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새우알을 한자로 하란(蝦卵)이라고 하며, 새우알로 담은 젓갈을 하란해(蝦卵醢)라고 한다. 하란해는 대하 즉 왕새우의 알로 담근 것으로, 주로 젓갈만 안주로 먹거나 두부찌개나 죽순채를 요리할 때 조금 넣어 맛을 돋우는 데 쓴다.

담원(薝園) 정인보(鄭寅普, 1893~1950) 선생은 담원문록(薝園文錄)에 ‘姜君歲致蝦卵 今夏尤美 作詩寄謝 강군이 해마다 새우알젓을 보내는데 올여름 더욱 맛있기에 시를 지어 사례하다’라고 한 것으로 보아 새우알젓은 적어도 1950~1960년대 이전까지 먹었던 음식이다.

특히 전라북도 군산시 회현면 오봉리에서는 전통적인 함정 어업 도구인 찌기를 활용해 하란 새우를 잡아 하란을 만들었다고 한다.

새우가 알을 낳는 11월경 새우를 잡아 알을 채취한 다음 채취한 알을 발효시켜 저장 보관한 음식이다. 일반적으로 조그마한 꿀단지에 엉겨 붙은 하란 젖을 보관하는데 마치 고약과 같이 반고체의 유동체 형태를 유지한다. 집에 손님이 올 경우 하란 젖을 한 수저 떠서 뚝배기 그릇에 담고 약간의 물과 백하 젖을 섞어 저어준 후 밥을 짓는 가마솥에 넣으면 하란이 부풀어 올라 마치 달걀찜처럼 되는데, 색은 붉은색을 띠며 맛은 달걀찜보다 좋았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행해졌다는 하란 채취는 1960년경 중단됐다고 한다.

조선 중기 미식가로 알려졌던 허균(許筠, 1569~1618)은 도문대작(屠門大嚼)에서 대하는 서해에서 나며, 평안도에서 나는 새우알로 젓을 담그면 아주 좋다고 했다.

영조 10년(1734) 5월 24일 희정당에서 도제조 서명균(徐命均), 제조 송인명(宋寅明), 부제조 김성응(金聖應), 기사관 이광제(李光躋) 등이 입시하여 서명균이 아뢰기를 “학꽁치 젓갈(細魚醢)을 전에 혹 드셔 보았습니까?”하니, 상이 이르기를 “모든 젓갈 종류는 본래 좋아하지 않는다. 새우알(蝦卵)이 좋다고 하나, 역시 즐기지 않는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만큼 영조는 비위가 약해 새우알 조차도 즐기지 않았던 것이다.

새우알이 서해에서 주로 나기 때문인지 정조때까지도 ‘감동해, 세하해, 하란해는 매번 내의원의 관문(關文)으로 인해 봉진했는데 몇 항아리인지 몇 두인지는 한결같이 관문의 내용에 따랐으므로 원래 정해진 수가 없고, 근래 들어서는 여섯 차례나 일곱 차례 봉진하였습니다. 하란해는 해주, 연안, 배천, 황주, 봉산, 재령, 안악(安岳), 장련(長連) 등 8개 읍이 나누어 담당하였습니다’라며 매년 봉진하는 일이 어렵고 폐단이 너무 크다는 황해감사의 건의를 받아들인 정조가 더이상 하란을 봉진하지 말라고 명한 바 있다(‘일성록’ 정조 14년(1790년) 8월 18일 기사).

19세기의 학자 이규경(李圭景, 1788∼1863)이 쓴 백과사전 형식의 책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하란골동반(蝦卵骨董飯)이 나오지만, 하란젓은 조선시대는 물론 그 이후에도 누구나 맛볼 수 있는 음식은 아니었다.

하란이 얼마나 귀했던지 일종의 뇌물로 관가에 들이기도 했다. 평안 감사 유언호(兪彦鎬)의 장계에 ‘개천 군수(价川郡守) 이격(李格)이 본관의 형(兄)이라는 말을 듣고, 하란 1두(斗)를 마련하여 개천에 가서 연줄을 대어 관가에 들였습니다(‘일성록’ 정조 11년 2월 24일).’

1940년에 나온 조선요리학(朝鮮料理學)의 필자인 홍선표(洪善杓, 1872~?)는 새우알젓이 얼마나 귀하고 비싼 음식인가를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음식 가운데 가장 귀중하고 고가(高價)인 것을 꼽자면 새우알젓, 숭어, 어란, 표고 등이 있는데, 이것은 맛도 있지만 값도 상당히 비싼 까닭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도 주저하고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니, 하물며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는 먹을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할뿐더러 하란젓 같은 것은 구경조차 못했다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고 했다(동아일보 1937년 10월 4일 자).

새우알젓이 이와 같이 귀하고 비싼 이유는 어류학자인 유수(流水) 정문기(鄭文基, 1898~1995)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전라북도 옥구, 경기도 수원, 평안남도 한천(漢川) 지역 등의 특산인 하란 즉 새우알젓은 천하일품이어서 술안주로는 젓갈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하지만 새우알젓은 몇 백 마리의 어미 새우에서 겨우 한 주먹을 제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알을 채취할 수 있는 시기도 일정하게 정해져 있어서 얻기가 대단히 어려운 음식이어서 가격도 아주 비싼 것이다(동아일보 1939년 5월 12일 자).

새우알젓을 먹는 법에 대해서는 1924년에 위관(韋觀) 이용기(李用基, 1870~1933)가 쓴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새우알젓은 다른 음식이나 식재료와 함께 곁들여 먹는 것이 아니며, 진간장을 넣고 오래 개서 술안주로 먹으면 아무도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또 새우알젓이 오래되면 덩어리가 지고 표면에 곰팡이가 피지만, 속은 말갛기 때문에 간장에 섞으면 먹을 수 있다’면서 이용기 자신은 하란젓이 게알젓보다 몇 배나 맛이 좋다고 평했다. 하란젓 중에 제일 값이 많이 나가는 것은 새우알젓 한 사발에 새우 알이 한 동이, 소금이 3되나 든다고 했다. 또한 간장을 넣지 않고 산사편처럼 썰어서 술안주로 쓰면 더욱 좋고, 두부찌개에 밤톨만큼만 넣고 끓여도 한 뚝배기가 되며 죽순채, 즉 죽순 나물을 조리할 때도 하란젓이나 새우 알을 넣어 먹으면 아주 좋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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