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정치를 하는 데는 진실이나 정의가 반드시 민심을 지배하지 못한다.’ 그만큼 민심 얻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지난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 보선에서 공익제보자 여당 김태우 후보가 정치 초년생이며 경찰 간부 출신인 민주당 진교안 후보에게 큰 표 차로 패배했다.

이번 총선은 여야 사활을 걸다시피 한 총력 대결로 비쳤다. 그래도 여당은 이재명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기대를 하고 김 후보를 특별 사면하면서까지 재출마시켰다. 이것이 국민에게 첫째 독선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 아닌가.

여당이 패배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대통령이 해외 여러 나라를 다니며 훌륭한 외교 성과를 거두고 대기업 오너들과 함께 수출증대에 여념이 없었으면서도 이런 공과는 민심을 얻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미국, 일본 등 전통적 자유우방과 안보 유대를 공고히 한 성과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안보를 걱정해온 국민에게 안도감을 줬다. 그러나 전통적인 야 지지층인 40~50대의 장벽을 깨뜨리지는 못했다.

그다음 패인은 경기 침체에 대한 국민의 반여 정서였다. 지금 직장에서 내몰린 청년과 40~50대는 갈 곳이 없다. 은행 고금리로 그동안 살아왔던 주거공간을 경매당하는 일이 많다. 가정과 삶이 일순간 무너지는 세대들이 누구를 원망하고 있을까. 여당이 과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이유로 삼는 것은 변명이며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

강서 지역과 비교적 번화한 마곡지구 소상공인들에게 여당 후보는 인기가 없다는 여론이 있었다. 왜 이들 소상공인들이 여당 후보를 외면하고 야당 후보를 밀어준 것일까.

김 후보를 외면한 것은 작은 불법도 용납 못 한 원칙 행정을 집행했기 때문이다. 행정의 책임자가 올바르게 법을 집행하는 것은 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후보는 한 번쯤 이들의 고정을 이해하는 유연함을 보였어야 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장관을 임명하는 인사에서는 국민의 정서와는 거리가 먼 일방통행을 고집했다. ‘인사가 만사’라는 작은 섭리도 실천하지도 못하고 있다.

야당의 반발은 그렇다고 해도 국민의 눈 잣대에도 맞지 않는 이들을 잇달아 장관직에 임명하는 무리수를 썼다. 대통령을 보좌하고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들에게 책임이 있다.

대한민국에 그렇게도 인물이 없는가. 과거 이명박 시절 비호감을 얻은 인물들을 또 각료로 임명하는 잘못을 에스컬레이션 하고 있다. 이는 윤 대통령 정부의 참신성을 외면한 구태의연한 행태다.

대통령은 청렴해야 하며 공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정치는 이런 원칙만을 가지고는 민심을 얻을 수 없다.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이 있기 마련이다.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도 돌아봐야 한다. 그것이 정치의 요체이며 고래로 선현들이 말해온 득인심의 요체가 아닌가.

이번 강서구 보선이 주는 준엄한 민심의 심판을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여당은 환골탈태해야 하며 이번 보선을 거울삼아 인적 쇄신도 해야 한다. 패기 넘치는 40~50대 새로운 기수들을 앞세워 국민이 진정 바라는 바닥 민심이 무엇인가를 들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독선 이미지를 줘서는 안 된다. 귀를 활짝 열고 참모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대통령실이 토론의 광장이 돼서는 안 되지만 유능한 참모들이 활발히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 지시사항만을 수첩에 적는 경직된 참모회의를 가지고는 난국 타개의 지혜를 찾을 수 없다.

장기간 경기 침체와 은행의 고금리 등 국민의 삶은 한계에 와 있다. 대통령과 장관 그리고 집권당은 새로운 정책을 내놓아야 하며 그늘진 곳에 달려가 어렵게 살고 있는 서민들을 우선 보살펴야 한다. 이번 강서구 보선을 거울삼아 국정을 혁신해야 내년 총선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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