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용 플루토늄 추출 수단 추가 시사

그로시 “북한 핵프로그램 진전 매우 유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출처: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북한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새로운 실험용 경수로가 처음으로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온수 방류는 원자로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원자로 내 핵 연쇄반응이 자생적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임계점은 원자로에서 원자핵분열 반응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임계점 도달은 원자로가 안정적으로 제어돼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 실험용 경수로에서 온수가 배출됐다는 건 북한이 이미 가동 중이던 영변의 5MW 원자로에 더해 더 큰 경수로가 작동을 시작했다는 징후라는 설명이다.

북한은 수년 동안 핵무기 제조를 위한 플루토늄을 생산하기 위해 영변에 있는 5WM 원자로에서 사용 연료를 재처리해왔다.

영변의 5WM 원자로는 북한의 핵무기 제작과 관련된 핵심 시설로, 여기에서 가동 후 나오는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이 추출된다.

이는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추가됨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원자로에 접근할 수 없으면 원자로의 작동 상태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IAEA는 지난 2009년 북한이 사찰단을 추방한 이후 현재까지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주로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을 관측하고 있다.

IAEA는 지난 10월부터 영변 핵시설 실험용 경수로에서 강력한 냉각수 유출이 있었다며 이는 원자로 가동이 계속되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로시 사무총장도 최근의 징후들은 물이 따뜻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경수로(LWR)는 다른 원자로와 마찬가지로 사용후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재처리 과정에서 분리될 수 있어 우려 대상”이라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 진전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제임스 마틴 비확산 연구 센터(CNS)의 연구원들도 이 원자로가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결론을 내리고, 이것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의해 금지된 핵무기 프로그램을 위한 “핵물질의 중요한 원천”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과학국제안보연구소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이 경수로가 “연간 플루토늄 20㎏ 정도의 비율로 플루토늄 양이 급증할 수 있다”며 “이 비율은 인접한 소형 원자로보다 4~5배 더 크다”고 추정했다.

이 연구는 북한이 제조 중인 장치의 종류와 사용 중인 연료에 따라 31개에서 96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원자로 가동 소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번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통해 대미 압박에 나섰고, 이어 “적이 전략무기로 도발할 경우 핵 공격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전해진 것이다.

북한은 6번의 핵실험을 했고, 마지막 핵실험은 2017년이었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에서의 활동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사용할 탄두 소형화를 추진하면서 핵무기 실험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수개월 간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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