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올해 중 가장 큰 보름달인 ‘슈퍼 블루문’이 뜬 날인 8월 31일 저녁 고양시 고양 한강평화공원에서 고혼(孤魂)을 달래는 기망제가 열렸다. ⓒ천지일보 2023.09.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올해 중 가장 큰 보름달인 ‘슈퍼 블루문’이 뜬 날인 8월 31일 저녁 고양시 고양 한강평화공원에서 고혼(孤魂)을 달래는 기망제가 열렸다. ⓒ천지일보 2023.09.01.

[천지일보=백은영 기자] 해마다 음력 7월 16일이면 전쟁 중 죽은 고혼(孤魂, 의지할 곳 없이 떠돌아다니는 외로운 넋)을 달래는 이가 있다. 한학자이자 서예가인 묵개 서상욱 선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가 고혼을 달래기 시작한 지 어느덧 26년, 그 사이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홀로 고혼을 달래지 않게 됐다.

몇 년 전부터는 기망(旣望, 음력 16일로 보름을 지남)에 ‘제(祭)’를 붙인 ‘기망제’로 음악과 춤(진혼무)이 어우러진 벗들의 모임이자 위령제로 지내고 있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음력 7월 16일(양력 8월 31일) 저녁 경기도 고양시 고양 한강평화공원에서 기망제를 올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년째 잊힌 영혼들을 위해 위령제를 올려온 묵개 서상욱 선생은 "잊힌 형혼들이 가장 불쌍하다"며 "그들을 기억해주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천지일보 2023.09.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6년째 잊힌 영혼들을 위해 위령제를 올려온 묵개 서상욱 선생은 "잊힌 형혼들이 가장 불쌍하다"며 "그들을 기억해주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천지일보 2023.09.01.

역사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서상욱 선생은 “기망(旣望)의 ‘망’은 보름(달)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희망’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여기 모인 우리가 보름달을 보면서 희망을 갖길 바란다. 벗과 함께 밝은 달을 나눠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언제부터인가 영혼이 병든 사람들이 곳곳에서 무자비한 폭행을 저지르고 있다”며 “ 병든 사회를 치유할 종교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할 교육은 그 자체가 무너져 이미 기능을 상실한 것 같다. 이 암담한 시기에 우리에게 한 순간이라도 편안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나눌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년 중 가장 크고 밝은 보름달과 가장 맑고 시원한 바람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다. 더 많이 가지려는 삶보다 공유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망제가 시작되기 전 소동파의 ‘전적벽부’를 함께 낭송하고 해석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고혼을 달래는 춤사위와 하모니카 연주가 이어졌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해마다 음력 7월 16일이면 전쟁 중 죽은 고혼(孤魂, 의지할 곳 없이 떠돌아다니는 외로운 넋)을 달래는 기망제가 열린다. ⓒ천지일보 2023.09.01.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해마다 음력 7월 16일이면 전쟁 중 죽은 고혼(孤魂, 의지할 곳 없이 떠돌아다니는 외로운 넋)을 달래는 기망제가 열린다. ⓒ천지일보 2023.09.01.

제25차 기망제가 열린 고양시는 임진왜란 때인 1593년 2월 지금의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행주산성에서 권율이 왜군을 대파한 싸움이 있던 곳이다.

이에 묵개 서상욱 선생은 “(적군, 아군을 떠나) 행주대첩 때 죽은 영혼들을 기억해주자. 잊힌 영혼들이 가장 불쌍하다”며 “오늘 기망제는 그들에 대한 위로”라고 기망제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한편 기망제가 열린 31일은 올해 중 가장 큰 보름달인 ‘슈퍼 블루문’이 뜬 날로 달이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졌을 때 뜨는 보름달에 비해 14% 크고 30% 가량 더 밝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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