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개 나라 새 회원국 합류
멕시코, 브릭스 가입 안 할 듯
“범아메리카·달러 결속 흔들어”
브릭스국과도 우호 외교 추진

[요하네스버그=AP/뉴시스] 미국 등 G7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는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오는 20일(현지시간) 미 뉴욕에서 유엔 총회를 계기로 별도의 외무장관 회담을 진행한다. 사진은 지난 8월23일 남아공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2023.09.19.
[요하네스버그=AP/뉴시스] 미국 등 G7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는 브릭스(BRICS) 국가들이 오는 20일(현지시간) 미 뉴욕에서 유엔 총회를 계기로 별도의 외무장관 회담을 진행한다. 사진은 지난 8월23일 남아공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2023.09.19.
편집자 주

신흥국 연합인 브릭스(BRICS)가 덩치를 키우고 있다. 4년 만에 열린 이번 대면 정상회의에서 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에티오피아·이집트·아르헨티나 등 6개 나라를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다. 브릭스 국가들 전체 인구는 당초 세계 인구의 42%, 세계 GDP의 23%를 각각 차지했지만, 6개국 가입 이후 GDP는 36%, 총인구는 46%로 더욱 늘어났다. 바야흐로 브릭스가 다극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를 재편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도래했다는 평가다. 멕시코 등 다른 신흥국들도 선택의 기로에 섰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남미 멕시코 출신 사울 세르나 박사가 보내온 글을 번역해 게재한다. 세르나 박사는 멕시코 푸에블라 소재 아메리카스대학교에서 미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한국 강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울 세르나 박사.
사울 세르나 박사.

지난 2009년 당시 주요 신흥 경제국들이던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BRICS)은 생산 부문을 강화하고 각자의 국민복지 증진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다섯 나라는 당시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3%, 인구의 42%, 무역의 16% 이상을 차지했다. 이 전략적 협력은 매력적인 경제 통로가 됐다.

이어 지난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 총회에서 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에티오피아·이집트·아르헨티나 등 6개 나라가 새 회원국으로 합류했다. 이후 기존 브릭스 회원국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커진 새 브릭스의 GDP가 구매력 평가지수(PPP) 기준으로 전 세계의 36%, 총인구가 전 세계의 46%로 크게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덩치를 키운 브릭스는 ‘브릭스+’로 불릴 예정이다. 이들 신규 회원국 이외에도 알제리와 베트남, 방글라데시, 쿠바 등 20여 국가들이 이미 블록 가입을 공식 요청한 상태다.

◆브릭스보다 서방 선호하는 멕시코

멕시코는 이런 지구촌 지정학의 변화를 보면서도 기존의 국제관계와 무역협정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을 기본 외교통상 기조로 삼고 있다. 멕시코는 세계 경제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50개국과 14개 자유무역협정(FTA) 및 기타 국제협정을 맺은 네트워크를 보유했다. 1억 3000명 이상의 인구 규모를 가진 멕시코는 브릭스와 같은 블록에 가입하려는 다른 국가들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애당초 브릭스 회원국이 될 의사가 없었다.

실제 지난달 8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대통령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또는 스페인어로 T-MEC)’의 혜택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멕시코의 브릭스 가입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거부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캐나다 정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며 “멕시코는 우수한 시장인 이들 국가와 근접해 있어 이들과 협력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적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브릭스 블록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물론 다른 나라들의 참여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또 “멕시코는 경제적인 이유와 인접성, 지정학적 고려 때문에 북아메리카 동맹, 나아가 남북 아메리카 전체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멕시코의 입장은 인접 지역 내에서 관계를 심화하고 기존 국제협정을 유지하면서 북미 지역의 주요 무역 파트너와의 관계를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확장하는 브릭스에 가입 않은 이유

사실 창립 이래 브릭스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 왔다. 브릭스는 ‘경제적 북반구(Global North)’인 선진국과의 상호작용에서 ‘경제적 남반구(Global South)’ 국가들의 견해와 불만을 표현하기 위한 포럼 역할을 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해 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출처: 뉴시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출처: 뉴시스)

이런 점이 국제경제 및 금융시스템 개혁을 추구하는 멕시코를 비롯한 등 많은 개발도상국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멕시코 대통령은 다른 경제 블록에 합류함으로써 북미와의 무역 관계를 위태롭게 한다고 보고, 브릭스 가입에 관심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멕시코 대통령의 입장은 유럽연합(EU)과 유사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미주 전역의 통합을 제안하는 것. 이 비전은 천연자원의 교환과 노동력, 기술, 근접성, 역사적 유대의 결합 등 대륙에서 찾을 수 있는 수많은 공통점을 기반으로 한다.

◆브릭스 가입 여부 떠나 유대 관계 구축

멕시코는 모든 사람과의 우정을 추구하고 유지하는 것을 비전으로 삼아, 항상 모든 국가에 문호를 개방해왔다. 이런 점에서, 멕시코가 브릭스 가입을 추진했다면 모든 국경 간 거래에 심각한 변화와 혼란을 초래했을 공산이 크다.

결론적으로 멕시코는 미국·캐나다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기로 했다. 북미와의 공고한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메리카 국가들의 경제협력은 당초 브릭스 5개 회원국과 최근 새로 합류한 6개 새 회원국, 수십여 예비 회원국들이 브릭스 정체성을 공유하면서 가장 많이 논의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러나 멕시코는 모든 브릭스 회원국들이 미국 달러가 세계 최강 무역 통화로 남길지 말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멕시코는 분리 중립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브라질과 특혜관세 협정을 맺고 있으며, 라틴아메리카통합협회(ALADI)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또 인도와 전략적 의제를 유지하고 중국과 ‘투자 촉진 및 상호 보호에 관한 협정’을 맺었다. 러시아와 남아공과는 구체적인 무역협정이나 기타 협정이 없지만, 그간 이들 국가와의 상품 교환이나 외교 관계를 방해받은 바가 없다.

지정학적 변화에 직면한 멕시코는 그간의 기조처럼 상업적 관계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헤게모니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브릭스(BRICS, 신흥 5개국)가 반(反)미 반서방 연대 구축을 놓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화상으로 연설하는 모습. 앞서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의에 가 있는 것보단 러시아에 남아있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대면 회의 대신 화상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AP/뉴시스) 2023.08.23.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헤게모니의 대항마로 떠올랐던 브릭스(BRICS, 신흥 5개국)가 반(反)미 반서방 연대 구축을 놓고 파열음을 내고 있다. 사진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각)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화상으로 연설하는 모습. 앞서 푸틴 대통령은 “브릭스 정상회의에 가 있는 것보단 러시아에 남아있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대면 회의 대신 화상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AP/뉴시스) 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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