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적자와 서자의 논란을 보는 듯하다. 최근 서울대 학부·대학원 재학생과 졸업생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SNULIFE)’에서 서울대 학부생이 아닌 서울대 대학원생은 퇴출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면서 논란이 일었다. 일부 정보의 부적절한 외부 공개가 발단이었다. 일부 학생은 ‘순혈주의(純血主義)’를 내세우며 타대 학부 출신 서울대학원생에 대해 ‘학력세탁층’이라는 등의 인신공격까지 했다. 서강대 출신인 대통령이 서울대학원생이 돼도 쫓아낼 기세다.

내부에서도 반(反)지식인의 태도라는 목소리가 있긴 했지만, 사실 서울대뿐 아니라 이른바 명문대마다 비슷한 현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우리 사회에서 명문대 출신이 갖는 권력이란 때론 상상 이상이다. 그러나 국민이 존경하는 지도자 중에 명문대 출신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국민이 따르는 지도자는 대부분 어려운 환경을 뚫고 고학으로 자수성가한 사람들이다. 늘 부족함을 느끼고 노력하며 배움에 힘쓰는 그들에겐 학벌과 우월주의가 아닌 인품과 진짜 지식이 있다.

예로부터 바람직한 지식인상으로 ‘선비정신’이 거론돼 왔다. 이론의 토대는 맹자가 말한 ‘호연지기(浩然之氣)’다. 가치관의 확립을 위해 맹자는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다른 사람의 주장에 시비를 가릴 줄 아는 판단력을 기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내적으로 꾸준한 도덕적 실천을 통한 자부심과 기개를 갖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저절로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호연지기’ 즉, 탁 트여 외물에 구애되지 않는 당당한 삶의 자세가 나온다고 했다. 서울대생에게 우리 사회가 바라는 것은 학벌을 벼슬 삼아 우월감으로 울타리를 치고 남을 배척하는 소인배의 모습이 아니라, 도덕적 자질과 트인 사고를 가진 지도자의 면모다. 진짜 실력을 갖춘 자는 누구도 배척하지 않으면서도 당당하다. 서울대학원이라는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학우마저 수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사회에 나온들 누구를 품고 이해할 수 있겠는가. 지성에 앞서야 할 인성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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