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아무리 태워도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 ‘제로’
수소연료전지로 수소·산소 반응… 전기·물·열에너지 생성
‘연료전지 기술 국산화’ 현대차, 넥쏘 출시 수소차 상용화
수소 산업, 아직 기술 한계 있어… 비환경적 측면도 존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그레이수소, 만들 때 ‘온실가스’ 배출

[제주=뉴시스] 지난해 9월 29일 제주시 구좌읍 제주 CFI 에너지미래관 주차장에 현대자동차가 생산하는 수소 청소차와 수소 버스, 수소 승용차 등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수소차량이 전시돼 있다. 제주도는 2026년까지 12.5㎿ 급 수소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그린수소 활용을 공공영역에서 민간분야로 확대할 방침이다. 2022.09.29.
[제주=뉴시스] 지난해 9월 29일 제주시 구좌읍 제주 CFI 에너지미래관 주차장에 현대자동차가 생산하는 수소 청소차와 수소 버스, 수소 승용차 등 그린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수소차량이 전시돼 있다. 제주도는 2026년까지 12.5㎿ 급 수소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그린수소 활용을 공공영역에서 민간분야로 확대할 방침이다. 2022.09.29.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수소연료전지차의 상용화로 어느새 일상 속으로 들어온 청정에너지 ‘수소’. 전 세계가 탄소 배출 제로화 추세로 접어들면서 수소는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수소를 얻기 위한 과정이 환경에 좋은 영향만 있는 건 아니라 문제점도 있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수소차와 수소 산업의 긍정적인 측면과 한계점을 짚어봤다.

실온에서 기체상태의 ‘H2’로 존재하는 수소(원소기호 H)는 인간이 현재까지 발견한 원소 가운데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다. 질량 기준으로 우주의 75%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소는 지구상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물에 다량 포함돼 있어 고갈될 우려가 거의 없다.

수소라는 이름의 어원도 ‘물을 만들다’라는 독일어에서 유래됐다. 1783년에 앙투안 라부아지에가 피에르시몽 라플라스와 함께 수소가 연소되면 물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한 뒤 원소에 수소라는 이름을 붙였다.

물 분자는 산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2개가 결합한 형태(H2O)인데, 물을 전기분해하면 다시 수소(H2)와 산소(원소기호 O)로 분리된다. 양(+)극에서는 산소가 생성되고 음(-)극에선 수소가 생성된다. 반대로 산소와 수소를 결합시키면 전기와 물과 열이 발생된다.

즉 수소를 이용해서 물을 만들면 수소가 산소와 결합되는 과정에서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수소를 직접 태워도 수소가 폭발을 일으키고 산소와 반응하면서 물 분자가 형성되기도 한다.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수소를 이용해 전기를 만들거나 수소를 직접 태워 열에너지를 발생시키더라도 온실가스 배출 염려는 전혀 할 필요가 없다.

반면 탄소를 포함하고 있는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는 태울 땐 탄소(C)가 산소(O)와 결합하면서 기체상태의 탄소이자, 대표적인 온실가스에 해당하는 다량의 이산화탄소(CO2)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전 세계가 탄소 배출 제로화를 외치며 석유 자원을 대체할 에너지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소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은 수소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지만 수소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인 태양열·태양광발전·풍력·수력 에너지 등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단점이 있고,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힘든 환경에서 저장이 힘들다. 반면 수소는 인위적인 환경을 통해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소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을 때 수전해를 통해 수소로 저장하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적을 때는 수소발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해 전력수급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도로 위 달리는 발전소 ‘수소차’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 중인 수소 산업 분야는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피부로 와닿는 분야는 서두에서 언급했던 수소연료전지차 분야다. 대표적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 ‘넥쏘(Nexo, 2018년 3월 출시)’가 있다.

넥쏘는 2020년 7월 10일 글로벌 누적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고, 올 1분기에만 전 세계 수소차 전체 판매량 대비 절반을 상회하는 시장 점유율(약 54%)을 기록했다.

