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수영 대표팀, 메달 22개 합작
‘투톱’ 황선우‧김우민 스타 등극
돌풍 배경엔 체계적 훈련‧팀워크
파리서 새로운 역사 써낼지 주목

지난달 29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김우민이 역영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김우민이 역영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한국 수영이 황금기를 맞았다. 그 성장세가 눈부실 정도다. 박태환 키즈의 유쾌한 반란이라 할만하다.

한국 수영 대표팀은 지난달 24∼29일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경영 종목에서 무려 메달 22개를 따냈다.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를 수확했다. 금메달 숫자로 보나 총 매달 개수로 보나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른바 ‘황금 세대’의 출현이다. 추석 연휴와 맞물려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건 단연코 한국 수영이었다.

‘금메달이에요. 금메달!!!’ TV 화면으로 전해지는 한국 선수들의 금빛, 은빛 역주는 한반도를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고, 언론 매체도 숨가쁘게 관련 소식을 전하며 ‘한국 수영의 부활’을 온종일 알렸다.

한국 수영 대표팀 메달 개수. ⓒ천지일보 2023.10.11.
한국 수영 대표팀 메달 개수. ⓒ천지일보 2023.10.11.

◆금6개 등 역대급 성적 낸 韓수영

그야말로 한국 수영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한국 수영 대표팀의 두드러진 성과는 무엇보다 자신감 확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세계적 클라스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도 입상으로까지 확인되자 내년 파리올림픽까지 그 여세를 이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58개의 메달(금 28개)을 휩쓴 중국은 아직까지 넘보기 어렵지만, 아시아 수영 2위를 자부하던 일본(30개)은 거의 잡았다. 금메달 수는 한국이 일본보다 1개가 더 많다. 한국 대표팀이 아시안게임에서 일본보다 금메달을 많이 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선수는 한국 대표팀 ‘투톱’으로 볼 수 있는 황선우(20)와 김우민(22·강원도청)이다. 스타 탄생이다. 두 선수 모두 이번 대회가 첫 아시안게임 출전인데, 첫 대회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황선우는 항저우에서 메달 6개(금2·은2·동2)를 획득했다.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에서 각각 7개를 목에 건 박태환에 미치지 못했지만, 아시아에서 정상급 실력이라는 점을 확실히 입증했다.

김우민은 첫 아시안게임부터 남자 계영 800m, 자유형 800m, 자유형 400m에서 각각 금메달을 따내 3관왕에 올랐다. 한국 수영 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차지한 건 최윤희(1982년 뉴델리), 박태환(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에 이어 세 번째다. 김우민은 자유형 1500m에서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앞으로 장거리 실력을 더 키우면 다음 대회에서는 4관왕 도전도 가능하다.

항저우는 한국 수영으로서는 여러모로 기억할 만한 대회다. 한국 신기록 14개를 작성했고, 금메달은 남자 자유형 쪽에 집중됐지만 은메달과 동메달은 다양한 종목에서 골고루 나왔기 때문이다. 박태환과 같은 독보적인 스타에 의존한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10명의 선수가 개인 종목에서 시상대에 올랐고, 중국과 일본의 전유물과 같았던 단체전 종목에서는 무려 6개의 메달(금1, 은3, 동2)을 거뒀다.

남자 자유형 50m 지유찬(21·대구시청)이나 남자 접영 50m에서 백인철(23·부산시 중구청)의 깜짝 금메달은 물론, 여자 배영 선수로서 메달 5개(은메달 1개·동메달 4개)를 쓸어담은 이은지(17·방산고)도 눈에 띈다.

수영 선수 박태환. (출처: 뉴시스)
수영 선수 박태환. (출처: 뉴시스)

◆황금세대 탄생 배경은

항저우에서 놀라운 성과를 낸 이들 황금 세대가 어떻게 탄생했을지 이목이 쏠린다. 한국 수영 대표팀은 2000년 중반 혜성같이 나타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등 세계 무대에서 눈부시게 활약했던 ‘마린보이’ 박태환의 영향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SBS 수영 해설위원을 맡았다.

