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김정은, 푸틴 만나러 러시아로
포탄-핵기술 ‘무기 빅딜’ 촉각
2015년 때와 겹치는 현 상황

대러 무기 수출 표면화된다면
미사일·핵 확산 가능성도 커져
전 세계 군사·경제안보도 위협

2019년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2019년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핵심요약]

◆그간의 북러 행보와 의미

지금은 2015년 5월 상황과도 겹쳐진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결국 불참했고 국방상이 숙청됐다. 북한이 러시아에 요구한 것이 관철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즉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행사의 흥행을 위해 러시아 측에서 요청하고 북한 측은 그 대가로 무언인가를 요구했음을 그리고 그 거래가 막판에 무산됐음을 시사한다. 이후 최근 러시아 국방장관이 북한에 방문했다. 러시아가 갑작스럽게 방북을 결정한 배경에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뜻한다. 행사가 끝난 이후 김 위원장은 중요 군수 공장들을 방문해 대량 생산목표치를 제시했다. 북한의 무기 수출이 활성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핵 확산도 우려되는 이번 방문

전 세계의 핵무기는 핵확산 방지협약(NPT) 체제로 관리돼 오고 있다. 이 체제에서 핵확산에 대한 5개국의 공조는 강력하다. 그런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에 5개국의 공조가 약화한 듯한 인상을 풍긴다. 여기에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이 표면화되면 자연히 미사일과 핵의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평가된다. 미국이 김 위원장의 방러 정보를 선제적으로 공개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015년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표면으로 드러난 무기거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전 세계의 경제안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미국의 엄중한 경고와 국제사회의 견제 속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결국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대면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미 행정부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김 위원장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고 처음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둘은 예상을 뒤엎고 아무르주(州)에 있는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났다. 이들이 돌연 방향을 틀어 우주기지에서 만난 건 우주기술·무기거래를 포함한 군사협력 의지를 과시하고자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방문에 김 위원장은 군사위성·핵추진잠수함-포탄 담당자들을 대거 대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방에서 촉각을 세우는 ‘북러 간 무기 빅딜’의 의도를 이번에 사실상 대외적으로 공개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 과거 사례 살펴보니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을 두고 여러 소문이 돌았던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자. 이번 추측설들은 2015년 5월 상황의 데자뷔였다. 2015년 5월 9일 북한은 북극성으로 명명된 SLBM 수중 사출 시험을 감행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러시아가 전승기념 행사(5월 9일)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개최할 예정인데, 여기에 김정은이 참석할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외부 공개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 바 있지만, 행사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불참하기로 했다고 러시아 정부가 발표했다. 북한의 현영철 당시 국방상은 2014년 하반기부터 집중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했다. 그리고 그는 2015년 5월 13일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고, 6월 16일 북한 인민무력부장에 박영식 대장이 임명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의 전승일 참가 대신에 SLBM 수중 발사 시험을 같은 날 감행한 것은 러시아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었을 것이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국방상)이 이즈음 숙청된 것은 북한이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대가로 러시아에 요구한 것이 관철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즉 당시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행사의 흥행을 위해 러시아 측에서 요청하고 북한 측은 그 대가로 무언인가를 요구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그 거래가 막판에 무산됐음을 의미한다. 북한이 SLBM 발사를 행사 당일에 김정은의 참관하에 실시했다는 것은 이와 관련된 내용일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당시에는 러시아가 정보를 흘리는 양상이었는데 막판에 러시아가 불참을 발표했다는 점은 마지막에 모종의 힘이 작용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미국의 강력한 저지를 러시아가 수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한다.

◆러 국방장관의 북한 전격 방문

다음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를 주목해 본다. 최근 북한은 2013년 전승절 60주년 행사 이후 10년 만에 외국 대표단을 받았다.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일(7월 27일) 70주년을 맞은 지난 7월 25~27일이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전승절'(6ㆍ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인 지난 27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2023.7.28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전승절'(6ㆍ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인 지난 27일 저녁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2023.7.28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평양의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만찬을 하면서 건배하고 있다. 2023.07.28.
[평양=AP/뉴시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평양의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만찬을 하면서 건배하고 있다. 2023.07.28.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자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원장인 리훙중(李鴻忠)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과 정부대표단이 행사 참가를 먼저 북한에 들어왔다. 곧이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 연방 군사대표단이 북한 국방성 초청으로 축하 방문했다. 대표단의 격이나 규모로 볼 때 중국 대표단이 우위에 있었지만, 주인공은 러시아 국방장관 쇼이구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의 국방장관이 북한을 방문한다는 소식은 외신을 통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쇼이구 장관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북러 관계의 밀착을 과시하는 데 충분했다. 반면 중국 대표단은 찬밥 신세가 됐다. 모든 행사의 초점은 러시아 대표단에 맞춰진 듯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관련 행사 참석을 알리는 북한 언론 매체들도 러시아 대표단을 집중 조명하는 듯했다. 북한과 중국 관계의 미묘한 기류가 감지됐다.

◆무기거래 가능성에 쏠린 눈

그런데 세계의 이목이 쇼이구에게 모인 이유는 북한-러시아 간 무기거래 가능성 때문이었다. 러시아의 국방장관이 갑작스럽게 방북을 결정한 배경에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북한 국방부의 초청으로 방문한 러시아 군사대표단은 북한의 무인기 등을 비롯한 군사 장비 전시관을 먼저 시찰했다.

