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전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

집단안보·민주 내세우는 나토
유럽 이어 아프리카·중동 확장
러의 우크라 침공 원인되기도
최근 나토 확장에 中·北 반발
세계 경제안보 안정에도 영향

주요 7개국(G7)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를 폐막하면서 종전 후에도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장기적인 군사 및 경제지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회원국 간 내부 이견에 이번에도 매듭짓지 못했다. 사진은 11일(현지시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사무총장,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주요 7개국(G7)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를 폐막하면서 종전 후에도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장기적인 군사 및 경제지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는 회원국 간 내부 이견에 이번에도 매듭짓지 못했다. 사진은 11일(현지시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부터),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사무총장,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AFP/연합뉴스)
[핵심요약]

◆사회주의 붕괴 후 나토의 변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는 유럽과 북아메리카 회원국 간의 정치·군사동맹이다. 지난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다시 동서 냉전의 고삐는 더욱 조여졌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폴란드의 민주화, 동서독 통합, 그리고 소련의 붕괴로 이어졌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나토는 적이 없어지자 갈 길을 잃은 듯했지만 EU 통합의 든든한 버팀목을 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해 왔다. 바로 지역의 확장이었다. 동유럽 국가들에 이어 지중해 연안의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이 나토 회원국으로 속속 가입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만으로 한정된 지역에서 북아프리카 및 중동지역으로 확장된 셈이다.

◆국제안보에 영향 주는 나토 확장

나토의 동진은 중국·러시아·북한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대화와 화해를 우선시한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도 이들 국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여전히 대화와 화해를 앞세우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무조건적 대화 테이블로의 복귀를 요구했다. 정치·군사적 세를 강화하면서 민주적 가치와 평화를 우선하는 나토 특유의 접근법을 읽을 수 있다. 세상의 변화 흐름은 현시점에선 보이지 않는다.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 그 당시 방아쇠가 무엇이었으며, 변화의 변곡점이 어디였는지 알게 된다. 그 변화의 변곡점과 트리거들을 남들보다 먼저 읽을 수 있어야 경제안보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새로운 위기의 이면에는 새로운 기회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동용승 ㈔굿파머스 사무총장.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가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나토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개막한 나토정상회의에 2년 연속 비회원국인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를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AP4) 자격으로 초청했다. 나토와 4개국의 협력 틀은 지난해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회의에선 ‘국가별 파트너십 협력 프로그램(IPCA)’이었는데, 올핸 ‘국가별 맞춤형 파트너십 계획(ITPP)’으로 격상됐다.

한국과 나토는 ‘국가별 맞춤형 파트너십’에 대테러 협력, 군축 및 비확산, 인공지능 등 11개 분야에서 안보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른 3개국도 개별적으로 체결했지만 대부분 유사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새로운 회원국을 받아들이기 위한 단계를 착착 밟아가는 모습이다.

◆31개국 정치·군사동맹으로 뭉쳐

나토는 유럽과 북아메리카의 31개 회원국 간의 정치·군사동맹이다. 나토는 정치적으로 민주적 가치를 기본으로 한다. 군사적으로 ‘회원국 일방에 대한 무력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라는 집단 방위 원칙을 고수한다. 유럽지역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 재건을 위한 미국의 마셜 플랜으로 경제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으나, 정치 군사적으로 소련의 위협 등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그러다가 지난 1949년 북대서양 조약이 체결됐다. 이후 나토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왔다. 1960년까지는 소련을 중심의 사회주의권 확장을 억제하기 위한 군사동맹으로서 동서냉전 대립의 첨병 역할을 수행했다.

이에 대응해 소련은 바르샤바 조약기구를 만들었다. 서독 총리 빌리 브란트의 동방 정책은 유럽 냉전의 데탕트 분위기를 만들었고, 쿠바 미사일 위기는 미국과 소련의 핵전쟁을 막기 위한 ‘유연적 대응’이라는 전략 개념을 만들어 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나토와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대립 일변도에서 대화와 긴장을 완화하는 노력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동서 냉전 속 변화해온 나토

그런데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다시 동서 냉전의 고삐는 더욱 조여졌다. 각종 신형 미사일과 무기들이 나토와 바르샤바 조약기구 사이에 배치됐다. 군비경쟁이 본격화된 셈이다. 결국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폴란드의 민주화, 동서독 통합, 그리고 소련의 붕괴로 이어졌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근본적 모순에서 비롯했지만, 나토의 정치 군사적 압박 역시 큰 몫을 담당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현황. (출처: 뉴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현황. (출처: 뉴시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나토는 적이 없어지자 갈 길을 잃은 듯했지만 EU 통합의 든든한 버팀목을 하며 새로운 길을 모색해 왔다. 바로 지역의 확장이었다. 체제 전환 이후 안정을 찾기 시작한 동유럽 국가들에 이어 지중해 연안의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도 나토 회원국으로 속속 가입했다. 유럽과 북아메리카만으로 한정된 지역에서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러-우크라 전쟁 이전과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결정적 원인으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요청이었다. 나토의 유럽지역 확장은 구소련 연방에서 분리 독립된 국가들을 포함해 중립국인 스웨덴·핀란드 등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러시아를 향해 서서히 압박을 가해오는 나토를 겨냥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은 역효과를 불러왔다. 나토의 지역 확장을 가속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담에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확정되고 중립국이던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도 가입하기로 했다. 나아가 이제 인도 태평양 지역으로 그 영역이 확장 중이다.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들이 2년 연속 초청되고 협력의 틀도 매년 격상되고 있다.

