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모만 744조 ‘역대 최고’
1인당 평균 4억 1800만원 빌려
1년새 연체액·연체율 모두 급증
금리 인상에 이자부담 커질 듯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코로나19 사태를 버텨온 자영업 다중채무자들이 속속 한계를 맞고 있다. 최근 1년 새 이들의 대출 연체액은 2.5배가량 뛰어 13조원을 넘어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은 22일 “한국은행의 ‘시도별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작년 2분기 말(700조 6천억원)보다 6.2% 늘어난 743조 9천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수도 177만 8천명으로 1년 전보다 3.2% 늘어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이 기간 연체액과 연체율은 13조 2천억원, 1.78%로 집계됐다. 1년 전(5조 2천억원, 0.75%)보다 각각 약 2.5배, 2.4배 불어 역대 최대·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국 자영업 다중채무자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 1800만원으로, 2020년 1분기(4억 3천만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한은은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더해 전체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분석했다.
이들 가운데 다중채무자는 가계대출 기관 수와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경우다. 이 자료에서 연체액은 원리금을 1개월 이상 갚지 못한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액 전체로 정의됐다. 연체율은 연체액이 전체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한은은 “연체가 시작된 만큼,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다중채무자의 특성상 해당 대출자가 보유한 모든 대출을 잠재적 최대 연체액으로 간주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 시도 중 자영업 다중채무자 평균 대출액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로 1인당 6억 300만원에 이르렀다. 뒤를 이어 대구(4억 9100만원), 경기(4억 2800만원), 부산(4억 2700만원), 제주(4억 2700만원)도 전국 평균(4억 1800만원)을 웃돌았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전체 대출 잔액이 1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뛴 곳은 세종(44%, 5조 6천억원→8조원)이었고, 대출자 증가율 1위 역시 세종(53.5%, 1만 3천명→2만명)이 차지했다.
자영업 다중채무자 전체와 1인당 대출 잔액이 모두 역대 최대인 만큼, 금리가 높아질수록 이들의 이자 부담도 빠르게 불어날 전망이다.
한은이 자영업 다중채무자 대출 규모(2분기 말 743조 9천억원)와 변동금리 비중(추정치 64.5%)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금리가 0.25%p 높아질 때마다 전체 이자는 1조 3천억원, 1인당 평균 이자 부담 증가액은 연 73만원으로 추정됐다. 금리가 1.0%p 오르면 전체와 1인당 평균 이자는 각 5조 2천억원, 291만원 오르게 된다.
금융당국은 자영업자들이 한계에 내몰린 만큼 은행권에 직접적 이자 감면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 이후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절박한 상황을 고려해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에서 이자부담 증가분의 일정 수준을 직접적으로 낮춰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기간 급격히 늘어난 이자부담 등으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은행권이 역대급 이익을 기록한 만큼, 건전성을 해치지 않고 감내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이자부담 경감 방안을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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