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 숨진 채수근 상병 사건을 수사하다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국방부 검찰단에서 수사받는 것을 거부하고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경호 변호사는 12일 “국방부검찰단에 8월 14일부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제3의 기관인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회의 소집을 정식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사건 이후 군검찰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정됐으며,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경우 군검찰 수사의 절차와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설치되는 기구다. 심의위원회는 5명 이상 2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수사 계속 여부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해병대 수사단은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외압 의혹과 항명 파동으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철저한 명령 체계로 이뤄진 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자체가 우려스럽다. 윗선 수수 개입 의혹은 수사단 조사 결과의 경찰 이첩을 두고 불거졌다.

수사단장의 보직 해임과 항명죄 입건, 국방부 장관의 조사 결과 재검토 지시, 수사단장의 외압 폭로로 갈수록 점입가경의 모습을 보였다. 박 대령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사단장과 여단장을 뺀 대대장 이하로 과실치사 혐의를 한정하도록 수사 축소 압력을 받았으며, 대통령 국가안보실에서도 결과보고서 제출을 요구받았다고 했다. 외압의 주체가 국방부와 대통령실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번 파동을 놓고 국방부에선 수사단장의 지나친 공명심이 낳은 일탈 행위와 함께 수사단의 조직적 반발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사단장 등이 지휘 책임을 면할 수는 없지만 ‘과실치사’로 보는 것은 지나친 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군법 적용이라면 부대 지휘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보여준 국방부의 대응도 문제가 적지 않다. 박 대령의 반발에 국방부 검찰단은 ‘항명 수괴’라며 수사를 지시했으며, 앞으로 구속 수사로 대응한다면 사태를 봉합하기는커녕 오히려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 박 수사단장도 군 검찰 소환을 공개 거부하면서 정치인과 같은 말들을 하는 것은 군인으로서의 직분을 잃어버리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국방부는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경찰에 넘겨야 한다. 경찰은 사건 기록을 토대로 공정한 수사로 결론을 내고, 부당한 윗선 외압에 대해선 별도의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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