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기상관측 사상 가장 위험한 7월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수일째 이어지는 집중호우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하천과 제방이 범람하고, 지반이 무너져 내려 도로가 유실되고, 달리던 열차도 운행을 중단하는 등 전국이 집중호우의 경보 상태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는 연 강수량의 70% 정도가 여름에 집중되는 편인데 이때 하루 평균 강수량 100㎜ 이상의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집중호우라는 표현은 1990년대 이후로 호우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강우량이 기존보다 늘게 되면서 호우(총강수량이 많은 경우)와 의미를 구분하면서 사용한 용어이다.

집중호우는 일반적으로 정체전선과 이동성 저기압이 여름철에 집중되면서 강수량이 단기간에 늘어나는 현상인데 최근의 집중호우는 이런 일반적인 범위를 훨씬 벗어난다. 훨씬 그 강도가 강하고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충남 청양과 세종에는 이틀 새 5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이 비는 500년에서 1000년에 한 번 내리는 빈도의 폭우였던 것으로 분석됐다.

천 년에 한 번 올 비가 쏟아진 원인은 막대한 수증기 때문이다. 막대한 수증기가 장마전선과 저기압을 만나서 폭우로 돌변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기후 변화가 있다. 기후 변화로 한반도의 여름 강우량이 늘고 있는데 그중 7월 강우량이 가장 많이 는 것이다. 1995년 이전에는 전국 평균 367㎜였는데 1995년 이후에는 444㎜로 21%나 급증했다. 아시아 몬순 시스템이 급격히 변동한 탓이다.

지속적인 온난화와 엘니뇨, 변화하는 제트기류 조건과 관련된 극한 기상 현상, 이 모든 것이 완벽한 폭풍으로 결합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정말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기상이변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폭우는 엘니뇨가 기후위기와 결합하면서 기록적인 새로운 극한 기후 현상을 만든 결과다.

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기온은 1.1도 상승했다.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수증기는 7% 늘어난다. 수증기 7%는 얼마나 되는 양일까? 무게로 환산하면 8900억톤이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큰 댐인 싼샤댐이 393억톤 정도니까 싼샤댐 22개가 터진 것과 같은 물이 대기에 풀린 것이다. 이렇게 풀린 수증기가 폭우로 변해 집중적으로 떨어지는 곳 중 하나가 우리나라인 것이다.

이런 극단적 집중호우와 기상이변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인도 북부에선 며칠째 이어진 폭우로 수도 뉴델리의 야무나강이 범람해 45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났다. 중국에서도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차량이 침수돼 사람들이 갇히고, 동굴이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반대로 미국에선 최고 기온이 50도를 넘어가는 ‘열돔’ 현상이 서부 캘리포니아 지역으로까지 퍼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동북부를 휩쓴 폭우로 물난리를 겪기도 했다. 버몬트주에서는 이틀 동안 거의 두 달 치 비가 한 번에 쏟아지기도 했다.

유럽 일대에서도 40도를 넘나드는 폭염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그리스, 프랑스, 크로아티아, 튀르키예 등의 일부 지역에서는 40도를 오르내린다. 이탈리아 기상 당국은 최근의 극심한 폭염을 그리스 신화 속 머리 셋 달린 지옥 문지기 개인 ‘케르베로스’로 이름 붙이기도 했다. 당국은 케르베로스 폭염이 기승을 부려 기온이 48.8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했다.

기록적인 고온은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과 산불, 폭우 등 극심한 이상 기상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공기는 더 많은 수분을 담게 되는데 이는 일부 지역에서는 폭염과 가뭄을, 다른 한편에서는 물 폭탄을 불러온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된 온실가스가 초래한 온난화 때문이라며 이를 멈추지 않으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후학자 프리데리커 오토는 “이것은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아니다. 우리는 뉴노멀이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며 “우리가 화석연료 사용을 멈춘다면 현재 상태가 뉴노멀이 되겠지만 그렇게 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도 말한다.

이렇듯 기후변화가 지구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영역으로 몰아가고 있다.

기후위기를 방관한 ‘너무 뜨거운’ 대가일까. 펄펄 끓는 찜통더위와 대형 산불, 역대급 태풍과 종잡기 힘든 폭우, 급속도로 자취를 감추는 빙하,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해진 바다까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은 지구 온도는 매일 기록을 경신하며 인간을 비롯한 생명 전체에 실체적 위협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폭우가 안 멈추니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말한다. 하지만 하늘은 죄가 없다. 폭우도 폭염도 모두 우리 사람이 원인 제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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