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전 합류 늦어 애초 힘든 승부
민·관·정, 원팀으로 막판까지 총력
전 세계에 부산 제대로 알린 계기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 발표 당일인 28일 오후 8시 30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성공 유치를 기원하는 대규모 시민응원전이 펼쳐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29.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 발표 당일인 28일 오후 8시 30분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성공 유치를 기원하는 대규모 시민응원전이 펼쳐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3.11.29.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부산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팔레 데 콩코드 디시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리야드에 승리를 내주며 2030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다. 각계의 반응은 실망스럽지만, 마지막까지 부산의 저력을 보여줬다며 ‘졌지만, 잘 싸웠다’고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다.

부산은 애초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본다는 전략을 세웠으나 1차 투표에서 90표 차이로 허무하게 끝나 안타까움을 더했다.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숨죽이며 결과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곳곳에서 탄성과 함께 허탈한 표정을 보였으나 끝까지 잘 싸웠다며 정부와 부산의 노력에 격려를 보냈다.

부산시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도 패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도전 의지를 다졌다. 박형준 시장은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산시민과 충분히 논의해 2035년 엑스포 유치 도전을 합리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재도전 의지를 비쳤다. 그는 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정해놓고도 사우디보다 1년 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점을 패인으로 꼽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야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선 점이 뼈아프다고 분석했다.

박 시장은 “외교가에서 국가 간 약속을 뒤늦게 바꾸는 일이 쉽지 않았고 초반 열세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며 “오일 머니를 앞세운 경쟁국의 유치 활동에 대응이 쉽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원팀이 전 세계에 부산을 알리고, 세계 여러 나라와 부산이 협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에 엑스포 유치 무산에 실망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며 “함께 뛰어온 모든 분의 땀과 눈물과 노력과 열정을 오롯이 기억하고 도전하면 우리는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전했다.

시는 2030엑스포 유치와 함께 추진해온 가덕도신공항 조기 개항 등 부산의 핵심 현안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정부, 정치권과 소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실·국장 이상 고위 간부를 대거 교체해 침체한 분위기를 쇄신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를 비롯해 경제계, 시민단체도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글로벌 중심도시 부산의 도약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엑스포 유치와 함께 추진됐던 가덕도신공항 조기 완공과 북항 재개발, 산업은행 부산 이전까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부산의 발전과 더불어 명실상부한 세계 속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정의당 부산시당도 “아쉬운 결과지만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노력해 온 박 시장과 시민운동본부가 수고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민생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라고 말했다. 진보당 부산시당은 “부산시민들이 보여준 역동성이 이번 세계박람회 유치전에서 그치지 않고 지방소멸 대응과 부산 재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국민의 단합된 유치 노력은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시민공감은 “이번 계기를 반면교사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며 “부산은 2030엑스포 패배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부산엑스포의 재도전을 검토하고 발 빠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치전에는 늦게 뛰어들었지만, 부산의 도전은 9년 전에 시작됐다. 서병수 전(前) 부산시장이 2014년 취임 직후 2030세계박람회 유치를 선언하면서부터다. 이후 2019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지정하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졌고 이후 2020년 6월 ‘2030부산월드엑스포 범시민유치위원회’의 설립과 함께 가속화됐다.

박 시장은 2021년 6월 프랑스 파리로 직접 날아가 BIE에 2030세계박람회 유치 신청서를 제출한 뒤 국내에서 135개국, 393명의 회원국 인사를 만났고, 해외에서는 51개국 104명과 유치 교섭을 활발히 펼치며 총력을 다했다. 지난해 윤 정부가 세계박람회 유치를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탄력이 붙었고 이후 1~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됐다. 지난 4월 부산을 방문한 BIE 실사단은 “부산은 엑스포를 개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췄다”며 부산의 잠재력을 치켜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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