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 시 필요한 조치 강구”
9.19 군사합의 문제만 나열
NSC 상임위, 北위성 동향 점검

(서울=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 강호필 작전본부장이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 관련 대북경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3.11.20
(서울=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 강호필 작전본부장이 20일 서울 용산 국방부에서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 관련 대북경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3.11.20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합동참모본부는 20일 북한을 향해 “현재 준비 중인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또 강행 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이르면 이번주 3차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할 거란 관측이 나오는 데 대한 대북 경고 성명이라지만 그 보다는 ‘필요한 조치’, 즉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를 위한 ‘빌드업’ 과정으로 보인다. 

합참의 사전 경고 행태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군 안팎에선 실제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감행할 경우 현실화될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북측 탓으로 돌리기 위한 셈법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대북 경고 성명 낸 군

강호필 합참 작전본부장은 이날 국방부에서 발표한 대북 경고 성명을 통해 "북한이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강 본부장은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모든 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우리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도발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우리의 경고에도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한다면 우리 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인지 강 본부장은 필요한 조치로 9.19 군사합의 효력 문제를 일일이 나열하면서 대북 경고 메시지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합참의 이번 메시지가 대북 경고가 아닌 9.19 합의 효력 정지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한마디로 명분쌓기용 아니냐는 얘기다.

그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이후 다수의 남북 합의를 지속해서 위반해왔다”면서 “북한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인 9.19 군사합의도 유명무실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2020년 11월 창린도 해안포 사격을 시작으로 중부 전선 최전방 소초(GP) 총격 도발,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의 미사일 발사, 수도권 지역으로의 소형 무인기 침투 등 9·19 군사합의 조항들을 명시적으로 위반했다”면서 “북한은 9.19 군사합의 준수 의지가 없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9.19 군사합의에 따른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우리 군의 감시·정찰 활동을 제한하는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은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9.19 군사합의에 따라 우리 군의 접적지역 정보감시 활동에 대한 제약을 감내하는 것은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크게 저해함으로써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尹정부, 9.19 효력 정지 밀어붙이는 배경은

9.19 군사합의 문제는 지난 연말 북한 무인기 남하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영토를 침범한다면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 여부를 검토할 것을 지시하면서 불거졌다. 관련 부처도 법률 검토 작업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극우 인사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내정됐을 때 군사합의 폐기 입장을 밝히면서 본격화됐다. 당시 9.19 군사합의가 존폐기로에 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는데, 현행 남북관계발전법 23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정지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윤 정부의 9.19 군사합의 폐기 주장의 핵심은 대북 정찰 능력 제한이라지만 남북 간 국지전 발발을 제한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훨씬 크다는 해석이 많다. 윤 정부는 이후에도 갈라치기를 통한 여론전을 지속적으로 펼쳐왔고 최근에는 한미 국방장관이 9.19 군사합의에 대한 효력정지 문제를 논의했다. 지난주 개최된 한미안보협의회(SCM)가 계기가 된 것인데, 다만 9.19 군사합의에 대한 내용이 SCM 공동성명에는 빠졌다.

게다가 한국은 SCM에서 정부의 관련 입장을 설명했고, 미측은 이를 경청했다”고만 알려져 사실상 미국이 거부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래서인지 인제는 9.19 합의의 ‘일부’ 조항 효력 정지를 운운하며 북한이 정찰위성을 발사하면 대북 정찰능력을 제한하는 조항의 효력을 정지해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정찰작전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9.19 군사합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윤 정부와 보수 세력을 통해 자주 제기되는 배경을 두고 내년 총선용 안보장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끊이질 않는 논란으로 코너에 몰려 있는 윤 정부가 접경지역의 국지도발 가능성을 유발하는 등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며 보수 세력 결집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윤 정부가 일단 한발 물러섰지만 그간 의도적으로 폐기, 파기라는 강한 표현을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정권 자체의 정체성이라는 풀이도 있다. 가치 외교란 걸 앞세워 미일에 밀착하고 중러와는 적대관계로 돌리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란 건데, 특히 이번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윤 정부의 외교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다. 중국이 미국과 일본과는 회담을 하면서도 한국을 만나지 않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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