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정치학 박사ㆍ고려대 강사

2016년 정부가 경상북도 성주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했을 때 성주의 군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당시 성주 군민들은 물론이거니와 국민들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사드의 유해성이었다. 사드에서 나오는 전자파와 소음이 인체에 큰 해를 끼칠 거라는 것이었다. 이는 당시 몇몇 언론들이 대거 보도를 했고 시민단체들과 야당이 앞장서서 주장을 했다. 그 여파는 너무나 커서 일일이 열거할 필요도 없이 파장과 내홍이 심각했다.

그때 필자는 성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성주의 주민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썼다. 공개적으로 또 유일하게 사드 배치를 찬성한 사람이 됐다. SNS에 올린 장문의 글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돼 SNS로 전파가 됐다. “저는 성주 시골에서 아버지께서 참외농사를 지으셔서 대학을 가고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성주는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참외의 곱고 눈부신 빛깔만큼이나 진정 깨끗하고 청정한 고장입니다”로 시작한다.

“대한민국 안보를 위해 사드는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오로지 국민을 지키기 위해 고심어린 결단을 한 것입니다. 그 부지를 위해 어딘가는 나서야 합니다”라고 사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잘못 알려진 것처럼 사드는 위험하지 않습니다. 안전합니다”라며 일부 정치권과 단체들에 대해 “근거 없는 ‘억측’을 쏟아내고 ‘괴담’을 만들어 내고, 무슨 ‘무서운 말’을 만들어 내는 걸 중단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라고 경고했다. “저는 성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성주의 어르신들께 그리고 후배들에게 무릎을 꿇는 심정으로 감히 요청을 드립니다”라며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그(무책임한 국론분열과 괴담)에 이끌리지 마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라고 읍소했다.

이런 간곡한 요청의 한편으로 당시 야당의 국회의원들은 성주로 몰려가 선동을 일삼았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김한정·김현권·박주민·소병훈·손혜원·표창원 의원과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은 이른바 ‘사드 괴담송’을 만들어서는 신나게 불렀다. 이들은 가수 인순이씨의 노래 ‘밤이면 밤마다’를 개사해 이용했다. 가사는 이렇다.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 사드의 전자파는 싫어, 강력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싫어!~~”… 오승근씨의 노래 ‘내 나이가 어때서’를 개사해서는 “청와대가 어때서 사드 배치 딱 좋은 곳인데, 어느 날 우연히 전자파에 튀겨진 니 모습을 바라보면서~”라고 불렀다.

이들이 가발을 쓰고 무대에 올라 탬버린을 치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그 요란한 ‘퍼포먼스’는 고스란히 영상으로 남아 지금도 어딘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 보면 참으로 가관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들 외에도 당시 민주당 우상호 의원, 추미애 의원, 정의당 김종대 의원 등도 비슷하게 앞장섰다. 지금 민주당의 당 대표로 있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도 빼놓으면 본인이 참 서운할 것이다. 이 대표는 사드 전자파는 인체에 치명적 영향을 줄 거라며 외치고 다녔다.

결국 성주의 선량한 농민들을 자극한 것은 ‘전자파 참외’라는 말이었다. 성주는 참외 원산지이다. 성주 참외는 워낙에 유명하다. 우리가 먹는 과일 중에 생산지가 일정 지역으로만 국한되는 것은 제주도의 감귤이나 성주 참외 외에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참외는 성주에서 집중적으로 재배돼 출하된다. 그리고 전국으로 간다. 참외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즐겨먹는 과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성주에서 전자파 참외가 나오고 전국의 국민들은 이 전자파 참외를 먹게 돼 결국 온 국민이 전자파에 오염될 것이라는 게 당시 ‘전자파 공포’의 요점이었다. 말 그대로 무서운 괴담이 돼 이 괴담이 전국을 휩쓸었으며, 국민들을 공포스럽게 하고 시위에 나오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지난 현재 사드 전자파의 유해성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최근에 문재인 정부가 사드 전자파가 ‘무해하다’는 조사 결과를 얻고도 국민들에게 감추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사드 발전기 소음 측정 결과도 숨겼다고 한다.

원래 박근혜 정부는 6개월 정도 소요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이 결과에 따라 사드를 정식 배치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시일이 훨씬 많이 걸리는 일반 환경평가를 받도록 바꿨다. 게다가 이 일반 환경평가조차도 차일피일 미뤘다.

이 환경평가는 사드 정상 배치의 마지막 절차다. 평가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사드는 임시 배치 상태로 운용된다. 임시 배치 상태에서 사드는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시위대에 막혀 제대로 된 공사를 할 수 없었다. 병사들이 거처할 정식 막사를 짓지도 못하고, 사드의 발전기를 돌리기 위한 기름을 헬리콥터가 실어 날라야 했다.

그간의 상황을 돌아보면 문재인 정부가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숨기고 또 의도적으로 지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결말은 너무나도 뻔해 보인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에 대한 감사와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국민들은 찬동할 것이다. 국방부가 아니라 사실은 대통령이 문제였을 것임도, 그동안 모든 것을 보아온 국민들로서는 능히 짐작이 된다.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들은 ‘괴담이 만든 선동의 기억’을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런 점만 놓고 보면 참으로 절망적인 사회다. 적어도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 사드의 전자파는 싫어, 강력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싫어!~~”라고 춤추고 노래 부르며 선동하던 정치인들 중 누군가 한 명 정도는 반성의 고백을 할 순 없을까. 이 역시 괴담 선동에 기생하는 가히 ‘괴담 기생충’인 그들에게는 너무 과한 기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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