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울산 중학교가 수행평가 과제에 특정 종교를 폄훼하는 글을 실어 논란이 됐다.

‘4개 형제 종교 간단 비교’라는 주제로 유대교, 기독교(천주교·개신교), 이슬람교에 관해 실린 글의 지문 중 논란이 된 부분은 이렇다.

‘하느님은 원래 한국 민족의 하늘님의 고유신앙 명칭인데 천주교가 훔쳐간 용어다. 하나님은 신이 하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들 유일신은 다 지네(자기네) 신을 안 믿으면 다 죽여버리라는 속 좁고 배타적인 신이다’고 적었다. 또 기독교에 대해 ‘예수를 안 믿으면 다 죽여 버리고 배척한다. 예수만 믿으면 민족·인종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슬람교는 ‘형제종교인 유대교, 기독교는 세금만 내면 종교 자유를 주었으나 기타 종교는 다 죽여버림’으로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특정 종교를 깎아내리고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으며, 해당 종교를 믿는 학생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항의했다. 학교 측은 “인터넷에서 종교 관련 자료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내용을 확인하지 않아 벌어진 실수다”며 “결코 비하 의도는 없었고 해당 과제는 평가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특정 종교에 대해 이토록 배타성이 농후한 글을 실수로 게재했다는 주장은 솔직히 석연치 않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시교육청은 ‘종교 수업 시 신중을 기하고 종교적 중립을 지켜 교육하라’는 공문을 각 학교에 보낼 방침이라고 한다. 학생이 교육자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전달받은 특정 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일생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특정 종교 폄훼 문제는 교사에게만 맡겨서 될 일이 아니다. 단일 민족이던 한국도 이미 다문화, 다민족 국가가 된 지 오래다. 이로 인해 종교도 더 다양해지고 있다.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샤를로 에브도 사건 같은 참사를 막고 사회 안정과 평화를 지속하고자 한다면 특정 종교 폄훼를 금하는 구체적이고 중립적인 종교교육 지침 마련은 결코 늦출 일이 아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