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물가 16년 만에 최고↑
먹거리·외식물가도 크게 올라
서민 체감도 높은 품목 관리
가공식품 사무관급 전담자 둬
슈링크플레이션 부작용 우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2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바구니를 들고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2.08.0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바구니를 들고 제품 가격표를 살펴보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최근 생활물가가 빠르게 치솟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부가 품목별 물가 관리에 나섰다. 빵과 우유 등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28개 품목의 가격을 매일 상시점검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밀착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을 줄이거나 질을 낮추는 방식의 ‘꼼수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운송장비·개인운송장비 운영·운송서비스 등 교통 물가지수는 117.48(2020=100)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2.0% 상승한 규모로 올해 1월(2.9%)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지하철·버스·택시·항공 요금 등의 운송서비스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9.1% 오른 데 기인했다. 운송서비스 물가는 2007년 4월(9.3%) 이후 16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운송서비스 중 지하철 요금(도시철도료) 물가가 9.2% 올랐고, 철도 여객수송 물가도 6.3% 올랐다. 시내버스료(11.3%), 시외버스료(10.2%), 택시요금(20.0%)이 포함된 도로 여객수송 물가는 1년 전보다 13.8% 올랐다.

생필품인 먹거리 물가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우유 물가는 122.03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3%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있던 2009년 8월(20.8%) 이후 14년 2개월 만의 최고치다.

설탕은 17.4%, 아이스크림은 15.2%, 커피는 11.3% 각각 올랐다. 설탕은 2년 전인 2021년 10월과 비교해 34.5% 올랐고 아이스크림은 23.8%, 커피는 23.0% 각각 상승했다.

빵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5% 올랐지만 2년 전보다 21.6% 상승했다. 식용유 물가는 1년 전보다 3.6% 오르는 데 그쳤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47.9% 높았다.

라면 물가도 1년 전 대비 1.5% 하락했지만 2년 전보다 10.0% 높고 스낵 과자는 1년 전보다 0.9% 내렸지만 2년 전보다 12.7% 높았다. 밀가루 물가는 1년 전 대비 0.2% 내리긴 했지만 2년 전보다 36.5% 높았다. 두 품목 모두 물가가 이미 올라 있는 상태에서 최근 소폭 하락한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이상 저온으로 사과(72.4%), 생강(65.4%) 등 일부 농축산물 가격도 급등해 시민들의 물가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외식품목 가격도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서울 기준 김밥 가격은 지난 9월 3215원에서 10월 3254원으로, 비빔밥은 같은 기간 1만 500원에서 1만 577원으로 각각 올랐다.

김밥과 비빔밥 가격은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김밥 가격은 작년 7월 2969원에서 작년 8월 3046원으로 올라 3천원대를 기록하고 있고, 비빔밥 가격은 작년 12월 9923원에서 올해 1월 1만원으로 올라선 상태다. 나머지 6개 품목의 외식비는 9월과 동일했다. 다만 이미 많이 올라 서민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음식서비스 물가도 크게 올랐다. 지난 10월까지 음식서비스 물가는 작년 동기보다 6.4% 올랐다. 피자(11.5%), 햄버거(9.6%), 김밥(8.9%), 라면(8.6%) 등이 많이 올랐다. 음식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7.7% 올라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물가 전망은 불투명한 상태다. 중동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원/달러 환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큰 식품기업들의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시민 체감도가 높아 기존에 관리하던 19개 품목에 9개 품목을 추가해 28개 민감 품목의 가격을 상시 점검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배추·사과·달걀·쌀 등 농축산물 14개 품목, 햄버거·피자·치킨 등 외식 메뉴 5개 품목, 우유·빵·라면·아이스크림 등 가공식품 9개 품목이 이에 해당된다.

특히 이번 상시 점검 대상이 된 가공식품 품목은 사무관급이 ‘물가 관리 전담자’로 지정됐다. 이들은 관련 품목 생산 업체, 소비자단체와 소통하며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정부가 전격적으로 물가 안정에 나선 가운데 업계가 가격 인상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 방식은 물가 안정 효과에 회의적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을 줄이거나 질을 낮추는 방식의 ‘슈링크플레이션’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풀무원은 지난 3월 핫도그 제품 가격은 그대로 둔 채 한 봉당 개수를 5개(500g)에서 4개(400g)로 줄여 논란이 됐다. 농심(오징어집·양파링), 동원F&B(양반김·참치캔), 해태(고향만두) 등도 지난해와 올해 제품 함량을 줄여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홍기석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정부가 물가 관리를 개별 품목이나 산업별로 통제하는 방식은 맞는 방향으로 보긴 힘들다”며 “전통적으로 통화정책 등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정부는) 경기 우려로 개별 통제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홍 교수는 “예전부터 정부가 써오던 방법이긴 하지만 선진적인 방법으로 보긴 어렵다”며 “이에 따라 슈링크플레이션 같은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을 봐선 물가가 서서히 내려갈 거라고 예상을 하는 것 같다”면서도 “그전에 지금 물가 상승 압력이 있으니까 이를 조금이라도 빨리 안정시키고 싶어 개별 품목을 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