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평양 로열패밀리들의 호화찬란한 사생활이 세상에 적나라하게 알려진 건 지난 1982년 김정일의 처조카 이한영씨가 대한민국으로 망명한 뒤부터였다. 그의 입을 통해 우리는 김정일의 후처 고영희와 그 동생, 그리고 대동강 로열패밀리의 모든 것을 낱낱이 알아내게 됐다. 그러나 그 당시의 김정일 일가의 호화찬란은 오늘에 생각해보면 사치도 아닌가 싶다. 또 그 당시 북한에 굶어 죽는 사람은 최소한 없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근래 김정은 일가의 사치스러운 행각은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김정은 로열패밀리들의 외국 방문 시 드러나는 사치와 낭비의 절정은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15일 러시아 비행기 공장에 방문했을 당시 들었던 가방이 1000만원에 육박하는 프랑스 명품백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16일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전날 김 위원장과 함께 전투기 공장 방문 현장에 등장한 김 부부장의 손에는 검은색 가방이 들려 있었다. 이 가방을 보면 프랑스 고가·사치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의 제품으로 추정되는 특유의 무늬와 장식물이 확인된다. 이 제품의 라지 사이즈 제품은 디올 공식 온라인몰에서 96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어찌 디올뿐이겠는가. 김여정과 이설주 등 평양 로열패밀리들의 집에는 명품들이 짐짝처럼 쌓여있을 것이다.

디올은 제품에 대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한 백으로, 까나쥬 스티칭이 장식된 블랙 울트라 매트 송아지 가죽의 퀼트 텍스처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톤온톤 메탈 D.I.O.R. 블록 참이 우아한 매력을 더하다”고 소개했다. 목격자들은 “조선중앙통신 사진 속 가방의 퀼팅 문양이 온라인몰의 제품 사진과 미세하게 다른 느낌이지만 이는 현장 조명의 각도에 따른 것으로 보이며 브랜드를 표방하는 금속 참(고리에 매달린 장식물)은 동일한 모양”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 일가의 명품 사랑은 여러 차례 알려진 바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도 지난 3월 ‘화성-17형’ 시험발사 참관 당시 240만원 상당의 디올 제품으로 추정되는 검은색 외투를 입은 모습이 포착됐다. 과거 김 위원장도 스위스 명품 브랜드 시계 콤비를 손목에 차고 있는 모습을 몇 차례 보였다. 북한이 식량 부족과 경제난을 겪는 상황에 김 위원장 일가가 이처럼 명품을 애용하는 모습은 논란이 됐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김정은 일가에게 이 정도는 약과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일찍이 후지모토 겐지란 일본 요리사가 쓴 책에 보면 김정일 일가, 그러니까 오늘의 김정은의 형제와 김여정은 일반 주민들로서는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는 알래스카 캐비어를 비롯해 산해진미로 식탁의 다리가 부러질 상황이었다. 그러고도 김정일은 줴기밥에 쪽잠을 자며 인민들과 고통을 함께 나눴다고 늘 사기쳤다. 평양에서 누구에게 자신들의 대단함을 자랑할 수 없는 로열패밀리들은 김정은의 외국 순방을 그 ‘자랑의 날’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지난 2018년 싱가폴 북-미정상회담 때도, 또 그 이듬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때도 북한의 현송월과 수행 여인네들은 별도 셔틀버스를 불러 명품점을 쇼핑했다. 나갈 때 핸드백 하나 들었던 그들은 호텔로 돌아올 때는 양손에 든 짐이 마치 ‘이불 짐’같이 컸다. 과연 그들은 명품점에 가서 무엇을 샀을까? 우선 이설주의 명품 핸드백에 김주애의 명품 옷, 그리고 고위 간부들과 예술인들에게 줄 명품 시계와 화장품 등을 잔뜩 구매했을 것이다.

‘인민정권’이란 사상누각을 세워놓고, 인민의 복무자로 자처하는 평양의 집권세력-로열패밀리의 자화상은 이렇다. 그들은 쌀 한 줌이 없어 굶어 죽는 인민들의 피눈물 나는 생활은 안중에도 없다. 벌써 4년째 평양종합병원은 수술 장비 등을 사들여 오지 못해 개관을 못 하고 있다. 총리까지 바꿔가며 병원 하나 개관하지 못하는 나라 북한, 그 깊숙한 곳에서 집권세력의 총아 로열패밀리들은 온갖 사치와 과소비의 마약을 흠뻑 빨아들이고 있다. 이런 권력 집단이 80년 집권으로도 모자라 500년, 1000년 집권을 주절거리고 있다. 평양의 로열패밀리여 들으라, 당신들의 집권은 이제 2~3년 정도 남은 것 같다. 다시 전쟁국가 러시아의 블럭에 매달려 무기판매로 외화를 벌어 사치의 행각을 이어갈 그대들의 일장춘몽을 신은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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