당시 수많은 시민이 ‘수퍼스타’ 박태환의 등장에 환호했고 동시에 그의 발자취는 유소년 수영 선수들의 꿈이 됐다. 이후 10년여 만에 2021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이름을 알린 황선우를 포함해 박태환을 보고 자란 소위 ‘박태환 키즈’가 파란을 일으키며 등장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 3관왕에 오른 김우민은 2001년생으로 불과 스물 둘이며, 황선우는 2003년생으로 올해 나이 스물에 불과하다. 백인철 역시 2000년생으로 스물 셋으로 주력 선수들이 모두 20대 초반의 나이다. 박태환과는 달리 이들 황금 세대는 동료들과 함께 외롭지 않은 싸움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수영 대표팀의 성적이 팀워크에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팀워크가 중요한 혼계영 및 계주에서 메달을 획득한 게 단적인 예인데, 각기 선수들의 선의의 경쟁과 팀워크를 통해 전체적인 분위기와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었고 이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는 대한체육회의 투자와 올해 초 국외 전지훈련을 2차례 지원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은 대한수영연맹의 노력 등과 기존의 주먹구구 방식이 아닌 체계적이고 시스템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해 선수들의 기량을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체크할 수 있게 되면서 가능해졌다는 분석과도 궤를 같이한다.

올해 들어 경기력이 부쩍 늘었던 것도 체계적인 훈련과 같이 훈련했던 선수들 간에 화학적 결합이 잘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 황금 세대는 올해 2월 6주 동안의 호주 전지훈련에서 호주 수영 대표팀 코치 출신 리처드 스칼스의 지도를 받으면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들은 체격도 상당히 좋다. 이전까지 박태환(184㎝) 등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한국 수영은 키가 170㎝ 중‧후반대였다. 하지만 황선우(187㎝)와 김우민(182㎝) 등 핵심 선수들을 비롯해 양재훈(25·강원도청·190㎝)과 이호준(22·대구시청·184㎝) 등은 대부분 180㎝가 넘는다. 전체적으로 전력이 강해진 이유인데, 팔다리가 길수록 터치와 영법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하다고 한다.

[항저우=뉴시스] 황선우가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 결선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3.09.27.
[항저우=뉴시스] 황선우가 27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200m 결선 경기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2023.09.27.

◆파리 무대 기다리는 황금세대

역대 최고 성과를 남긴 수영 대표팀의 전성시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번 대회 좋은 기록을 남긴 주역들은 대부분 2000년대 태어난 20대 초반 선수들인 만큼 1년 앞으로 다가온 파리올림픽에서 수영 대표팀에 충분히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이들 황금 세대가 향후 세계 무대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항저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앞으로 목표로 할 것은 내년 프랑스에서 펼쳐질 파리올림픽 무대라는 것인데, 세계 최강 중 하나라고 불리는 중국 수영과 맞붙어도 비등비등했다는 점에서 한국 수영이 2024년 파리에서 얼마만큼의 새로운 역사를 써낼지 벌써부터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의 격차는 상당하지만 지금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한국 수영의 황금기임을 다시 한번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현재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수단에 더해 그보다 더 어린 학생 선수들의 성장도 한몫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과 다양한 훈련, 대회 경험이 이뤄져야 하며 이와 관련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조언이 많다. 다만 현재도 황선우는 자유형 200m에서 2년째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고, 김우민과 이호준도 세계 정상권에 접근하고 있다.

향상된 실력과 성적은 자신감도 이끌어냈다. 일례로 김우민은 3관왕을 작성한 지난달 29일 “세계대회와 다를 바 없이 아시안게임에도 워낙 강한 중국팀이 있고, 일본이 조금 부진했지만 워낙 시스템도 잘 돼 있는 나라라서 충분히 배울 점도 많다고 생각한다”라며 “세계적인 무대에서도 아시아 선수들이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항저우에서 한국 수영의 부흥을 알린 이들 황금 세대는 이제 박태환과 나란히 서기 위해 2024 파리올림픽을 향한 물살을 가르기 시작한다. 이들은 또 다른 누군가의 꿈이 될 것이다. 한국 수영의 미래가 밝은 건 이 때문인데, 불모지에서도 ‘할 수 있다’라는 걸 입증했기에 꿈은 지속될 게 분명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라는 한가위 연휴를 맞아 마침 항저우에서 연일 숨가쁘게 전해져 온 한국 수영의 금‧은빛 낭보(朗報)는 한국민을 벅차게 했다. “글쎄”라던 게 “설마…”로 바뀌고 “할 수 있다”가 됐을 때 사람들의 외침은 환희로 가득했다. 수영 선수들의 당당한 모습과 시원시원한 미소도 팬들을 즐겁게 했다.

(항저우=연합뉴스) 28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800m 결승에 출전한 김우민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28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800m 결승에 출전한 김우민이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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