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순휘 정치학박사/ 한국문화안보연구원 부원장

육군사관학교 교수부 정문에 세워져 있는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이 문제가 되고 있다.

2018년 3월 1일 육사에는 국군의 뿌리를 찾는 과정에서 의병과 독립군 그리고 광복군의 정신을 계승하는 행사로 독립영웅 5인의 흉상제막식이 거행됐다. 이 과정에서 항일독립전쟁이 재조명됐으나 왜 저분들이 5대 독립영웅으로 선정됐는지는 그 과정의 투명성에 정치적 정권적 의혹이 있었다. 당시 정권의 특정 권력자의 집안 내 어르신을 끼워 넣은 것은 아닌지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 후 여천 홍범도, 우당 이회영, 철기 이범석, 백야 김좌진, 지청천 등의 독립전쟁 영웅 5명의 흉상을 건립했다. 그런데 최근 국방부와 보훈부에서 이 흉상들을 독립기념관으로 이전이 가능한지에 대해 검토요청이 있었다는 독립기념관 관계자의 발언으로 논란이 촉발됐다. 알고 보면 독립기념관으로 모시는 것이 오히려 적절할 것 같다는 사견(私見)이며, 육사출신 예비역 단체의 여론이 이에 공감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육사 관계자는 “사관생도들이 학습하는 교수부 중앙현관 앞에 설치된 독립군·광복군 영웅의 흉상은 위치의 적절성과 국난극복의 역사가 특정 시기에 국한되는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자유 민주주의 수호 및 한미동맹의 가치와 의의를 체감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기념물 재정비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밝힌 점에서 철거나 훼손이 아니라 적절한 장소 이전을 고려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이와 같은 논란 가운데는 흉상 5인에 대한 내재된 문제점을 재고해보는 과정이 충분히 있었다는 점을 감지할 수 있다. 그 가운데 한두 분이 공산주의 운동을 한 것에 대해 거부적인 평가가 있었다. 시대 상황적으로 안타까운 일로서 향후 독립영웅 선정과정과 설치장소 문제에 재발될 수 있는 불가피한 사회적 논란이라고 사료되며,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쟁의 장도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설치 장소에 관한 ‘적절성’은 재삼재사 숙고할 필요가 있다. 우선 사관학교(士官學校)는 ‘사관학교설치법(1955.10.1 제정)’에 근거해 육·해·공군의 정규장교(正規將校)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으로 존재하며, 4년간 문무겸전(文武兼全)의 심신수련을 해 육·해·공군의 소위로 졸업 및 임관을 해 국가수호 책무를 맡게 된다. 따라서 사관생도의 정신을 좌우하는 사관학교 내부적인 시설물 하나에도 신중함에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둔 논란이기에 언젠가는 거쳐야 할 것으로 결코 부정적으로 볼 것은 아니다.

육사 ‘생도생활예규’의 제2장 제4조(책임)에 “사관생도는 장차 위국헌신하는 육군의 정예장교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자질과 능력을 배양하고…(후략)”를 명시해 생도생활의 지표로 삼고 있다. 그리고 수학기간 중에는 엄격한 ‘생도생활예규’의 적용을 받으며 정예장교로서의 지덕체(智德體)를 연마하는 과정에서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수련을 거쳐야만 임관을 할 수 있다.

작금의 시대는 남북분단의 시대로서 적대적 상황임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되는 위기가 맞다. ‘2022 국방백서’에는 6년 만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우리의 적(敵)으로 적시했다.

북한은 2021년 개정된 ‘노동당규약 전문’에 한반도 전역의 공산주의화를 명시하고 2022년 12월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했으며, 핵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고 있기 때문에,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을 적으로 표기하지 않았던 지난 정권의 직무유기와 종북적 행태는 질타를 면할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9.19 남북군사합의는 북한의 고의적 도발로 인해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된 상태라는 엄중한 변화를 군복을 입은 우리 군 관계자들은 불철주야 적정감시에 추호의 빈틈이 없어야 한다.

육군사관학교의 교수부라는 곳은 대한민국 정예장교의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학습의 전당이다. 이곳에서 수련하는 4년간의 지식이 우리 군의 육사출신 장교들의 학문적 소양과 정신적 자산임을 고려한다면 보고 듣고 배우는 일거수일투족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장차 한반도에서 벌어질 전투는 과거의 소총전투가 아니라 핵과 미사일 그리고 드론전투와 같은 4차산업혁명에 기반하는 전혀 새로운 양상의 전쟁을 예견하고 준비해야 한다.

특히 국가안보적으로 절대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공산주의 추종자의 영웅화’는 불가한 것이다. 더욱이 현대전을 연구하고 미래전을 수행해야 하는 사관생도들에게 과거 지향적인 교육환경은 시정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육사 출신 예비역들의 절대적인 의견이라는 것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육군사관학교는 개교 이래로 북한공산군의 남침으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한 호국의 성지(聖地)이다. 여기에 공산주의자의 흉상이 있다는 것은 호국영령이 묵과할 수 없는 모순(矛盾)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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