민주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집단안보를 내세우는 나토는 이제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나토의 좌우명은 ‘어디서든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어떠한 시도도 허용할 수 없다’가 됐다. 중국의 대만 무력 침공을 우려하는 서방국가들이 한목소리로 하는 표현이다.

최근에는 정치와 군사동맹인 나토가 새로운 변신을 시작했다. 러시아와 함께 중국이라는 새로운 적을 대상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주변 지역으로의 확장을 넘어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과 태평양 지역의 주요 국가들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나토는 러시아를 겨냥한 힘의 결집을 바탕으로 중국의 대만 침공과 태평양으로의 진출을 억제하기 위한 포석을 강화하고 있다.

◆미-중 대결과도 맞물리는 기조

무조건적 군사적 대결보다는 화해와 협력을 우선시하지만 이를 어길 경우 집단안보를 위한 군사적 대응에 나선다는 나토의 취지는 ‘디커플링(de-coupling, 시장 배제)’에서 ‘디리스킹(de-risking, 위험 제거)’으로 전환해 가고 있는 미-중 대결의 분위기와도 맞물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으로 격화돼 왔다. 일종의 탈 세계화이자 미국 편과 중국 편으로 나뉘는 이중화된 세계화다. 이 현상은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은 절대적인 경제안보 위협에 직면했다. 식량과 에너지와 같은 핵심 자원들의 공급망 와해는 물론 생필품에서 첨단기기에 이르는 대부분 물자의 공급망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심지어 EU로 통합된 국가들 내부에서도 동상이몽일 수밖에 없다. EU의 결집에 균열이 갈 여지가 생기고 있다.

이에 정치 군사안보 동맹인 나토가 경제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나서는 모습이다. 중국과 러시아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나토 동진, 안보에 어떤 영향 주나

나토의 동진으로 글로벌 경제안보의 불안정성이 빠르게 가라앉기를 기대하는 어렵다. 나토의 동진에 대한 중국과 북한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중국은 외부로부터의 위협요소 유입을 강하게 통제하고 나섰다. 중국을 떠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고 중국의 부자들도 해외로 나가고 있다. 그럴수록 중국은 더욱 통제의 고삐를 강하게 조인다.

중국 정부는 나토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결의안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북한은 이달 나토 정상회담이 개최된 날 고체연료를 이용한 화성 18형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고각 발사를 했지만 사정거리가 1만 5000㎞로 추정됐다. 미국 전역은 물론 유럽의 대부분의 지역에 자신들의 핵미사일이 도달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나토의 동진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중국·러시아·북한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대화와 화해를 우선시한다. 이번 회의에서도 이들 국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여전히 대화와 화해를 앞세우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도 무조건적 대화 테이블로의 복귀를 요구했다. 정치·군사적 세를 강화하면서 민주적 가치와 평화를 우선하는 나토 특유의 접근법을 읽을 수 있다.

세상의 변화 흐름은 현시점에선 보이지 않는다.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 그 당시 방아쇠가 무엇이었으며, 변화의 변곡점이 어디였는지 평가받게 된다. 이러한 변화의 변곡점과 트리거들을 남들보다 먼저 읽을 수 있어야 경제안보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인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나토와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현상들이 앞으로 글로벌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여러 방면에서 검토해야 한다. 새로운 위기의 이면에는 새로운 기회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용어설명]

◆데탕트

프랑스어로 ‘풀림’ ‘휴식’의 뜻으로 미국과 소련 사이의 긴장 완화·협조 관계를 일컫는다. 대량의 열핵무기와 그 운반수단을 가지고 있는 미·소 양국은 싸울 수 없다는 인식 아래, 1963년 쿠바위기를 계기로 데탕트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닉슨·키신저의 대소외교의 기본전략이 됐다. 1972년 5월 닉슨이 미·소 정상회담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하면서 제도적으로 확립됐다. 데탕트 체제의 성립 결과 ‘전략무기 제한 협정 SALT’라는 군축협상이 이뤄졌고 베트남전쟁이 종결됐다. 데탕트가 지속하는 동안 미·소 양국은 직접 충돌하지 않는 대신 제3세계에서 대리전 형식으로 치열한 싸움을 전개했다. 1979년 12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데탕트 체제는 막을 내렸으며, 1981년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 등장과 함께 미국의 대소강경책이 전개됨으로써 신냉전체제가 시작됐다.

◆바르샤바조약기구

바르샤바조약기구는 구소련 등 공산권 국가들이 나토에 대항해 1955년 만든 지역 안보기구다. 구소련 등 공산권은 1955년 서독까지 나토에 가입하자 이에 대한 대항 조치로 이에 버금가는 안보기구인 바르샤바조약기구를 창설하게 된다. 당시 폴란드 바르샤바에 모인 조약 체결국은 구소련을 비롯해 폴란드·동독·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알바니아·체코슬로바키아 8개국이었으나, 알바니아는 소련과 의견이 대립하면서 1968년에 탈퇴했다. 바르샤바 조약에는 통합사령부 설치와 소련군의 회원국 영토 주둔권 등을 규정했는데, 그 병력 규모는 1980년대 초 약 475만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냉전 시대가 저물면서 1990년 독일 통일 후 동독이 탈퇴했고, 이후 구소련과 동유럽의 자유화에 따라 이듬해 해체됐다.

11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개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 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11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개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 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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