현대자동차 넥쏘.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DB
현대자동차 넥쏘. (제공: 현대자동차) ⓒ천지일보DB

넥쏘에 탑재된 수소연료전지는 쉽게 말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서 전기를 만드는 배터리다. 수소를 태워서 산소와 격렬하게 반응하는 ‘폭발’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수소와 산소를 전해질과 촉매 하에서 느리게 반응하게 하면 전자의 흐름인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데 이러한 장치가 바로 수소연료전지다.

일각에선 연료용 수소와 수소 폭탄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연료로 사용하려는 수소는 수소폭탄에 버금가는 폭발력을 갖는 중수소나 삼중수소와 다르다. 수소차가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수소는 가솔린이나 LPG보다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수소차의 수소 저장용기는 에펠탑 무게(7300t)도 견디도록 설계됐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연료를 수소로 사용하지만 실질적으로 차량을 움직이는 건 수소를 통해 만든 전기에너지이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전기자동차가 배터리만을 실은 것에 비해 수소연료전지차는 배터리의 양을 최소화하고, 수소탱크-수소연료전지를 추가해 연료전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모터를 돌리고 배터리를 충전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전기차가 충전에 30분~1시간까지 걸리는 반면 수소연료전지차는 단 5분 정도면 완충할 수 있다. 주행거리도 대부분의 전기차가 400㎞인 것과 달리 수소연료전지차인 넥쏘의 경우 한 번의 충전으로 최대 630㎞까지 주행할 수 있다.

게다가 넥쏘에는 전기를 발생시키는 연료전지에 깨끗한 산소를 주입하기 위한 3단계 공기정화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이 시스템으로 PM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를 99.9% 제거할 수 있다. 말하자면 넥쏘는 도로 위를 달리는 발전소이자, 공기청정기인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 10월 ‘세계 최초 양산용 상용 수소전지 트럭’인 현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도 출시했다. 또 2021년 5월 25일에는 21년형 엑시언트 퓨얼셀을 공개했다. 2021년형 엑시언트 퓨얼셀은 스위스에 이어 북미 지역 수소전기 대형트럭 수주에도 성공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가 국산화한 연료전지 기술로 해외에서도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9월 19일(현지시각)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상용차 박람회인 'IAA 하노버 상용차 박람회(IAA Transportation 2022 in Hannover)' 에서 이베코그룹(Iveco Group)과 함께 ‘e데일리 수소전기차(eDAILY FCEV)’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사진은 'e데일리 수소전기차(eDAILY FCEV)'에 탑재된 현대자동차의 90kW 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제공: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9월 19일(현지시각)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상용차 박람회인 'IAA 하노버 상용차 박람회(IAA Transportation 2022 in Hannover)' 에서 이베코그룹(Iveco Group)과 함께 ‘e데일리 수소전기차(eDAILY FCEV)’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사진은 'e데일리 수소전기차(eDAILY FCEV)'에 탑재된 현대자동차의 90kW 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제공: 현대자동차)

◆정부, 수소 산업 육성 위한 노력 박차

수소차 및 수소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주목할만하다. 정부는 2005년 ‘수소경제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수소연료전지, 수소차 관련 실증 연구와 시범 프로젝트 등을 추진했다. 또한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구성, 2020년 수소경제위원회 출범, 2021년 제1차 수소경제이행 기본계획 수립 등을 진행했다.

지난달 9일에는 청정수소 중심의 수소 산업 육성을 위해 선제적 안전기준 개발, 규제혁신, 안전관리 역량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수소안전관리 로드맵 2.0’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선제적 안전기준 개발, 수소모빌리티 활성화를 위한 지게차·트램·열차·선박 등 다양한 수소모빌리티의 수소충전소 충전 허용, 청정수소 생산설비에 대한 안전기준 마련, 현재 임시 안전기준인 액화수소 안전기준을 제도화해 안전요건을 준수하면 누구나 액화수소를 생산·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 마련 등이 있다.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수소 분야 핵심기술은 크게 다섯 가지다. 구체적으로 ▲수전해 기반 청정수소 생산기술 ▲수소연료 저장·공급 장치 제조기술 ▲수소충전소의 수소생산·압축·저장·충전설비 부품 제조기술 ▲수소차용 고밀도 고효율 연료전지시스템 기술 ▲연료전지 전용부품 제조기술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수소 분야 5개 핵심기술 및 생산시설을 국가전략기술 및 사업화시설로 지정해 수소 분야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확대할 예정이다.

