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7월 27일 나란히 기념식
정전 체제 종결 노력 미지수
해법 간극 못 좁히고 평행선
“해결 위해 강자의 양보 필요”
“현 조건서 실질적 평화 도모”

(서울=연합뉴스)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기념일과 유엔군 참전의 날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 6ㆍ25전쟁실을 찾은 관람객들이 정전협정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2023.7.26
(서울=연합뉴스) 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기념일과 유엔군 참전의 날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 6ㆍ25전쟁실을 찾은 관람객들이 정전협정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2023.7.26

전쟁은 분리를 낳는다. 부모와 자식 간, 연인 간, 안식처에서 피난처로, 삶에서 죽음으로 영원한 이별을 맞게 한다. 한국에서도 70여년 전 동족 간에 전쟁이 벌어져 많은 이들이 고통 받았다. 3여년에 걸친 비극에는 국군 62만여명과 유엔군 15만여명 등 77만여명이 전사, 부상, 실종됐고 이재민은 1000만여명에 달했다. 가족을 잃거나 헤어진 사람들은 아직도 전쟁의 상흔으로 고통받고 있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한반도는 종전이 아니라 현재 정전 중이다. 본지는 정전 70주년을 맞아 6.25전쟁 발발부터 종전까지 주요 과정을 짚어보고, 참전 영웅들이 전하는 전쟁의 실상을 통해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며, 정전 70주년의 현주소를 점검하며 한반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얘기해보고자 한다.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정전 70주년. 이 말은 굉장히 이질적이다. 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 전쟁이 중단된 상태가 무려 70년간 진행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세계사에서 정전기간이 이렇게 긴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바로 이 정전을 맺은 게 이날로부터 정확히 70년 전이다. 

1953년 7월 27일. 남과 북,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정전협정을 맺은 날이다. 정확히는 ‘국제연합국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사령관 및 중공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 맺어진 날이다. 

명칭에서 알 수 있듯 22개 연합국이 참여했던 한국 측은 국제연합국의 이름으로 합의했던 정전협정이다. 마크 웨인 클라크 연합군 사령관과 김일성 북한 최고사령관, 펑더화이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이 대표로 서명하며 체결됐다. 

이 정전 체결일을 기념하는 남과 북의 차이점과 같은 점 모두 흥미롭다. 한국이 참전용사·동맹에 대한 예우와 정전 이후 발전된 한국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면, 북한은 정전 협정을 자신들의 승리로 해석하고 이를 뽐낸다는 점이다. 같은 점이라면 양측 다 정전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70년째 기념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정전협정체결일을 ‘전승절’이라고 부르며 기념한다. 이름 그대로 북한은 전승절에 승리를 기념하는 화려한 열병식을 펼친다. 미국 매체 미국의소리(VOA)는 21일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평양 위성사진에 김일성광장 앞과 대동강 건너편을 잇는 대형 부교가 설치됐다고 밝혔다. 

또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일 ‘위대한 승리의 전통으로 빛나는 7.27’이라는 제목의 사진전람회를 열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3부자를 영웅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특히 북한은 이번 70주년을 기념해 무력시위에도 힘을 쏟고 있다. 22일에도 북한은 핵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순항미사일을 서해상으로 기습발사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전승절)인 지난해 7월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기념행사가 성대히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2022.7.28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정전협정 체결 69주년(전승절)인 지난해 7월 27일 평양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탑 앞에서 기념행사가 성대히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2022.7.28

한국은 ‘위대한 헌신으로 이룬 놀라운 70년(Amazing 70)’을 주제로 참전용사와 동맹에 대한 감사를 핵심 키워드로 잡았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부터 ‘제복의 영웅들’이라며 6.25 전쟁 참전용사를 예우했다. 27일을 앞두고는 22개 유엔 참전국 정부대표단이 방한했다. 

입국한 나라는 미국, 태국, 벨기에,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캐나다, 필리핀, 뉴질랜드, 프랑스, 호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튀르키예, 영국 등 14개국이며, 나머지 8개국은 주한대사가 대표로 참가했다. 이들은 25~27일 판문점부터 시작해 부산 유엔기념공원과 유엔참전용사 감사 만찬 등에 참석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미국과 굳건한 동맹을 입증하는 데에 큰 지분을 할애했다. 올해는 한미동맹 70주년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도 동맹 70주년 기념의 일환이다. 국가보훈부는 “미국은 6.25 전쟁 유엔참전용사 196만명 중 179만명을 파병했으며, 이후에도 한반도의 안정과 경제발전에 기여한 동맹국”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모두 이렇게 정전을 기념하지만, ‘과도기’인 정전의 다음 단계를 얘기하는 모습은 찾기가 어렵다.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22일부터 28일까지 국가보훈부가 롯데월드타워와 공동으로 ‘정전70주년, 놀라운 70년의 역사’를 알리는 건물 외벽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 국가보훈부)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22일부터 28일까지 국가보훈부가 롯데월드타워와 공동으로 ‘정전70주년, 놀라운 70년의 역사’를 알리는 건물 외벽 홍보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제공: 국가보훈부)

