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교수, 현대선교27서 ‘현대사회 세속화와 탈종교’ 다뤄
“무종교인 중에도 종교에 관심있고 영적 관심 많은 사람 많아”

교회 향하는 신도들 ⓒ천지일보DB
교회 향하는 신도들 ⓒ천지일보DB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무종교인이 급증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 여러 통계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았다. 사실 기독교 복음을 처음으로 받아들인 유럽과 미국 등에서조차 기독교인 감소 현상이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 기독교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특히 최근 인구센서스에서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국내 인구 비율은 56.1%로 ‘종교가 있다(43.9%)’고 답한 비율을 추월했다. 국내에서 무종교인이 종교인 비율을 추월한 것은 통계청이 종교 유무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초다.

이렇듯 무종교인의 증가는 부정할 수 없는 흐름이지만, 그렇다고 영성 자체가 도외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현대선교27’에 실린 ‘현대사회의 세속화와 탈종교 현상’이란 제목의 논문을 작성한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종교사회학 교수는 “종교 관련 조사에서 판단하는 종교인 여부는 종교단체 소속 여부”라며 “종교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사람 중에도 종교에 관심이 있을 뿐만 아니라 종교적인 추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미 종교사회학계에서는 종교 제도에 속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종교적인 문제에 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을 가리켜 이른바 ‘영적인 구도자’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국민 40%가 종교단체와 연관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여전히 집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무종교인들이 모두 무신론자거나 완전히 세속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제도 종교나 종교 단체에는 소속되지 않지만, 나름대로의 신앙 활동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주목했다.

정 교수는 탈 종교화 현상은 곧 무종교인의 증가라며 이에 관해 서구 학계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럽에서는 세속화 이론에 따라 무종교인의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현실은 세속화 이론에 따라 변화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해석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종교에 소속된 사람의 비율은 줄었지만 종교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는 주장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영국 종교사회학자인 그레이스 데이비 교수의 ‘소속 없는 신앙(believing without belonging)’이다. 데이비 교수는 점점 종교제도나 형식, 의례, 가르침, 신조를 교회에 소속돼 따르려 하지 않고, 개인적이며 독립적인 신앙생활을 추구하는 종교인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정 교수는 “그는 영국에서 교인이 감소하는 것을 기독교의 쇠퇴와 동일시 할 수 없다고 봤다”며 “그는 연구를 통해 세속화한 영국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여전히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고 교회는 안 나가도 하나님은 믿고 있으며 대다수 확신이 없어도 스스로 기독교인이라 여긴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한국 사회의 탈종교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교수는 “2000년대 이전에는 국내 종교들이 크게 번성했고 종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무종교를 선택했다면 최근에는 종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무종교인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특히 정 교수는 종교 제도를 이탈하는 교인들이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봤다. 코로나19 이후 대면 예배 참여율이 여전히 100% 회복되지 않는 데다, 지난 2021년 한국교회탐구센터 조사에서는 2030 청년 교인 가운데 40%가 가나안 성도가 될 것이라고 응답하는 등 가나안 성도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다.

그는 “기성 교회를 이탈한 가나안 성도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 신앙생활이나 목회 방식이 이들에게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방증”이라며 “가나안 성도들이나 영적인 구도자들의 관심인 ‘영성’을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이들의 영적인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방식으로 소통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화와 토론을 통해 기독교 신앙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것이 가나안 성도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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