지난 7월 26일 자정에 열릴 것으로 예상했던 군사 퍼레이드는 다음 날인 27일 오후에 시행됐다. 장비 전시관 방문을 우선함에 따라 군사 퍼레이드가 뒤로 밀린 듯한 인상이다. 무기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러시아의 국방장관이 북한의 무기 전시관을 먼저 방문한 건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무인기는 미국산 글로벌 호크나 리퍼와 유사한 겉모습을 보였다. 고체연료형 ICBM도 공개했다. 성능은 검증되지 않은 상태지만 이례적으로 김정은이 쇼이구 장관에게 직접 설명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도 의도적이었다.

◆무기 수출 사전 겨냥한 김정은

행사가 끝난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행보는 더욱 흥미롭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3일부터 5일까지 대구경 방사포탄 생산공장을 비롯한 중요 군수 공장들을 방문했다. 여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공장경영사업에서 제기되는 문제들과 새로운 탄의 종류를 계열 생산하기 위한 능력조성사업 등 ‘국방경제사업의 중요 방향’을 제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0~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만나 무기 거래를 논의할 예정이라는 미 당국의 첩보와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왼쪽)이 지난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AP/뉴시스) 2023.09.06.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0~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만나 무기 거래를 논의할 예정이라는 미 당국의 첩보와 보도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왼쪽)이 지난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AP/뉴시스) 2023.09.06.

김정은 위원장이 다양한 탄종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대량 생산목표치를 제시한 건 무기 수출을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사회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이 있으면 곧바로 그에 상응하는 반응을 보인다.

특히 군사부문에서 무기 수출은 북한군부의 최대 수출 품목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이후 특별한 언급이 없었기 때문에 관성적인 활동에 그쳤지만,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를 계기로 북한의 기관들이나 개인들은 무기 수출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무기 수출이 활성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난 김정은 방러 때와 다른 점

전 세계의 핵무기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로 관리돼 오고 있다. 핵무기 보유가 공식화된 5개 국가(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 이외에는 핵무기를 개발은 물론 보유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 체제에서 핵확산에 대한 5개국의 공조는 강력하다.

그런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기 때문에 5개국의 공조가 약화한 듯한 인상을 풍긴다. 여기에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이 표면화되면 자연히 미사일과 핵의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이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 정보를 선제적으로 공개하고 나선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2015년 김정은 위원장의 방러를 러시아에서 흘리고 마무리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무기거래는 ‘빙산의 일각’

표면으로 드러난 무기거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오랜 기간 형성된 카르텔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 카르텔은 적도 아군도 가름하기 어렵다. 심지어 무기거래를 위해 전쟁을 조장하기도 한다. 북한은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 온 전력이 있다.

북러 간 무기거래가 공식화되면 빙산의 밑에서 보이지 않는 거대한 빙산이 움직일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러한 점을 우려한다. 조급한 러시아와 돈이 필요한 북한이 서로 수요가 맞닿는 지점에서 국제사회의 기존 질서가 깨질 수 있다.

이는 최근 흥행한 영화 오펜하이머를 떠올리게 한다. ‘오펜하이머의 순간’이 다시 소환되면 전 세계의 경제안보는 걷잡을 수 없는 불안정에 휩싸이게 된다. ‘미국이 북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관리되지 않는 북한의 핵 관련 기술이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던 미국 고위관리의 말을 상기해 본다.

[용어설명]

◆SLBM

바닷속의 잠수함에서 발사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을 전략 핵잠수함에서 발사하도록 개량한 것으로, 탐지와 추적이 어려워 ‘보이지 않는 핵 주먹’으로도 불리며 전략폭격기와 ICBM보다 고도화된 핵무기 운반체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고체연료 로켓을 추진 수단으로 해 함체에 수직으로 설치된 발사통에서 발사된다. 미국이 폴라리스 미사일 개발과 함께 스킵잭급 공격 원자력 잠수함의 동체에 발사기관을 추가해 조지 워싱턴급 전략 원자력 잠수함(SSBN)을 개발한 것이 시초다. 대표적으로 포세이돈, 트라이던트(미), SS-N-8(러) 등이 있다. 사정 거리는 트라이던트의 경우 약 7400㎞ 이상이다.

◆핵확산 방지협약

1968년 7월 1일 미·소·영 등 총 56개국이 핵무기 보유국의 증가 방지를 목적으로 체결, 1970년 3월 5일에 발효된 다국간 조약으로 NPT(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로 불린다. 1960년 프랑스, 1964년에 중국이 핵실험에 성공해 2차 대전 패전국의 핵무장을 우려한 미국에 따라 성립됐다. NPT는 1967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비핵국가에 대해서는 핵개발 금지를, 핵보유국에 대해서는 핵군축을 요구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핵무기 확산을 적극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차별적 구도 위에 세워진 불평등조약이라는 지적도 받는다. 비핵국가들은 핵무기 개발이나 획득이 금지되고 사찰을 받아야 하는 반면, 핵국가들은 점진적인 핵무기 감축에 노력하는 것만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러시아 도착해 기차에서 내리는 김정은. (출처: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 텔레그램 캡처)
러시아 도착해 기차에서 내리는 김정은. (출처: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 텔레그램 캡처)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2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는 영상을 조선중앙TV가 9일 방송했다. 사진은 열병식에 등장한 '고체 ICBM' 추정 신형 미사일. 2023.2.9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2월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하는 영상을 조선중앙TV가 9일 방송했다. 사진은 열병식에 등장한 '고체 ICBM' 추정 신형 미사일. 20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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