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내정자, 국토부 시작으로 LH·건정연 등 섭렵
경기침체·공급둔화·PF대출경색·LH혁신 등 현안 산적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12.4. (출처: 연합뉴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23.12.4.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차기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명되면서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박 내정자는 국토부 출신으로, 국토부 관료 출신 장관은 이명박 정부 당시 권도엽 장관 이후 약 10년 만이다.

특히 고금리와 고물가로 건설 및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신임 국토부 장관이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관건이다.

◆국토부 거쳐 LH 사장까지 역임

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신임 국토교통부 장관 내정자를 지명했다. 박상우 전 LH 사장이다. 박 신임 장관 내정자는 지난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는 고려대 행정학과와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조지워싱턴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가천대에서 공학박사를 받은 건축행정 전문가다.

박 내정자는 지난 1983년 27회 행정고시로 당시 건설교통부에 입직했고, 주택정책과장, 건설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이후에는 주택토지실장, 기획조정실장을 맡는 등 국토부에 잔뼈가 굵은 행정관료다. 그는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원장을 겸해 지난 2016부터 건설주택포럼 회장직을 맡았고 같은 해 3월부터 3년여간 LH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2.5. (출처: 연합뉴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2.5. (출처: 연합뉴스)

◆침체 분위기서 ‘반전 카드’ 되나

업계관계자들은 부동산과 건설 시장이 모두 침체된 만큼 신임 국토부 장관이 ‘반전 카드’가 될지 기대하고 있다. 박 내정자가 국토부와 LH, 건정연 등 관련 부처와 조직을 두루 섭렵한 이력이 있어서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반짝 회복기를 지나 다시 위축 국면으로 가는 중이다. 특히 건설사들은 경기 악화로 신규 공급을 주저하는 상황이다.

인허가 실적과 착공 실적도 전년 대비 급감했다. 국토부의 10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1~10월 누계 전국 주택 인허가는 27만 3918가구로 전년보다 36.0% 줄었다. 누계 착공 실적은 14만 1595가구로 57.2% 감소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착공부터 준공까지 2~3년 걸리는 걸 감안하면 2~3년 후에는 주택공급 대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고금리 기조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경색으로 자금줄이 막힌 중소건설사들도 위기 상황이다. 올해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총 512곳, 이 중 부도 처리된 건설사는 14곳이다.

박 내정자는 5일 정부과천청사로 향하는 첫 출근길에서 “지금 부동산시장은 제가 판단하기에는 굉장히 아래쪽으로 내려오는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 규제 완화의 입장을 갖고 시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선행지표들이 안 좋은 신호들을 보여 조만간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며 “3기 신도시를 조기에 착수해 빨리 공급한다든지 재건축·재개발 사업 중 지체되고 있는 것들을 빨리 진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천지일보 2023.08.06.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천지일보 2023.08.06.

◆‘실효성’ 갖춘 LH 혁신안 가능성도

일각에선 박 내정자를 두고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 사태로 불거진 LH 전관예우 문제 등을 개혁하기 위한 적임자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 내정자가 LH의 수장으로 3년간 역임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LH 사장으로 임명됐고, 정권이 문재인 정부로 넘어간 후에도 자리를 지켜 임기 3년을 채웠다.

업계 관계자들은 “LH를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이 혁신의 선봉으로 선 만큼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LH 혁신안’이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올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아파트 중심 공급 확대”

박 내정자는 비(非)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펴겠다는 방향성도 제시했다.

박 내정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전통적인 방법과 더불어 공급 형태를 다양화하겠다”면서 “도심에서 소규모로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이 빠른 시간 내에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과거 오랫동안 갖고 있던 ‘아파트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지난 30~40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은 아파트 중심으로 내 집을 가져야 한다는 공통적인 정서가 있는데, 사실 집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곳이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세 사기와 관련해선 “전세 시장의 투명성에 문제가 있고 거래 안정성이 아직 담보되지 못하는 구조적 결함이 있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이런 문제를 세심히 들여다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일각에선 건설 및 부동산 시장이 직면한 위기가 정책보다는 물가와 기준금리 변동 등 전반적인 거시경제 상황으로 벌어지는 결과라 국토부 장관이 바뀌어도 개선될 여지가 적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출처: 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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