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판매 전년比 44.2%↓
4월부터 판매량 감소 지속
수소차 인프라 부족 영향탓
글로벌 판매 전년比 9.6%↓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 ‘넥쏘’의 올해 1~8월 판매대수가 3년 전인 2020년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만대 판매 벽을 넘어서며 올해 판매 호실적을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로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전 세계 수소차 시장을 이끌어 오던 넥쏘의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수소차 시장도 역성장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IR자료에 따르면 넥쏘의 올해 1~8월 판매대수는 총 3591대로 전년 동기(6438대) 대비 44.2% 감소했다. 이는 지난 2020년 1~8월 판매량인 3987대보다 9.9% 감소한 수치다.

2018년 출시된 넥쏘는 출시 첫해 연간 727대를 기록한 이후 2019년 793대, 2020년 5786대, 2021년 8502대, 2022년 1만 164대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 4월부터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넥쏘의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량은 2만 5972대다.

현대차는 올해 6월 연식을 변경한 ‘2024 넥쏘’를 내놓기도 했지만, 소수차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싸늘하다. 넥쏘의 7월과 8월 판매대수는 371대, 293대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2%, 70.1%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 하락에 대해 복수 업계 관계자는 ‘수소차 충전 인프라 부족’과 ‘수소차를 찾는 고객의 수요 막바지’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아직은 수소차 인프라가 부족하기에 수소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소충전소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29기에서 올해 말까지 91기를 추가 구축해 총 320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2025년 넥쏘의 후속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2차 총회에서 “올해 북미에 수소트랙터를 공개하고 2025년에는 넥쏘 후속차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정 회장은 이어 “현대차그룹은 수소사회 대전환을 지지하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2045년 탄소중립달성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넥쏘 출시 이후 7년 만에 수소전기차 후속모델이 등장할 전망이다.

2023년 1~7월 수소연료전지 판매대수(상용차 포함). (제공: SNE리서치)
2023년 1~7월 수소연료전지 판매대수(상용차 포함). (제공: SNE리서치)

넥쏘의 판매 부진에 세계 수소차 시장도 역성장 하고 있다.

11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연료전지차는 총 9619대로 전년 대비 9.6% 하락했다.

이 기간 업체별 판매량을 보면 현대차가 넥쏘와 일렉시티(ELEC CITY)를 3662대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38.1%로 수소차 시장 선두 자리를 유지했으나, 넥쏘의 판매량 부진이 이어져 전년 동기 대비 40.0% 역성장했다. 동 기간 시장 점유율은 57.3%에서 38.1%로 19.2%포인트(p) 줄었다.

반면 토요타는 부진했던 미라이(Mirai)의 판매량이 올해 5월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양사 간의 점유율 격차는 8.1%p로 줄었다. 토요타는 올해 들어 2884대를 판매했으며 전년 동기(2490대) 대비 15.8% 성장했다.

국가별 올해 수소연료전지차 등록대수를 보면 한국은 339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8.7% 감소했지만, 35.2%의 시장 점유율로 수소차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수소 상용차를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3073대)은 전년(1842대) 대비 66.8% 증가해 한국과 함께 3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토요타 미라이가 가장 많이 팔린 미국(2333대)은 1926대가 등록돼 지난해(1926대)보다 21.1% 증가했다. 일본은 올해 235대의 수소연료전지차가 등록돼 전년(642대) 대비 63.1% 감소했다. 

SNE리서치는 “수소차 시장은 역성장을 연이어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그간 지적된 수소차 충전 인프라 부족, 수소 충전 비용 상승, 소비자들의 한정된 수소차 선택지 등이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 내년도 예산안 중 환경부는 2024년 수소차 보급 예산과 수소충전소 설치 지원 예산을 올해 대비 소폭 감액해 설정했다”며 “이 또한 수소차 보급 실적 부진과 국내 수소승용차가 현대차 넥쏘 1종으로 한정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난해 수소차 보급 예산 중 70%만 집행됐다는 점과 수소승용차 보급목표가 감축됨에 불구하고 예산의 감소 폭이 크지 않아 국내 시장에서의 현대차 넥쏘의 내수 판매량은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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