 구유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25일 전국에서 성탄절을 기념하는 예배와 미사가 일제히 거행됐다. 이른 오전부터 개신교 교회와 천주교 성당을 각각 찾은 신자들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면서 전쟁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 해를 보내고, 세계의 안녕과 평화를 희망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날 자정과 낮 12시 두 차례에 걸쳐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의 집전으로 성탄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천지일보가 이날 오전 10시께 방문한 서울 종로구 명동대성당 앞엔 성탄절 미사에 참여하려는 신자는 물론 성탄절을 맞아 나들이를 나온 수많은 관광객까지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눈이 쌓인 가운데 신자들이 성탄 미사를 드리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8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눈이 쌓인 가운데 신자들이 성탄 미사를 드리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12.25.

곳곳에 설치된 성탄 트리와 장식 등에는 오전부터 내린 눈이 하얗게 쌓여 성탄절 분위기를 한층 살렸다. 따뜻한 음료를 들고 있는 연인부터, 루돌프 머리띠와 산타모자를 쓰고 부모에 안긴 어린아이 등 다양한 사람들이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설경을 구경하기도 했다.

낮 미사에 참석한 천주교 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고 사랑 실천을 다짐하면서 더 나은 내년을 희망했다.

올해 첫 명동성당을 찾았다는 세례명 ‘테레사’ 이모(81, 여)씨는 “예수님 탄생을 직접 성당에 와서 축하할 수 있어서 좋다”며 “예수님이 가르치신 것처럼 사람들을 마음으로 이해하고, 반성하면서 나를 되돌아 보며 한해를 마무리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대치동에서 왔다는 한 30대 남성은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내년에는 올해보다 좀 더 따뜻한 한해가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낮 미사 강론에 나선 정순택 대주교는 “성탄의 기쁨이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가난하고 소외된 분들과 위로가 필요한 우리 사회의 모든 분들에게 예수님의 탄생이 큰 희망과 힘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성탄 전야 미사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EPA 연합뉴스)
성탄 전야 미사 집전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출처: EPA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밤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성탄 전야 미사를 집전하며 “오늘 밤 우리의 마음은 평화의 왕이 다시 한번 무력 충돌과 헛된 전쟁의 논리에 거부당하는 베들레헴에 있다”면서 “오늘날에도 그분은 이 세상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스라엘이나 가자지구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민간인의 생명을 앗아가는 잔혹한 전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교황은 “정의는 힘의 과시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며 “예수는 힘의 과시를 통해 위에서부터 불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불의를 없앤다”고 밝혔다.

전국의 교회에서도 새벽기도회부터 종일 예배가 이어졌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비롯해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서초구 사랑의교회 등 대형 교회에서는 여러 차례 성탄 예배가 진행됐다.

성탄절인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성탄 축하 예배가 열리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성탄절인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대성전에서 성탄 축하 예배가 열리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는 “예수님은 태어날 때부터 초라한 마구간에서 태어나 말구유에 누웠다”며 “태어날 때부터 모든 사람을 섬기는 모습으로 이 땅에 내려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 친구가 되어줬던 예수님처럼 그의 사랑을 전하고 사람을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 성향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오후 4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은진교회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주제로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를 연다. 

성서한국, YMCA 안산 지부 등은 앞서 지난 22일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성서한국 사회선교사 박득훈 목사는 “군사력으로 힘없는 사람들을 눌러 침묵시키는 평화는 가짜 평화”라며 “누울 자리가 없어서 마굿간의 말구유에 누이신 아기 예수에게서 정의와 평화가 시작된 것처럼, 힘없고 나약한 사람들의 정의가 시작될 때 이 땅에 진정한 평화가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