수소차 장단점. ⓒ천지일보
수소차 장단점. ⓒ천지일보

◆수소 만들며 온실가스 배출하는 ‘모순’

수소차 및 수소 산업과 관련해선 아직 뛰어넘지 못한 기술적 한계로 인해 마냥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첫 번째 걸림돌은 수소 생산기술이다. 수소는 생산방식과 친환경성 정도에 따라 그레이수소, 블루수소, 그린수소로 나뉜다. 그레이수소는 화석연료로부터 생산되는데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약 96%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문제는 그레이수소가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촉매화학반응을 통해 수소와 이산화탄소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는 점이다. 약 1㎏의 수소를 생산하는 데 10㎏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그레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처럼 ‘청정(그린)’과는 거리가 멀다. 청정 자원인 수소를 만들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와 동일한 생산방식을 사용하지만, 수소 생산과정에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대기로 방출하는 것이 아니라 포집·저장하는 CCS기술을 이용해 따로 저장한다.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보다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기에 친환경적이다.

그린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수소다.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얻은 전력으로 물에 전기에너지를 가해 수소와 산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혀 없기에 궁극적인 친환경 수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린수소는 아직까지 상용화하는 데 여러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얻은 전력의 생산단가가 높다는 점과 수전해 설비의 효율이 낮아 수소 생산에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경제·기술적 문제 때문에 현재 그레이수소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실정이다.

두 번째 걸림돌은 비교적 ‘짧은 수명’이다. 전기차는 30만㎞ 이상 운행할 수 있다는 것이 실제 주행 데이터로 검증됐지만, 수소차는 연료전지의 수명이 15~20만㎞ 정도에 불과하다.

세 번째는 ‘충전소 및 공급망 건설(인프라 구축)’에 대한 부분이다. 수소차 충전소의 건설 비용은 20억원 이상으로 전기차 충전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비싸고, 까다로운 안전규정을 충족해야 하는 등 제약이 크다.

네 번째는 수소 운송 기술이다. 수소를 액화한 상태로 운송하는 것은 다량의 수소 운반이 가능한 반면 냉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단점이 있다. 천연가스는 –163℃로도 액화가 가능하지만 수소는 LNG와 다르게 –253℃까지 낮춰야 한다.

이러한 온도를 유지하려면 더 낮은 냉매가 필요한데 LNG는 공기 중에 많이 있는 질소를 사용하면 되지만 수소는 사실상 헬륨을 쓸 수밖에 없다. 헬륨은 희박 가스이고 가격도 높다. 때문에 액화수소에 대해 어려움이 존재한다.

우항수 울산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11일 언론 인터뷰에서 “앞으로 수소시대는 수소를 생산하는 장치와 연료전지 장치 기술과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과 국가가 신흥 대기업과 초강국이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며 “수소에너지를 잘 다루고 활용하는 국가가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소는 이제 산업으로만의 문제가 아니고 ‘수소경제’의 시대로 가고 그렇게 불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며 “작은 산업이 아니고 국가 간의 정책과 경쟁, 인류의 미래와 지구의 미래가 있기에 수소가 그만큼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수소경제를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10년이 그 일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핵심 용어 설명]

◆ 수소(H)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다. 수소를 이용해 물을 만들면 수소가 산소와 결합되는 과정에서 전기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수소 에너지는 온실가스 배출 염려가 없다. 다만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소는 그레이수소다. 그레이수소는 화석연료로부터 생산되는데 약 1㎏의 수소를 생산하는 데 10㎏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오히려 온실가스를 만드는 셈이다.

◆ 수소연료전지

쉽게 말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전기를 만드는 배터리다. 수소를 태워서 산소와 격렬하게 반응하는 ‘폭발’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수소와 산소를 전해질과 촉매 하에서 느리게 반응하게 하면 전자의 흐름인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데 이러한 장치가 바로 수소연료전지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연료를 수소로 사용하지만 전기에너지로 움직이기에 전기자동차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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