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내가 MB 아바타입니까?”

예전에 한 대선 후보가 TV 토론회에 나와 경쟁 후보에게 따지듯 질문한 말이다. 이 후보는 자신이 MB(이명박 전 대통령)와 유사하다는 세간의 풍문에 화가 난 듯 그 풍문의 진원지로 여긴 듯한 경쟁 상대에게 이렇게 따져 물은 것이다.

그런데 환경 정책적 측면에서 이 말이 무색하리만치 MB 정부와 놀랍도록 닮은 정부가 윤석열 정부이다. 환경 기후 정책만 놓고 보자면 윤석열 정부 일 년 동안의 ‘환경 역주행’ 성과(?)는 눈부시다 못해 그 끝을 몰라 두렵기까지 하다.

우선 윤석열 정부 1년 동안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원전 정책’의 역주행이다.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바보같은 짓’이라고 선언한 후 오히려 친원전을 넘어 원전 강화정책, 원전 확대정책을 펼치고 있다. 윤 정부의 ‘원전 사랑’은 오히려 이명박 정부를 뛰어넘는다. 가히 청출어람 격이다. 당선인 시절부터 ‘원전 생태계 복원’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았으며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 사고를 버려라”는 충격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당시에도 놀랐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첨예한 지금 이 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원전 복원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다 보니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전 세계적 흐름과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전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및 탄소중립 계획을 폐기하고 원전은 8.5%포인트 높이고, 재생에너지는 8.6%포인트 줄이는 원전 확대 의존 에너지 계획을 수립했다.

이러다보니 전 세계가 공동 대응하고 있는 탄소중립 문제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역주행은 뚜렷해졌다. 탄소중립계획에서 오히려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크게 줄여줬다.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크고 감축을 위해 가장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분야인데 오히려 편의를 봐준 셈이다. ‘탄소중립이 산업발전에 저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구시대적 발언까지 뱉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탄소중립 역주행에 대해서는 산업계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문제는 한 나라의 탄소 감축 행보가 점점 강력한 ‘의무’ 사항이 돼간다는 점이다. 더욱이 ‘RE100’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마당에 자칫 대 유럽 수출기업이 ‘관세 폭탄’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벌써 BMW와 볼보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기업들에 재생에너지만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RE100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이들 기업이 한국 부품사와 맺은 계약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기도 하다. 당장 국내 부품사들은 RE100을 실천할 방도가 없어서 전전긍긍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녹색 보호주의’를 앞세운 유럽발 RE100의 공습이 시작됐는데도 윤 정부는 RE100마저 원전으로 대체하겠다며 CF100(무탄소에너지 100% 사용)을 표준화하기 위한 엉뚱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러한 논리가 통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

원전 정책뿐만 아니다. 40년간 금지했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허가를 통해 설악산 파괴뿐 아니라 전국의 명산을 케이블카 설치 붐으로 들쑤셔 놓았고, 4대강을 썩게 만든 주범 4대강 보 철거 작업 또한 제동을 걸고 오히려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지시하며 ‘4대강 보 물그릇 활용론’을 들고 나왔다.

설악산과 4대강의 사례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환경부와 여당이 아예 환경보호의 ‘판’을 뒤집는 계획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국민의힘 의원 10명이 발의한 ‘환경영향평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그것이다. 이 법안은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무력화하는 ‘패스트트랙’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환경부의 ‘태세 전환’이 한몫 하고 있다. 환경규제 완화부터 친원전까지, 이명박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MB노믹스’의 핵심 구호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천명하고 각종 환경규제 정책을 완화했다. 원전 수출 산업 활성화는 물론 상수원보호구역의 공장 신·증설 요건 완화, 소규모 공장 건설 시 환경영향평가 간소화 등이 이명박 정부에서 이뤄진 환경규제 완화정책이었다. 4대강 사업 복원-환경규제 완화-탄소 감축 목표 (실질적) 하향으로 이어지는 윤석열 정부의 환경·기후 정책은 MB노믹스와 판박이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과거의 MB시대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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