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용 변리사

항아리(pot)에 돈(jack)을 가득 채운 것을 잭팟(jackpot)이라고 해 포커에서 돈다발이 쌓인 것을 싹 쓸어가면서 대박났다는 의미로 사용되곤 한다.

2016년 한미약품은 1조원 규모로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과 항암신약의 라이선스를 계약했다. 2022년 1월 에이비엘바이오는 1조 2천억 규모로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 질환 치료 이중항체 후보물질에 대해 사노피와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출신인 김용삼 박사가 창업한 진코어가 2022년 1월 글로벌 제약사와 3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제3자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경우도 있고, 같은 생명연 최인표 박사가 면역세포의 일종인 NK 세포를 대량 생산해 폐암이나 백혈병 등 치료 기술로 인게니움테라퓨틱스에 2022년 3월 1545억원에 기술이전 된 사례도 있다.

2021년 11월 에이프릴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인 룬드벡과 자가면역질환치료제로 5400억원에 달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2022년 12월 말에는 레고켐바이오가 1조 6천억원 규모로 미국 다국적 제약사 암젠에 항체-약물 복합체 플랫폼 기술이전을 했는데, 12건의 기술 이전·옵션 계약으로 누적 계약 금액이 6조 5천억원에 달한다.

2023년 11월에는 빈혈 치료제와 당뇨병 치료 신약을 각각 일본과 미국에 기술이전한 경험이 있던 종근당이 노바티스와 1조 7천억 규모의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잭팟을 터뜨리는 비결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꾸준한 연구개발의 투자와 관리인데, 종근당의 경우 매년 매출액 대비 12% 이상의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해온 것이다.

기술이전은 양도, 실시권 허락, 기술지도, 공동연구, 합작투자 또는 인수와 합병 등 방법으로 기술보유자로부터 이전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오픈이노베이션 등으로 연구개발비나 인력 비용 절감, 연구 위험을 감소시키고, 신제품 출시를 가속화하는 등 해결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지만, 거래나 공동연구 등으로 외부 기술 확보보다는 내부에서 자체 해결하려는 기업이 80% 이상이나 된다.

공동연구나 기술지도, 합작투자의 사례로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을 발굴하고 홍보하도록 정부의 역할을 기대한다. 국내외적으로 볼 때, 시스템 반도체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글로벌 마켓의 4%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실정이고 GPU 클러스터 시장의 8할을 이미 NVDIA가 차지하고 있으므로 중요 요소 분야에서 우리가 잘하는 분야에 대한 글로벌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급하다.

무엇보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이나 공공기업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을 수 있는 문턱을 과감하게 낮추고 나아가 친근감을 줘야 한다. 기술을 제공받는 입장에서도 함께 협업해 더 큰 열매를 추후 성공하면 같이 나눌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기술이전 기여자에 대한 상당한 보상이 기술이전의 질과 양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무료로 선행기술과 상표, 디자인을 찾아볼 수 있는 웹사이트, 키프리스에서도 기술이전을 희망하는 기술제공자가 있다면 표시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우리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특허 검색을 했는데, 이들 특허가 기술이전 의사가 있다면 구태여 개발할 필요없이 이 기술을 구매해 신제품 출시도 앞당기고, 제품 수명 주기도 늘릴 수 있겠다.

2020년부터 최근 3년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기술료 수입은 1657억원 수입으로서 과기 25개 출연연 기술료 수입의 47%를 차지할 정도로 높고, 과기 최초로 만든 기술사업화전문투자기관도 있다. 지속적으로 출연연에서의 기술료 수입 상승과 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과 배려가 뒷받침 돼야 자주 더 크게 잭팟을 터뜨릴 수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