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일본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로 수산물 먹거리에 대한 국민 불안과 우려, 수산업계의 근심이 커지자 정부는 연일 오염수 방류와 상관없이 일본 수산물 수입 허용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정부 여당의 일부 정치인들은 방류수 안전성을 강조하느라 노량진 수산물시장에서 수조물 먹방쇼까지 펼치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이후 2013년 8월 방사능 오염수 300여t이 아무도 모르게 바다에 유출됐다는 사실이 ‘발각’됐다.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제대로 관리·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이다.

이런 사실이 밝혀지자, 한국 정부는 2013년 9월부터 일본 후쿠시마·지바 등 8개 현에서 생산된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또 수입이 가능한 모든 일본산 식품에서 세슘 등 방사능 물질이 조금이라도 검출되는 경우 플루토늄 등 17개 기타 핵종에 대한 비오염 증명서를 추가 제출하도록 했다.

일본은 강하게 반발했다. 2015년 5월 세계무역기구(WTO) 소송까지 진행하며 한국에 수산물 수입 재개를 압박했다. 이후 4년간 이어진 무역분쟁에서 한국이 최종 승소했고 지금까지 규제 조치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가 순탄하게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1심에 해당하는 WTO 분쟁해결기구는 처음에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이자 최종심인 WTO 항소 기구에서 1심 판정을 뒤집고 우리나라의 승소를 결정했다. SPS 협정 관련 사건 중 1심이 뒤집힌 것은 사실상 최초였다.

일본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거나 기타 핵종 추가 검사까지 요구하는 것은 필요 이상의 ‘무역 제한’이고, ‘차별’이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1심에서 이를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 기준은 수산물 자체뿐 아니라 그 수산물을 둘러싼 생태와 환경으로 확대됐다. 식품 섭취를 통한 방사능 노출뿐 아니라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방사능과 같은 요소도 고려돼야 하고 한국이 일본의 인접국임을 감안할 때 한국의 기준은 다른 국가보다 더 엄격할 수 있다는 논리가 인정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이면엔 우리 정부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투기가 본격화되면 일본산 수산물 안전 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후쿠시마를 비롯한 8개 현의 수산물이 문제가 아니라 일본 전역을 비롯한 인접국의 수산물까지 모두 비상이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일본’ ‘수산물’ ‘안전’과 같은 키워드가 지금보다 더 첨예한 이슈로 떠오르게 될 것이며 방사능 오염수로 인해 국산 수산물이 입을 타격 또한 불가피한 실정이다.

더욱 황당한 일은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가 현실화될 경우 일본은 오염수 방류와 함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더욱 거세게 요구해올 것이라는 점이다. 핵 오염수 투기로 일본산 수산물의 안전 문제가 더욱 커지지만 오히려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아이러니다.

왜냐하면 오염수 해양 방류를 막지 못하면 WTO 판결 승소 결과를 근거로 유지하고 있는 수입 규제에 대한 법리적 논리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WTO 2심에서 승소했지만, 이는 잠정적 조치에 불과하고 오염수 해양 방류를 최종 승인하게 되면 오염수의 안전성을 인정하는 것이나 매한가지이고 따라서 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의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노골적으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철폐를 요구할 공산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를 현행대로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오염수 해양 투기를 저지하는 방법밖에 없다. 오염수의 해양 투기가 원천봉쇄 돼야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도 우리 수산물의 안전도 보장된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일본산 수산물을 수입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의견이 70%가 넘었다. 또 다른 통계 조사에 의하면 83.4%가량이 ‘후쿠시마 오염수가 해양에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이 경우 연간 피해액으로 환산하면 3조 7200억원에 이른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수산업마저 초토화가 될 공산이 큰 셈이다. 따라서 이 모든 위험을 막을 방법은 단 하나,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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