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을 1000명 늘리는 방안을 이번주 내놓기로 했다. 정원 확대는 고교 2학년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적용된다. 국내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에 묶여 있는데 19년 만에 대폭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당초 정부는 2000년 의약 분업으로 줄었던 의대 정원 351명(10%)을 원상 복구하거나, 정원이 적은 지방 국립대 의대를 중심으로 500여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의사 부족이 심각해 지방의료가 붕괴 직전이고, 소아과·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 분야 지원자가 없어 환자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대폭 늘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가 커지는 점까지 감안됐다고 한다.

2020년 국내 의대 졸업자는 인구 10만명당 7.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6명)의 56%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씩 늘려도 2035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한의사 제외)가 2.88명으로 같은 해 OECD 평균(4.5명)의 64%에 그친다고 한다. 의대 졸업자는 OECD 최하위권이지만 의사 수입은 OECD 최상위권이다. 의사 수가 부족해서 생긴 기형적인 구조인 것이다.

제대로 된 의사 1명을 키우려면 1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의대 입학 정원 증원과 함께 현재 의대생들이 필수의료 분야로 진로를 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단기 처방도 필요하다. 현재 필수의료 분야는 병원에 가도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환자가 너무 많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은 전공의 지원 미달로 필수의료 인력 공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특정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원인부터 해소하기 위해 의료 수가 인상 등 물적 보상을 제대로 해주고, 응급수술에 따른 법적 책임과 경제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정부는 이번에 의대 정원이 적은 지방 국립대와 소규모 의대 정원을 두 배 가량 늘려 붕괴 수준인 지역 의료를 정상화할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 지방 국립대 의대와 병원은 소규모이고 열악한 상황인데, 정원을 늘려줘 각 지역의 거점 병원 역할을 맡겨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는 지방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도 급하지만 의대 졸업생들이 지역에 머물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 의대를 졸업한 뒤 수도권으로 몰리는 지금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과 떨어진 지방 병원들은 고액의 급여 제공을 내걸어도 의사 영입이 힘들다. 지방 병원 여건 개선이 당장 어렵다면 서울로 환자 이송을 위한 헬기 등 이동 체계를 갖춰줄 필요가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들은 의대 대폭 증원에 대해 정부의 방침에 적극 협조를 해야 한다. 의사 수 증가는 국민 건강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점에서 무조건 반대만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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