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역사연구가/칼럼니스트

우리 사회에서 스승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도대체 이 나라는 자식들만 중요하고 학교 선생님들은 발등의 때만도 못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한 학부모는 ‘우리 아들은 왕의 기상을 타고났으니 왕처럼 예우해 주고 말도 공순하게 해 달라’는 특별한 사신까지 썼다.

세상에 자기 자식이 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을까. 한 자녀를 키우는 대부분 가정에서는 엄마들의 애정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의 아들딸이 중하면 선생님도 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생님들도 모두 귀한 가정의 자녀로 태어나 열심히 공부해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다. 대학을 졸업했어도 모두 선생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바늘구멍 같은 경쟁을 통과해야 한다. 이런 선생님들이 학부모로부터 비하 되거나 모욕적인 말을 들을 입장이 아니다.

선생님들을 어떤 단체의 봉사자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미숙하고 미처 깨우치지 못한 어린 자녀들을 올바르게 훈육하는 고마운 스승이다. 그림자마저 밟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는 어려운 위치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조금 부당한 대우나 꾸지람을 당했다고 다짜고짜 학교에 찾아가 선생님들을 불러내고 호통을 치는가 하면 심지어 머리채까지 잡으면 이를 비관하지 않을 선생님들이 없다.

학부모들이 이러니 학생들은 또 어떤가. 선생님들이 수업 방해 행동을 제지하거나 꾸지람을 하면 다짜고짜 폭행을 서슴지 않는다. 신체가 큰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물론 초등학교 교실에서 연약한 여선생님들은 폭행을 당한다. 많은 학생이 보는 현장에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선생님들이 받는 모욕감이나 수치감은 형언할 수 없을 것이다. 학교당국이나 교육청은 이 같은 일이 벌어져도 학생에 대한 처벌이 미온적이기 일쑤다. 선생님들은 여기서 더욱 좌절을 느끼게 된다. 어떤 선생님이 이 같은 모욕적인 일을 당하고 교단에 설 수 있겠는가.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 많은 공립 초·중·고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취합한 교육부 자료를 보면 2018년 1월 1일부터 올해 6월까지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숨진 교사 중 절반 이상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지난주에도 대전의 40대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년간 교직 생활을 이어온 숨진 교사는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교사는 아동학대 사건에 연루됐지만 일부 사건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이 교사는 한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참다못한 교사들이 공교육정상화를 외치며 거리로 뛰쳐나왔다. 주말이면 서울 광화문, 경복궁역 일대에는 검은색 옷을 입은 교사들 수만명이 모여 연좌농성을 벌인다. 이들은 ‘가르치고 싶은 교사, 배우고 싶은 학생들에게 정상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러면서 ‘교사를 넘어 교육을 위해,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우리 모두를 위해 모였다’고 했다. ‘교육이 더는 무너지도록 둘 수 없다. 다시 뜨거운 열정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절규했다.

지금 교단은 싸우는 학생을 몸으로 막으면 신체적 학대, 큰소리를 치면 정서적 학대, 세워놓거나 훈계하는 것조차 아동학대로 판정받는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동학대처벌법이다. 교사의 손발을 묶고 교사를 협박하는 데 악용되고 있다.

공교육 현장의 비극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 정부가 적극 나서 신성한 교단의 위상을 회복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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