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
북미사일 정보 공유 핵심 의제
'한미일 군사동맹' 수순 관측도
일 '유엔사 후방기지 역할' 거론
대북관계, '담대한 구상' 재확인
야권, 일대변·남북 대결만 추동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78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생중계가 TV를 통해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제78주년 광복절인 15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생중계가 TV를 통해 나오고 있다. ⓒ천지일보 2023.08.15.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취임 후 두 번째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웠음은 물론이다.

북한을 넘어 중국 등 권위주의 진영에 맞선 한미일 안보협력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또 일본에 대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언급은 없이 되려 안보 파트너로까지 범위를 넓혔다.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구축과 협력을 통한 안보를 튼튼히 할 것을 재차 확인했고,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담은 담대한 구상은 새로운 내용 없이 형식적으로 추진 의지를 거듭 밝히는 수준에 그쳤다.

◆한미일 정상회의 "새 이정표" 규정

윤 대통령은 이날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이같이 밝힌 뒤, 사흘 앞으로 다가온 한미일 정상회의를 두고는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특히 그는 3국 간 긴밀한 정찰자산 협력과 북한 핵·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시스템 문제는 이번 정상회의 예상 의제 중 가장 핵심이라는 평가다.

한미일 정상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합의한 이 시스템이 완성될 경우 3국 정찰자산이 수집한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가 공유돼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실제로 프놈펜 합의 이후 한미일 군사당국 간 정상들의 합의사항을 구체화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돼왔고 연내 본격 가동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외교가 안팎에서 중국 등 반발을 감안해 겉으로 표현은 안하겠지만 이것이 결국 안보협력 단계를 넘어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가는 수순이 아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안보협력 단계를 넘어 군사동맹 수준으로 범위를 확대하려고 밑자락을 까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더욱이 이 같은 행보는 북한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어서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을뿐 아니라 반발 작용으로 북중러 삼각 연대도 한층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 관계를 규율하는 이른바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도 14일(현지시간) 나왔는데, 만일 공동성명 외에 캠프 데이비드 원칙이 채택될 경우 3국 정상회의 정례 개최 등이 담길 가능성이 커 벌써부터 미국 중심의 외교 창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과거사 언급없이 일본은 "파트너" 규정

윤 대통령이 이날 일본의 유엔군사령부(유엔사) 후방기지 역할을 부각한 것도 같은 맥락의 연장선이다. 한일 안보협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인데, 지속해서 양측 간 안보협력 수준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이 유엔사에 제공하는 7곳 후방기지의 역할은 북한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며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는 그에 필요한 유엔군의 육해공 전력이 충분히 비축돼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을 놓고서는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로 규정했다. 그는 그간 계기가 될 때마다 한일관계 개선을 빌미로 일본 정부를 '이웃' '파트너'로 대변해왔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일본을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으로 소개하며 관계 개선을 모색했고, 지난 3.1절 기념사에서는 일본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주요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파트너"로 밝혔다.

이날은 일제강점기를 벗어난 광복절인 데다 그에 따른 경축사임에도 위안부 등 과거사와 관련된 세부적인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와 관련해 언급해온 '김대중-오부치 선언'도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과 같은 현안도 전혀 없었다. 이 같은 기조가 정권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외교가 안팎의 시각이다.

대신 윤 대통령은 안보협력 구상에 더 할애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안보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대서양과 유럽의 안보, 글로벌 안보와 같은 축 선상에 놓여 있다"며 서방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협력 강화 중요성을 강조했고, 또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지원 배경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댔다.

"정부·여당은 일본의 입장만 강변하고 있는 현실이 광복 78주년을 맞는 한일 관계의 자화상"이라거나 "평화없는 자유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윤 정부가 한반도를 신냉전 체제 아래 열강의 각축장으로 만들고, 남북을 다시 대결의 시대로 밀어넣고 있다"는 야권의 논평이 윤 정부에는 메아리처럼 들릴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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