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11일 오후 폐영식과 K팝 공연으로 12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대부분의 각국 참가 대원들은 12일 숙소에서 퇴소, 출국길에 올랐다. 일부 국가 잼버리 대원들은 출국 일정을 미루고 한국에서 문화탐방과 관광 일정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잼버리 대회는 준비 부족, 운영 미숙으로 인해 88서울올림픽 이후 성공적으로 국제 행사에서 치렀던 대한민국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개최지였던 전라북도의 부실한 행사 준비, 여러 명의 공동위원장으로 인한 컨트롤타워 부재, 정치권의 공허한 책임 공방 등으로 대회 중반까지 재앙의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국민과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새만금 잼버리에서 ‘한국의 잼버리’로 어렵게 치러낼 수 있었다.

잼버리 파행의 1차적인 책임은 전북도에게 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8월, 잼버리를 유치한 전북도는 잼버리에 적합하지 않은 새만금 갯벌을 행사 장소로 선택했지만 행사 준비는 뒷전으로 밀어내고, 잼버리 준비를 빌미로 공항·고속도로 등 SOC 예산을 따내는 데 집중했다.

사전 점검을 위한 ‘프레 잼버리’를 취소했고, 공무원들은 해외 관광을 즐겼다. 지방자치단체가 국제 행사를 유치한 후 예산만 챙기고, 일이 잘못되면 중앙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자체의 행정 역량과 책임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컨트롤타워 부재도 행사 부실의 원인이었다. 공동위원장으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 등 5명이 맡았다. 이러다 보니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잼버리가 파행을 빚자 정치권은 책임 떠넘기기에 바빴다. 민주당은 “현 정부가 손대는 일마다 최악”이라고 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 집권 5년간 준비를 못 한 책임”이라고 했다.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며 무책임한 태도로 실망감만 안겨줬다.

총체적 부실 사태에서 해결사로 나선 건 국민과 기업이었다. 수많은 세계의 어린 스카우트 대원들이 참가한 잼버리 대회가 망가지면 국가적 망신이라는 생각으로 국민과 기업들이 힘을 보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대학 기숙사, 기업 연수원, 종교 시설을 제공했으며, 기업들은 간이 화장실을 설치하고 지원 인력도 파견했다.

이번 잼버리 대회에서 드러난 파행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끝까지 밝혀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다시는 망신을 자초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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