◆이대로 가야 하나 바꿔야 하나

이질적인 정전 상황을 기념하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자, 이제는 정전이 아닌 종전과 평화를 기려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분출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의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긴 정전을 끝내고 완전한 종전을 이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 그대로 문 전 대통령은 임기 내에 종전 선언을 이뤄내려 했다. 이해당사자인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며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맞닿을 수 없는 이해관계에 종전 선언은 끝내 무산됐다. 

정권이 바뀐 뒤 남북은 하루가 멀다고 훈련과 무력시위를 주고받으며 대치를 이어가는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으나, 북한의 비핵화라는 전제조건에 북한의 방한은 냉담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전 국립외교원장)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올해 70주년이 두개다. 7월 27일은 정전 체결이고 10월 1일은 한미동맹 70주년”이라며 “그런데 지금 정부는 계속 동맹만 얘기하고 있고 정전에 대해선 얘기 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전 70주년의 의미는 우리가 평화 체제를 가져와야 한다는 과제·부담 같은 것이다. 평화가 절실하다는 것이고 평화가 제일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면서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이걸 해결하는 것보다 동맹이 강조된다. 지금 남북의 긴장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주=연합뉴스) 19일 경기도 파주시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정전협정서 전달식에서 이보 버제너 중립국감독위원회 스위스 대표가 김동연 경기도지사에서 전달한 정전협정서의 모습.정전 70년을 맞아 스위스 중립국감독위원회는 70년 동안 소장해오던 정전협정서를 경기도에 무상 임대 방식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이 협정서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가 협정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원본을 복사한 문건이며, 경기도는 이것을 캠프 그리브스에 전시할 예정이다. 2023.7.19
(파주=연합뉴스) 19일 경기도 파주시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 정전협정서 전달식에서 이보 버제너 중립국감독위원회 스위스 대표가 김동연 경기도지사에서 전달한 정전협정서의 모습.정전 70년을 맞아 스위스 중립국감독위원회는 70년 동안 소장해오던 정전협정서를 경기도에 무상 임대 방식으로 전달하기로 했다. 이 협정서는 정전협정 직후 중립국감독위원회가 협정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원본을 복사한 문건이며, 경기도는 이것을 캠프 그리브스에 전시할 예정이다. 2023.7.19

이는 분단이 더 강화되고 고착화되는 방향이라며 “우리에겐 굉장히 비극적”이라는 게 김 교수의 해석이다. 

그는 “상대방도 살아남기 위해선 똑같이 적대적 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며 “누가 봐도 강자는 한국·미국이다. 약자는 마지막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려면 ‘강자의 양보’가 전제돼야 하는데 그런 점이 없는 한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자의 양보를 통해 종전 선언이나 평화 협정 등 정전 상태를 끝내는 전향적 태도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인데, 다만 이런 시도에 대해 부정적 여론도 있다. 무리하게 정전 체제의 변화를 꾀하기 보다는 현 상태 아래서 최적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전 협정은 제62항에서 새로운 대체 협정을 만들기 전까지는 이 정전 협정이 계속 유효하다고 돼 있다”며 “불안한 면은 있지만 나름대로 전쟁을 억제하고 있고 위기관리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에 70년을 계속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연합뉴스)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호텔에서 열린 유엔 참전국·용사 감사 만찬에서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유엔참전용사들에게 평화의 사도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2023.7.26
(부산=연합뉴스) 2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호텔에서 열린 유엔 참전국·용사 감사 만찬에서 박민식 보훈부 장관이 유엔참전용사들에게 평화의 사도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2023.7.26

정전협정이 나름의 역할을 잘 수행하기에 무리해서 새로운 협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제 교수는 “북한은 제국주의적인 조건, 주한미군이 존재하는 조건 하에서는 진정한 평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종전선언을 하면 북한을 적대시하는 미군은 나가라 이렇게 선동을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반도에서의 미군의 역할에 대해 제 교수는 “남북한뿐 아니라 동북아에서 미·중·일·러 등 여러 가지 군사적 군형을 유지하는 안정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미군이 없다면 한반도 힘의 공백이 발생하고 불안이 고조된다”고 우려했다. 

제 교수는 “종전선언에 매달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현재 조건 아래서 불가침 합의를 이행 실천한다든가 하는 군사적 신뢰를 쌓아 다방면에 협력을 하는 등 실질적인 평화를 증진하는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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