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포성이 멈춘 지 70년이 지났다. 남북한은 정전협정 체결일인 27일 각자의 방식으로 정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엔 참전국 정상들과 노병들을 초청해 고마움을 표했다. 노병들은 “참전은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결정”이라며 대한민국의 발전에 감격했다. 이날 경북 칠곡군 다부동 전적지에선 이승만 대통령과 미국 트루먼 대통령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두 사람은 정전 직후 한·미 동맹을 맺고 대한민국 번영의 주춧돌이 됐다. 

북한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이후 닫았던 국경을 열고 초청한 중국·러시아 고위 사절들과 함께 ‘조국해방전쟁 전승기념일(전승절)’ 기념식을 평양에서 대대적으로 열었다. 행사에는 ‘항미원조’에 나선 중국의 리훙중 공산당 정치국 위원, 기습 남침을 승인한 러시아의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 장관 등 북한의 전통 우방 고위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한·미 동맹, 한·미·일 공조 강화 분위기 속에서 이를 견제하기 위해 북·중·러 연대를 과시한 것이다. 

이처럼 서울과 평양이 서로 다른 ‘정전 70주년’ 행사를 갖는 것은 남북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70년째 대립 중이라는 냉엄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한민국과 북한은 정전의 해석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유엔 참전국들은 1953년 7월 27일을 ‘정전 협정 체결일’이라 부른다. 반면 북한은 이날을 자신들이 승리한 ‘전승절’이라고 한다. 전승절에 맞춰 5년, 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에 특별하게 기념하는 대규모 열병식을 연다. 올해 70주년 열병식에선 최대 15만명이 참여하는 전승절 행사를 가졌던 것이다. 

6.25 전쟁은 김일성이 한반도 적화 통일을 내걸고 소련 스탈린의 재가를 받아 개시한 침략전쟁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과 유엔군 참전국들은 북한의 기습남침에 맞서 싸우며 적화야욕을 막아냈다. 북한은 전쟁 목적 달성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전쟁 이전보다 자신들이 관할하는 지역이 3900㎢ 이상 줄어들어 지리적으로도 크게 손해 봤다. 엄밀히 말하면 북한은 패전국이고, 대한민국과 유엔 참전국은 승전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쟁 이후 남북한은 상반된 길을 걸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산업화·민주화에 성공하고 세계 주요 7국(G7) 가입을 거론할 정도로 부상했다. 단군 이래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제적 부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김일성 왕조 독재로 주민이 굻어 죽은 세계 최빈국이 됐다. 그런데도 북한은 체제경쟁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김일성 때부터 부르짖던 ‘한반도 공산화 통일’ 망상에 빠져 핵·미사일 고도화 등 무력 도발을 일삼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초부터 계속된 미사일 도발이 기대했던 효과를 보지 못하자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을 설득하기보다 유엔 추가 제재까지 막으면서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 민족 전체가 겪은 6.25 전쟁의 비극과 참상을 되새기며 강력한 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진정한 자유와 평화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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