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위원

경제협력은 국가 간 일정 부분 평화를 지속시키는 매개체다. 상호의존성에 기반한 것이기에 혹시 예상치 못한 물리적 충돌을 완화하고 불확실성도 현저히 낮추는 기제로 작동도 한다. 현재 미·중은 겉으로 수없이 상호비판하고 잡아먹을 듯하면서도 이면에서 이루어지는 무역 거래는 작년만 해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장끼리는 통한다는 말과 같이 으르렁거리면서도 민주 진영을 이끄는 미국과 독재진영의 선두를 달리는 중국은 그래도 만난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과 민주대 독재라는 진영대립의 틀 속에 가둬 놓고 한 방향으로 달려가려고 했던 미국이라는 국제정치에서의 최대 파워국 행위자가 변신을 주도하려 한다. 대립이라는 두 그룹으로 나누어 놓고 반도체를 비롯한 소·부·장 공급망을 재편시키려 부단히 애썼고, 나토를 중심으로 특히 러·우 전쟁 이후 민주국가 중심으로 군사적 연맹이나 동맹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는 이런 와중에 슈퍼파워 국가 미국은 적과도 동침한다는 걸 진정 보이려는 자세다.

미·중 국교 정상화의 상징 인물 헨리 키신저까지 중국을 공개적으로 방문했다. 따라만 가던 한국을 비롯한 적지 않은 국가들이 당황할 것이다. 자기들은 당당히 공개적으로 만나면서 사사건건 세컨드리 보이콧이라는 각종 규제를 내세우면서 중국과 무역에 있어 불편함과 교류 제한을 강행한다.

이 틈에서 항상 안보 리스크에 노정된 한국은 북한이라는 최대 적국과 대면을 외면할 수 없으면서 관리를 평화적으로 해야만 했는데, 미국 주도의 진영에 너무 손쉽고 가볍게 발을 딛은 결과 종국에는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등에 업고 한반도에 끌어들여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남북 간 각종 문제적 이슈에서 미국 일변도의 갑작스러운 정책적 발언과 행동으로 북한은 확실히 밀어주는 중국과 러시아를 자연스럽게 얻게 됐다. 급기야 오로지 북한만을 무작정 두둔한다.

결국 산출할 수 없는 국익에 막대한 안보적 손실과 나날이 이어지는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만 접하는 꼴이 됐다. 교묘한 북한의 정치 기술도 있겠지만, 한국 스스로 줏대 있게 취할 국제정치 및 외교 철학의 부재가 낳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만 한단 말인가.

그렇게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 국제질서의 순응이 낳은 한국적 현실 및 결과는 무엇인가. 중국과는 소원해졌고 러시아는 섭섭함을 뛰어넘어 한국을 벼르게 만들고 북한과는 전화 한 통도 못 하는 사면초가의 신세가 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을 원했는데 한국이 오히려 걷어차버린 격이다.

으르렁거리다가도 실수로 단지 수일 내 불행이 만연하게 될 지역이 한반도다. 남북 불안 형성만이 북한 정권의 생존 필수 불가결 요소인데 왜 한국이 북한의 불안 형성전략에 동조해 가는가.

투명한 유리창이 깨질 것 같은 한반도의 불안한 형국을 만드는 행위는 한국만이라도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금물이다. 한반도가 강대국 진영대립의 볼모인가. 한국 외교의 결정체는 평화를 기반한 전방위적 포괄적 다중 연대 외교를 기초로 정치된 신전략성의 회복만이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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