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정치학 박사ㆍ고려대 강사

더불어민주당은 일본 오염수 방류 이슈를 극대화하려고 하는 모양이다. 의원들은 일본 방문 항의단을 구성해 일본으로 날아갔다. 일본 총리 관저 앞에 가서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경제산업성과 외무성 앞 시위도 이어갔다. “오염수 투기 중단”을 외치며 집회를 개최했지만 정작 일본 총리는 나토(NATO) 회의에 참석하느라 일본에 없는 상태였다. 그렇다고 일본의 정당을 방문하거나 일본 의원들을 만나지도 못했다. 명색이 거대 야당의 국회의원들이 남의 나라까지 날아가서 할 수 있는 일이 그 나라 정부 부처 대문들을 돌며 피켓 시위를 하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얼마나 허탈할까.

민주당은 IAEA 사무총장을 만나서도 큰 결례를 범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일본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직접 한국을 찾아 설명을 했다. IAEA 사무총장의 방문은 한국에 대해 성의를 다하는 태도로 그 자체 평가를 할 만하다. 그런데 그로시 사무총장은 한국에 와서 공항을 나오지도 못하고 두 시간 동안 묶여 있었다. 시위대가 공항을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무총장이 민주당을 방문했을 때 민주당의 지도부는 시위대보다 더 한 박대를 했다.

민주당은 그로시 총장의 면전에 대고 “일본 맞춤형 조사”라고 했다. 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책위원장을 맡은 위성곤 의원은 “IAEA 최종 보고서의 부실함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고 원내대표를 했던 우원식 의원은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면, 그 물을 바다에 버리지 말고 일본이 국내에서 음용수로 마시든지…”라는 말을 했다. 이미 그전에 당의 공식 입장을 전하는 대변인 논평에서는 “핵 폐수 방류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다”고 썼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묵묵히 듣고 있었지만 한숨만은 참을 수 없었던 듯하다. 사실 얼마나 불쾌하고 기가 막혔겠는가. 그래도 참고 들으며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차분하게 설명을 하는 모습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저희가 도출한 결론은 국제 안전 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는 여러분의 염려를 이해하고 있습니다”라고 응답했다.

보도에 따르면 13일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한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그로시 사무총장과의 전화 통화를 공개했다. 반 전 총장이 IAEA 사무총장이 봉변당하는 상황을 위로하자 그로시 총장이 웃으면서 ‘아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국민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정확히 사실을 설명해주기 위해서 왔다’는 식으로 답변했다고 한다. 반 총장은 “국제기구 수장이 방한했는데, 공항에서 입국을 저지해서 곤란을 겪었다든지, IAEA가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둥 참으로 무책임하고 위험한 이야기”라며 “한국의 위상을 크게 추락시키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다.

돌이켜보면 민주당은 틈만 나면 반일(反日) 이슈나 반미(反美) 이슈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해 왔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국민은 많은 일을 기억하고 있다. 더욱이 사안들은 총선 시즌과 함께 더욱 타올랐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는 한미 FTA 반대를 외치며 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연대 1호 공약으로 ‘한미 FTA 폐기’를 내세웠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등 총선 지도부와 국회의원 50여명은 미 대사관 맞은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한미 FTA 반대를 외치며 총선의 분위기를 띄웠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는 한일 갈등이 더욱 고조에 달하는 데에 당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스스로가 한몫을 했다. 대통령실 민정수석으로 있던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SNS에 1980년대 운동권들이 즐겨 불렀던 ‘죽창가’를 올렸다. 한일 관계가 악화하자 정부는 그 책임을 무겁게 지려고 하기보다는 1894년 동학혁명을 배경으로 하는 운동권 노래로 국민에게 화답하고 있는 것이다. 총선에서 압승한 후 한 해가 지나고 대선이 다가올 즈음 2021년 6월 29일, 검찰을 나와 평민이 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권 도전 선언을 하며 “죽창가를 부르다 한일 관계가 망가졌다”고 말하자 조국 전 장관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금 죽창가를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IAEA는 약 2년간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11개국 과학자들이 연구해서 최종보고서를 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 과학자도 포함이 됐다. 5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한인과학기술인대회에 참석한 세계의 석학들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들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교수는 “후쿠시마 괴담에 놀랐다”고 했고 영국에서 온 뇌 과학자는 “중요한 것은 ‘기준’인데 그 기준은 과학적 검토와 근거에 기반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역시 괴담보다는 이런 기준이 잘 지켜지는지 아닌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하고, 중국에서 온 물리학자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정치적 문제로 인해 괴담에 휩싸여 있다”며 “과학적 사실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믿지 않는 동기가 무엇인지, 정말 위험해서 그러는 건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한다.

12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나토 정상회의가 개최되고 있는 리투아니아 빌뉴스 현장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여기서 윤 대통령은 오염수 문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의식해 이슈를 직접 거론하고 일본에 요구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방류 모니터링 정보를 실시간 우리 측과 공유하고, 방류에 대한 점검 과정에 우리 전문가도 참여할 수 있게 해 줄 것”과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방류를 중단하고 우리 측에 그 사실을 바로 알려 달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방출은 하지 않겠다”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즉시 방출 중단을 포함해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한다.

한일 정상은 여섯 번째 만났다. 올해에만 벌써 네 번째다. 최근 한일 관계가 해빙되면서 중단됐던 셔틀 외교가 복원했다는 평가다. 그러다 보니 한일 간의 대화도 시시때때로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향후 한일은 긴밀한 공조를 통해 오염수 문제를 처리해 가야 한다. 한국 정부는 국민들의 걱정이 사라질 때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는 일본 정부가 일본 내 불안 여론을 대응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한일 양국이 한일 양국 국민들이 걱정하는 한 성실하고 투명하며 정직한 공조에 조금이라도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걱정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지속적으로 헤아리는 것은 중요하다. 이것은 정치력의 문제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 여당이 잘 하고만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초기에 엉뚱한 ‘먹방’으로 대응했던 여당은 국민 정서에 거리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민주당의 행태는 이미 국민들이 ‘아웃’을 선언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끄러움이 국민의 부끄러움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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