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여개 단체, 시민 등 한자리에 모여
“원전 사고 반복되기 전 핵발전 끝내야”
참가자들, 다양한 소품 들고 기후행진

(서울=연합뉴스) 23일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9.23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이 남영역 방향으로 행진 중 바닥에 눕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9.23
(서울=연합뉴스) 23일 서울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9.23기후정의행진’에서 참가자들이 남영역 방향으로 행진 중 바닥에 눕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9.23

[천지일보=김민희 기자] ‘위이이이잉’

23일 오후 서울 도심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자 3만여명의 시민들이 아스팔트 위에 죽은 듯 드러누웠다. 기후 위기로 인한 멸종 상황을 표현한 ‘다이인(Die-in) 퍼포먼스’였다. 3분여의 시간이 흐른 뒤 참가자들은 영국의 록 그룹 퀸(Queen)의 ‘We will rock you’ 음악에 맞춰 손뼉을 치면서 일어났다.

923기후정의행진 조직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923기후정의행진’을 열었다. 이날 집회는 ‘위기를 넘는 우리의 힘’이란 슬로건으로 열렸다.

500여개 단체와 시민 등 주최 측 추산 3만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그린피스, 두레생협, 한국YWCA연합회 등 단체들은 본 집회에 앞서 ‘기후정의’를 주제로 다양한 부스를 운영했다.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2가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피겟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3.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2가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피겟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3.

923기후정의행진은 ▲기후 재난으로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 보장 ▲핵발전과 화석연료를 공공 재생에너지로, 노동자 일자리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 실현 ▲철도 민영화 중단 및 공공교통 확충 ▲신공항 건설과 국립공원 개발 사업 중단 ▲대기업과 부유층 오염자의 책임을 묻고 기후 위기 최일선 당사자의 목소리 청취 등 5가지 요구사항을 내세웠다.

일본에서 온 반핵아시아포럼의 사토 다이스케 사무국장은 본 집회에서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아시아 각국의 탈핵 운동에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핵발전에 맞서 싸울 것이고 결국 승리할 것이지만 가능한 한 빨리 승리해야 한다”며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대형 사고가 반복되기 전에 핵발전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2가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심각해지는 이상기후 문제를 알리기 위한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천지일보 2023.09.23.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2가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심각해지는 이상기후 문제를 알리기 위한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다. ⓒ천지일보 2023.09.23.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아직 끝나지 않은 4대강 사업으로 우리 강은 여전히 신음하고 있고 케이블카부터 공항까지 우리 국토는 무수히 파헤쳐지고 있고 바다의 회복탄력성은 어느 때보다 취약하고 위험한 지경”이라며 “언제까지 성장과 개발이 지상 과제로 군림해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정 사무처장은 “지금 필요한 건 멈춤과 중단”이라며 “우리를 둘러싼 자연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더 큰 대오로 어긋난 정부 정책에 맞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핵발전과 화석연료를 공공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전소 노동자의 일자리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국노총 공공노련 탈석탄 일자리위원회의 송민씨는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은 기후환경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발전소 부지와 함께 사라지는 노동자의 삶을 정부가 나서서 보호하고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2가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일본대사관 등을 거쳐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3.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2가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일본대사관 등을 거쳐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3.

이날 행진은 정부서울청사와 용산 대통령실 두 방향으로 나눠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기후 위기 내일은 늦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 ‘녹는 자신의 아이스크림은 남이 도와주지 않습니다. 자신의 아이스크림 같은 존재 지구! 나 자신이 행동할 때입니다’ ‘기후 위기 못 막으면 어린이들 못 지킨다. 지금 당장 기후 정의’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검은색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석탄발전소 굴뚝, 석탄을 가득 실은 손수레, 노란색 핵폐기물 통, ‘북극 빙하가 녹고 있습니다’라고 적은 이글루 얼음조각 스티로폼 등 기후 위기 상황을 표현한 다양한 소품도 보였다.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2가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일본대사관 등을 거쳐 가는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3.
[천지일보=이한빛 기자] 23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2가에서 열린 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일본대사관 등을 거쳐 가는 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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