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등 4대 고궁 가족·연인 ‘인산인해’… 외국 관광객도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인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이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인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이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9.

[천지일보=임혜지, 이승찬 기자] “와~ 궁궐이다! 엄마, 여기가 임금님이 살았던 곳이에요?”

추석 다음날이자 추석 연휴 사흘째인 30일 경복궁, 덕수궁 등 서울 주요 고궁을 비롯해 도심은 아이 손을 붙잡고 나들이를 나온 가족부터 연인,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종일 북적거렸다.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 창덕궁. 이른 시간이었지만 경내에는 이미 가족, 연인, 친구, 외국인 관광객 등 인파가 자리를 잡고 궁궐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 바빴다.

경복궁 역시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복궁 주차장은 오전부터 차를 세울 곳이 없을 만큼 주차장이 만원이었다. 경복궁 옆 삼청로 2차로는 주차 자리를 기다리는 차들로 긴 행렬이 이어졌다. 

경복궁 앞에서 취타대의 연주와 함께 ‘수문장 교대의식’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군중들이 몰려 들었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하자, 아버지들은 아이가 의식을 잘 볼 수 있도록 목마를 태우기도 했다.

이날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창경궁 4대 고궁에서는 붉은 용포를 입은 임금님부터,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꼬마 숙녀, 연인들까지 알록달록한 ‘한복’으로 한껏 멋을 낸 관람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궁궐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며 추억을 남기고, 경내를 거닐며 고궁의 정서를 만끽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인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관람객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인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관람객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9.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홀로 휴가를 보내러 서울에 왔다는 애니(30)씨는 “도시에 이렇게 아름답고 화려한 전통건축물이 완벽하게 보존된 게 놀랍다”며 “일본 여행은 갔어도 한국 여행은 처음인데 1박 2일 동안 이곳 저곳 돌아다녀볼 것”이라고 했다.

학교 친구 2명과 함께 창덕궁을 방문한 프랑스인 유학생은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과 궁궐이 잘 어우러져 보기 좋다”고 말했다.

추석 연휴를 맞아 생애 첫 궁궐을 방문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자녀 교육을 위해 고궁을 방문한 이도 있었다. 김해에 살고 있는 김성애씨는 이번 추석 연휴 기간 4박 5일 일정으로 13살 딸과 8살 아들과 함께 서울 여행에 나섰다고 했다.

김씨는 “차례를 없애고 생애 첫 서울 여행을 왔다”며 “책으로만 궁궐을 봤던 아이들이 실물로 보고 싶다고 해서 궁궐을 찾았는데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김씨의 옆에 있던 딸도 “서울 나들이는 처음인데, 궁궐이 이렇게 큰지 몰랐다”며 밝게 웃었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가위 한마당 행사에서 한 어린이가 엄마와 윷놀이를 즐기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가위 한마당 행사에서 한 어린이가 엄마와 윷놀이를 즐기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경기 부천에 사는 김준형(47, 남)씨는 아들의 생일을 맞아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경복궁을 방문했다고 했다.

김씨는 “최근 사업 때문에 너무 바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질 못했었다”며 “마침 아들 생일이기도 하고 추석이라 옛 고궁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서 오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직접 고궁을 보며 아이에게 역사도 알려줄 수 있고, 오랜만에 좋은 추억 남겨준 것 같아서 오길 잘한 것 같다”고 웃었다.

할아버지와 첫 추억나들이를 나온 3대도 있었다. 김포에서 경복궁을 방문한 김동주(80, 남)씨는 “손녀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경복궁을 구경시켜준다고 해서 오게 됐다”며 “오랜만에 고궁도 보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담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김한비(20, 여)씨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명절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나온 건데 다들 좋아해 기쁘다”며 “귀한 명절에 행복한 시간 즐기며 좋은 기운을 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자식들과 명절행사를 마치고 오붓하고 궁궐 데이트를 즐기러 나온 중년 부부도 있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왔다는 최모(55)씨는 아내와 함께 한복을 입고 고궁을 방문했다. 아내와 함께 손을 잡고 걷고 있던 그는 “아내가 사극을 좋아해서 명절이나 연휴 때 종종 고궁을 방문했다”며 “비가 와서 당황하긴 했지만, 금방 그쳐서 다행”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혼광객(혼자관광객)도 있었다. 사진을 찍어달라고 요청한 손모씨는 “혼자서 여행 다니느 것을 좋아한다”면서 “이번에는 멀리는 못가고 서울 4대 고궁을 돌면서 머리를 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고궁 외에도 명동 등 서울 도심은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사람들로 북적였다. 북한산과 청계산 등 서울 시내 유명산 등산로 역시 쾌청한 가을 날씨를 만끽하러 온 등산객들로 북적였다. 서울 외곽 유명 테마파크 등도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붐볐다.

추석 연휴 셋째 날인 30일 오후, 대전 중구에 위치한 테마파크 대전오월드에 나들이객이 붐비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추석 연휴 셋째 날인 30일 오후, 대전 중구에 위치한 테마파크 대전오월드에 나들이객이 붐비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야외뿐 아니라 영화관 등 실내 데이트를 즐기는 시민들도 많았다.

이은빈(29, 여) 씨는 “휴일이라 전날 늦게 잤더니 오후 2시에 눈이 떠졌다”며 “이렇게 하루를 끝내긴 아쉬워서 저녁에는 가족들과 영화를 보러 갈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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