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산야초꽃차진흥원 허기순 원장이 진열된 꽃차를 들고 꽃차의 효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몸에 좋고 모양도 아름다운 ‘꽃차’
꽃가루·꽃잎, 질병 치료 효과 톡톡

끓는 물 부어 적당한 시간 우려야
꽃 피어진 최상의 맛 즐길 수 있어

모든 꽃, 차로 마실 수 있는 건 아냐
독성 없애는 과정 ‘제다’ 가장 중요

[천지일보=김민지 기자] ‘꽃차’라고 해서 꽃으로 장식된 자동차를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실제 꽃을 우려내어 차를 마시는 것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던 때에는 이렇듯 웃지 못 할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꽃차는 ‘장식된 자동차’가 아니라 눈·코·입, 그리고 건강까지 책임져줄 그런 차(茶)이다.

차인들은 차(茶)라는 글자를 파자할 때 풀 초변에 십(十) 자가 2개 있어 20이라고 해석한다. 또 그 아래의 사람 인(人) 자를 팔(八)로 보고 그 팔 자 아래에 있는 십(十) 자를 합쳐 팔십(八十)으로 쳤다. 그래서 20과 80을 보태면 100세, 또 십 자 아래에 팔 자를 합하면 108세다. 차를 오래 마시면 108세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108세를 맞는 해를 차수(茶壽)라 부르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꽃차란 꽃이 지닌 색, 맛, 향을 그대로 살리면서 독성을 제거해 꽃이 가진 고유의 맛과 향 그리고 모양까지 즐길 수 있도록 법제한 것을 말한다. 단순히 꽃잎을 띄워 모양만 낸 차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각 꽃이 가진 특성과 제다법을 익히고 꽃차의 맛과 색을 분별 평가하는 전문가를 ‘꽃차 소믈리에’라고 하며, 이는 한국산야초꽃차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민간자격제도이다. 수업은 3개월에 걸쳐 이론과 실기로 진행되고 소정의 교육을 마치면 꽃차 소믈리에 자격증이 주어진다. 처음부터 체계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꽃차가 지금처럼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때에는 그저 꽃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배울 뿐이었다. 하지만 정식으로 자격증이 생겨나면서부터 평생교육원·농업기술센터·주민자치센터 등에서 교육을 접할 수 있게 됐고, 대다수 귀농귀촌 프로그램에도 꽃차 만들기가 포함돼 있다.

이렇게 ‘꽃차 소믈리에’가 어엿한 직업으로 자리 잡기까지 6~7년이 걸렸다. 허기순 한국산야초꽃차진흥원 원장에게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펜션을 운영하다 수혜를 맞은 친언니를 돕기 위해 평창에 내려온 게 시작이었다.

“수많은 펜션 틈에 살아나기란 쉽지 않았어요. 매일을 울다시피 하다가 한 교수를 만나 발효차를 처음 만들게 됐죠. 그렇게 꽃차를 배우고, 또 몇몇 사람에게 가르쳐주다보니 어느새 교육자가 돼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최고가 되자’고 생각했어요. 발 빼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거죠(웃음).”

꽃차에 대한 연구과정 역시 굉장히 어려웠다. 마음에 든다고 아무 꽃이나 먹을 수도 없었고, 꽃이 가진 특성에 따라 제조하는 법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장님이 지팡이를 짚고 더듬어 가듯이 이 길을 걸어온 그였다. 그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밖에 안 된다. 갈 길이 멀다”며 “웰빙을 생각하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앞으로 꽃차 시장도 커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 1. 꽃차 소믈리에 교육을 받는 수강생들이 연잎차를 만들기 위해 연잎을 다듬고 있다. 2. 각종 꽃차가 진열된 모습. 유리병기에 담은 꽃차는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그만이다. 3. 비타민잎차와 차갑게 얼린 비타민나무 열매. ⓒ천지일보(뉴스천지)

꽃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성분을 활용하면 피부미용, 혈액순환, 피로회복, 면역력 강화 등에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꽃가루와 꽃잎에는 비타민, 단백질, 아미노산, 미네랄, 칼슘, 카로틴, 식물성 섬유질 등이 포함돼 있어 이를 적당하게 음용하면 질병 치료의 보조적 효과까지 톡톡히 얻을 수 있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이 차로 마실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식용 가능한 꽃차로는 ▲국화과, 장미과, 꿀풀과, 백합과, 차나무과, 석죽과, 콩과, 비름과, 십자와과, 아욱과, 운향과, 인동과 식물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식물(대체로 독이 없음) ▲벌과 나비가 많이 날아드는 꽃 등이 있다.

꽃차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독성을 없애는 과정이다. 이를 ‘제다’라고 하는데, 세정·건조·가공 등을 통해 약성을 더하거나 빼거나 높이거나 낮추는 과정을 의미한다. 제다 방법에는 자연건조·열건·증건·데침·동결건조·발효·덖음 등이 있다.

덖음이란 꽃이 타지 않고 견딜 수 있는 온도로 수분을 제거하며 제다하는 불발효법이다. 스테이크를 생각하면 쉽다. 저온에서 오랫동안 구운 고기는 육즙이 빠져나가 질기고 맛이 없지만 충분히 달궈진 팬에서 순간적으로 익힌 고기는 육즙이 가둬져 부드럽고 맛있다. 마찬가지로 덖음은 높은 온도에서 꽃이 가진 고유의 맛과 향을 가두는 것이다. 여러 가지 제다법 중에서도 특히 덖음을 우수하게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반적으로 꽃을 말려서 우려내는 꽃차와 비교했을 때 맛·향·색이 월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꽃을 스테이크’ 했다면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때다. 꽃차를 마실 때는 모양을 감상할 수 있게 유리 다기를 사용하는 게 좋다. 먼저 다관에 꽃차를 넣고 끓는 물을 부어 소독과 데움을 한다. 소독된 다관에 끓는 물을 부어 뚜껑을 닫고 꽃이 피어나는 것을 감상해 본다. 이때 반드시 끓는 물을 붓고 우려내야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시간도 중요하다. 응축됐던 꽃들이 피어나면서 차의 성분이 우러나오는데 시간이 짧으면 꽃이 피지 못하고, 시간이 길면 향이 너무 강해져 쓴맛·역한맛으로 변하기도 한다. 얇은 꽃은 40~50초, 큰 꽃은 1~2분 정도가 적당하다.

이제 자연의 차 재료를 직접 만들어 두고 계절의 변화와 꽃의 화려함을 찻잔 속에 담아 좋은 약성과 더불어 행복을 마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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