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280만명을 가진 소국 리투아니아가 있다. 인천시 297만 8089명보다 적은 인구를 가졌다. 국토는 6만 5300㎢, 한국 10만 210㎢의 반을 넘는 면적을 차지한다. 발트해에 연접돼 있고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와 함께 구소련에서 독립했다.

리투아니아는 3국 중 특이하게도 민족의 저항성과 독자적 정체성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과 러시아를 두려워하지 않고 눈치 보지 않는 국가이다. 심지어 중국은 “쥐똥 하나가 다 된 밥을 망치고 있다”라고 원색적 비난을 할 정도로 리투아니아와 금이 가 있다. 인구는 500배 이상 많고 면적은 120분의 1도 안 되는 조그마한 나라가 중국에 사사건건 대들고 있으니 답답함을 넘어 어찌할 방도가 없다. “중국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힘을 휘두르고 모두가 거기에 동조한다. 이건 분명히 우리가 생각했던 세계가 아니다. 중국 권력 앞에 다른 나라가 고개를 숙여도 우리는 그러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리투아니아가 왜 이렇게 나오는지는 다 역사적, 현재적 이유가 있다. 역사적으로는 14세기 한때 ‘리투아니아 대공국’ 시절 지금의 폴란드, 우크라이나까지 포함한 광활한 영토를 가진 국가였다. 유럽에서 제일 큰 국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제정 러시아와 구소련, 독일로부터 침략을 받은 아픈 역사를 지녔다. 제정 러시아를 포함 구소련까지 근 200년 동안 침략과 박해를 받기도 했다. 반러시아 전선에 선두국가를 자처하고 현재는 러시아 반체제 인사의 성지로 불릴 정도다.

중국과는 중앙유럽, 동유럽 경제협력체 “17+1회의”에서 탈퇴했다. 2017년 중국의 일대일로에 가입할 정도의 국가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 홍콩 보안법, 범죄를 저지르면 중국소환도 가능하다는 악법에 홍콩시민의 노도와 같은 반대 시위를 계기로 결정적으로 홍콩시민을 지지하면서 중국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홍콩시민 ‘60㎞ 인간 띠 맺기’가 리투아니아의 구소련 저항의 상징 600㎞ 리투아니아 ‘발트의길’에서 차용했기에 홍콩과 정서적 유대감이 깊어졌으며,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집단학살을 문제 삼는 의회 결의안도 통과시키고 중국의 아픈 곳인 대만에게 수도 빌루스에 주대만대표부를 설치하게 하기도 했다. 중국의 핵심 이익 대만 문제를 건드려 중국과 수출 수입이 멈춰지고 리투아니아 직통 화물열차도 중단하기에 이른다.

특히 대부분 서방이 중국의 눈치를 봐 대만과 단교하는데 대만과 수교에 이르니 중국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GDP는 560억 달러이며 한국의 1.6조 달러와 비교도 안되는 나라가 버티는 이유는, 안보적으로 2004년 나토에 가입했고 경제적으로는 1966년 첫 개발한 ‘피코초(1조분의 1초)’ 단위 레이저 기술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시장 50%를 장악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에 구리로 된 전선 대신 빛과 레이저로 반도체를 연결하는 기술 ‘실리콘 포토닉스’에 활용된다. 중국 반대편 대만의 TSMC에 팔아 이익을 본다. 기술의 결정적 한방(The one thing)이 있고, 정체성에 입각한 저항정신과 결기는 눈치 안보는 당당한 리투아니아 국가의 원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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