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완전 가동엔 6개월 이상 걸릴 듯”

2010년 영변 핵시설 주변시설의 인공위성 사진. (출처: 연합뉴스)
2010년 영변 핵시설 주변시설의 인공위성 사진.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이 영변 핵단지 내 실험용 경수로(ELWR)를 십수 년 만에 최근 완공해 시운전에 들어간 정황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해 공개되면서 한미 당국이 우려하고 있다.

북한이 향후 실험용 경수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면 현재 영변에서 운영하는 원자로인 5MW 흑연감속로에 더해 플루토늄을 생산할 추가 수단을 확보하게 돼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北영변 핵시설 예의주시

외교부 당국자는 24일 “정부는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 핵시설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지난 21일 실험용 경수로 시운전 정황에 대한 IAEA 사무총장 언급에도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안보리 결의에 위반해 핵물질 생산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며 “작년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하겠다고 밝히고 탄도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는 등 한반도와 전 세계 평화·안정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북한 영변 경수로 시운전 정황에 대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관련 입장을 묻는 질의에 “안전 문제를 포함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답했다. 또 “북한의 불법적인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 21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이사회 개회사에서 “10월 중순 이후 경수로 냉각 시스템에서 많은 양의 배수가 관측됐다”며 “경수로의 ‘커미셔닝(원자로에 최초로 핵연료를 정전해 각종 시험을 하면서 출력을 높여가는 시운전’)과 일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변 실험용 경수로 최근 작동 확인

북한은 2010년께부터 영변에 실험용 경수로를 건설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초 북한이 공언한 완공 시점인 2012년을 훌쩍 넘겨 건설이 장기화했지만, 최근 들어 마침내 작동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잇따라 제기됐다.

IAEA도 이를 확인한 것인데, 북한이 향후 실험용 경수로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면 플루토늄 생산 능력은 종전보다 4~5배 증가해 핵무기 생산능력이 크게 늘 것으로 미국 핵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은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연소시켜 폐연료봉을 만든 뒤 재처리 과정을 거쳐 추출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특히 실험용 경수로는 현재 운용 중인 5MW 흑연감속로의 최소 수 배에 달하는 플루토늄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라는 관계 당국의 추산과도 궤를 같이한다.

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VOA에 북한이 영변 경수로를 가동할 경우 “이론상 연간 약 15~20킬로그램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기존 5메가와트(MW) 원자로보다 3~4배 더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양으로 생산 능력이 크게 증가한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지시한 핵탄두 보유량 ‘기하급수적’인 증대를 뒷받침할 또 하나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그간 영변 핵시설 곳곳에서는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지시를 반영한 듯 시설 확장과 개축 작업이 진행되는 상황이 계속 포착돼 왔다.

◆안정성 문제도 제기

영변 실험용 경수로의 안전성 역시 걱정 대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북한 핵시설이 북한 주민들은 물론, 역내 국가들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도 이날 안전성 문제를 언급했고, 로라 홀게이트 IAEA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달 IAEA 이사회에서 영변 실험용 경수로 시운전 정황과 관련해 “IAEA가 신규 원전 건설국에 제공하는 독립적 모니터링, 평가, 지원 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상당한 핵 안전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다만 실험용 경수로가 완전 가동에 들어가는 데는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하이노넨 스팀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플루토늄을 생산하려면 원자로를 테스트하고 출력을 조절하고, 원자로가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몇 가지 긴급 테스트를 거치는 등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면서 “이 기간에 약간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겠지만 본격적인 생산에는 좀 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핵 과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VOA에 “영변 경수로 가동의 가장 큰 의미는 북한이 핵 무기용 플루토늄 생산의 훨씬 큰 공급원을 갖게 된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가동을 시작하고 완전히 가동되려면 2년이 필요하겠지만, 완전히 가동되면 북한은 몇 배나 많은 플루토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성하면 한반도 비핵화 협상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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